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산부인과학회, 모자보건법 개정안 토론회 개최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와 대한산부인과학회(회장 조태호)는 인공임신중절 허용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21일 의협 동아홀에서 개최했다.

특히 토론회에서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모자보건법 TF가 마련한 ‘모자보건법 개정가안’을 중심으로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산부인과학회의 개정가안에는 태아측 이상 즉 의학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 규정 신설이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김향미 모자보건법 TF 간사는 개정가안 설명에서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의 허용한계’ 조항과 관련, “현행 모자보건법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지만 배아 혹은 태아에게 선천성 이상이 있어 현재의 의료 수준에서 볼 때 출생 후 생존이 심히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개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가안에서는 14조 제1항 제5호가 현재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인 것을 임신 자체로 인한 합병증이나 내·외과적 및 정신과적 동반질환으로 인해 모체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했거나 초래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로 변경했다"고 했다.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와 관련해서는 선천성 이상은 원인을 불문하고 배아 혹은 태아에게 선천성 기형과 변형이 있거나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 중에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출생 후 생존이 심히 어렵다고 판단된 경우로 한다로 개정할 것과 절차와 기준으로 ▲인공임신중절의 허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차의견을 구할 것 ▲2차의견을 낼 수 있는 자는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인증하는 의료기관의 산부인과 전문의로 할 것 ▲무뇌아 등 진단이 명확하고 이견의 여지가 없는 경우 진료상 증거자료를 보존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단독으로 결정 가능 등이 제시됐다.

전종관 대한의학유전학회 산전진단위원장은 패널토의에서“태아측 사유를 인정하는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어떤 질병까지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쉽게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질병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박문일 대한산부인과학회 정보위원장은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의 개정안 중 현재의 의료수준이 의사들에게 의해 결정된다고 볼 때 의사들의 객관적 수준에 대한 판단차이가 있을 것이 우려되므로 이에 대한 방안 도출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이는 형법에서 규정하는 낙태죄의 부과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정보위원장은 14조 1항 제5호의 모체 건강 언급 부분에 대해서도 WHO에서 규정한 건강의 정의를 구체화해 ‘모체의 생명 또는 건강’을 ‘모체의 생명이나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까지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는 “시행령 15조 1항에서 사람을 배아 혹은 태아로 바꾼 것은 맞지 않다. 모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맞다”라며 배아의 정의를 명확히 할 것을 강조했다. 24주가 지나도 모체와 태아의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법에서 명시적으로 24주로 정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나경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배아병인적 적응요건에서 ‘생존불가능성’을 요건으로 하고 의료적-사회적 적응요건에서 산모의‘정신과적 질환’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배아측 의학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절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대한 조항을 신설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성의 ‘성찰적’인 결정이 있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못하다. ‘상담구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현아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문 상 명확성 확보를 위해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현재의 의료수준에서 볼 때 출생후 생존이 심히 어렵다고 판단이라는 부분에 대해 그는 의학의 발전 속도와 법 개정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문으로 생각되나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협과 산부인과학회는 이번 토론회에 이어 오는 7월 5일에는 ‘사회경제적인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에 관해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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