"바둑"이 두뇌의 구조적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팀(제1저자: 이보름, 광주과기원)은 바둑경기에 대한 뇌영상 연구를 통하여, 장기간의 바둑훈련이 뇌기능과 연관된 뇌의 구조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뇌영상학 분야의 저명한 잡지인 뉴러이미지(Neuroimage) 8월호에 게재된다.

재단법인 한국기원과 같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협회 소속의 10년 이상 장기간 바둑을 훈련한 젊은 프로기사와 훈련생들을 대상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의 발달 양상이 일반인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규명한 것.

이번 연구에는 2007년 6월에서 1년간에 걸쳐 17명의 젊은 바둑 전문가들 (평균연령: 17세, 남: 14명, 여: 3명)이 선발되어 MRI 영상의 하나인 확산텐서영상 등의 실험에 참가했는데 이들은 어려서부터 바둑을 하여 평균 12년 정도 훈련기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9명은 프로기사로 활동 중이고 나머지는 연구생 신분이었다.

확산텐서영상기법은 고위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각 영역들을 연결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역할을 하는 백질다발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영상화할 수 있는 최신 뇌구조 영상기술이다.

연구진은 확산텐서영상 분석을 통해 바둑전문가 집단의 두뇌는 일반인들에 비하여 구조적으로 대뇌 전두엽과 변연계 그리고 대뇌 피질 하부를 구성하는 시상 등 다양한 영역들 간의 상호 연결성이 고도로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음을 밝혔다.

이들 영역은 집중력, 작업 기억, 수행조절능력 및 문제해결력 등의 중요한 인지기능의 발휘에 매우 중요한 대뇌구조들인데, 이번 연구결과는 이러한 구조들 간의 정보전달이 장기간 바둑훈련을 한 사람들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바둑 전문가 집단에서 보이는 하부 측두엽 백질 영역의 발달은 하나의 기술을 장기간 수련한 "장인"들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인데, 일반인들은 기억을 할 때 하나하나씩 기억이 저장되는데 비해, 전문가들은 패턴 자체를 통째로 측두엽에 담아놓고 저장하게 된다. 즉, 바둑전문가들은 바둑게임에 대한 고도의 전문화된 능력을 갖추기 위해 오랜 기간의 훈련을 통하여 획득한 다양한 경험에 기반한 특별한 경기패턴을 전문화된 기억저장소에 저장해 두고 있다가 더욱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바둑 전문가들은 비언어적인 공간적 시간적 정보를 주로 처리하는 우측 뇌의 전두엽-피질하부 영역 회로가 일반인에 비해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둑 전문가들이 반복적인 바둑 수련을 통해 시-공간적인 정보처리 능력을 효율적으로 빠르게 발휘하도록 훈련이 되어 있음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대뇌 우반구의 백질이 좌반구보다 상대적으로 더 발달되어 있는 결과는 바둑경기의 주된 과제가 공간적 특성을 가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의 성과가 인간 두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규명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두뇌계발의 교육적인 목표와 인지기능에 연관된 여러 장애들의 치료성과의 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권 교수팀은 현재 장기간 바둑훈련을 통한 기능적 두뇌발달의 영향을 규명하고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한 작업 기억실험에 대한 분석과 신경심리검사에 대한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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