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진흥원·심평원 타당성 공방…복지부 판단 주목

올 9월 본격 시행이 예상되는 의료기관 평가제도의 주관기구(기관) 선정이 의료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복지부는 이 제도시행의 법적근거가 되는 의료법이 지난해 3월 공포된데 이어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 개정안이 4월중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9월부터 평가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아래 사전 예고기간(3개월전)을 앞둔 6월말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관련 단체 및 기관들이 서로 주관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 평가 사업의 심사·평가등 관련 실무업무는 선진외국처럼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는 제3의 민간기구를 설립,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행 초기 투자해야할 시간적 여유나 예산 확보 등의 곤란으로 이의 2∼3년내 설립은 어려운 처지여서 기존 단체나 기관의 위탁운영 예상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평가의 주관이 가능한 곳은 대한병원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3곳. 이중 병협과 진흥원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병협의 의료기관 표준화심사가 의료기관 평가와 심사항목 등 유사한 점이 많아 통합운영이 용이하고 이렇게 되면 병원계의 부담경감과 호응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손꼽는다. 그러나 심사대상 병원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가 주관할 때 공정성과 객관성, 공공성 보장이 미흡, 평가결과의 신뢰도나 활용가치가 떨어져 국가 정책수립에 반영하기 곤란한 점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특히 현행 표준화심사를 받지 않고있는 비 수련 중소병원들은 별도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병협의 관계자는 평가의 심사항목 중 90%가 표준화심사와 중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평가와 표준화 심사 이 두가지를 별도 운영할 경우 병원들이 심사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어, 비협조와 집단반발이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현행 표준화심사에 연 1,000명이상 심사요원이 투입, 출장비만 연 9억여원이 넘고 g협회 행정지원을 금액으로 환산, 포함하면 20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병협을 배제한 운영이 예산 및 소요인력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통합운영의 경제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 평가의 자율성 보장이란 측면에서 병협 주관이 타당하며 병원들의 호응을 받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 및 객관성 미흡은 평가문항 또는 심사방법을 조정으로 개선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

한편 진흥원의 주관에 대해 관계자들은 복지부의 용역에 따라 지난 6년간 자체 개발한 190여 문항의 심사기준으로 의료기관 평가 시범사업을 해온 노하우 확보가 가장 큰 장점이지만 정부 투자기관인 만큼 자칫 정부가 의도하는 정책위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이유로 병원계가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비협조적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진흥원 관계자는 이 평가의 목적은 단순 평가에 끝나지 않고 궁극적으로 기존 국가 의료정책을 추적, 평가하고 그 순응도에 따라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도구역할을 하는 만큼 객관·공정성은 최우선 사항이라며 프랑스(정부관련기구)를 제외한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대만 등 선진 시행 국가들이 제3의 비영리 민간 독립기구가 주관토록 하고 있음을 예로 들고 있다. 이는 곧 진흥원이 제3의 민간기구 역할로 전환하기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그는 또 주관기구 설립형태는 향후 평가제도가 어떻게 자리매김 할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므로 전문성·객관성·공정성을 갖춰 신뢰가 확보된 평가결과 생산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이용자), 정부, 의료제공자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중립적 입장에서 중재, 조정하는 기능을 갖춰 특정 단체의 이해와 무관하게 독립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흥원 주관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심평원이 주관하게 될 경우의 장단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진료적정성 평가와 통합실시가 가능하고 보험자 단체에서 소요재원을 조달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보험재정안정화를 위주로 평가가 기울어질 위험성이 항상 존재함에 따라 의료계의 반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평가관련 전문성 확보도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이다.
복지부는 일단 심평원을 배제한 채 이제 병협과 진흥원중 양자택일에 비중을 두고 있는 입장과 또는 양자를 함께 참여시켜 일단은 대립을 피한 채 출발할 것인지를 곧 결정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복지부의 현명한 판단이 있겠지만 과도기라고 "전체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수준의 평가와 향상을 도모, 국민들의 이용시 불편을 개선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이 평가의 목적을 간과함으로써,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 이 평가의 기본요건인 객관·공정·공공·자율성 그리고 신뢰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이 평가결과가 공표,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열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수 의료기관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의료체계 선진화에 기여하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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