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2주년, 앞으로의 길을 찾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범사업을 끝내고 정식으로 운영된 지 2년이 됐다. 1주년 때는 사회 각층에서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제도를 참고해 만들었음에도 현실적인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적한 바 있다. 그 다음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는 어떨까.


가정부담, 재정, 고용의 성공이라 말하다/ 사진
- 한국보건정책연구원 세미나

유영학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제까지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 합격점을 줬다. 유 차관은 15일 한국보건정책연구원 조찬세미나에서 가진 특강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중반 공적부조제도를 구축하고 2000년대 초반까지 4대보험 제도를 구축했다"며 우리나라가 비교적 빠른 시간에 국민들의 보험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구축했고, 이것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영국, 독일, 일본 등이 1940~50년대 시작한 것에 비해 2000년대에 나온 "신상"이다"며 타선진국과의 비교에서 최근에 나온 성공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 차관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성공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우선 노인환자로 인한 가정의 경제, 심리적 부담의 감소다. 최근 조사결과에서 보호자의 심리적부담 91.7% 감소, 경제활동도움 95.2%, 사회활동기회 76.2%이 각각 증가했다는 결과는 유 차관의 말에 힘을 실어준다.

재정적 측면의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최근 예상보다 장기요양 등급 인정자의 증가추세가 둔화된 것에 힘입어 유 차관은 올해 500~1000억원의 흑자를 전망했고, 이제까지의 누적수지 흑자가 3234억원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재정도 1년간 1475억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요양보호, 간호 등 분야에서 여성, 중고령층의 일자리 제공에도 일조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2007년 말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만 2만3535명이었던 것이 2008년 말에는 11만 5633명으로 늘었고, 기타 관련업종 종사자 8624명이 추가됐다. 이런 추세는 2009년까지 이어져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21만7653명, 기타 종사자 1만57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유 차관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품질높은 서비스 제공 및 효과적 급여관리"라는 비전아래 서비스의 품질 제고, 안정적인 재정운영, 체감도 향상을 목표로 제도를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관리 개편, 장기요양기관 평가체계 구축, RFID 실시간 정보시스템, 불법부당행위 근절, 장기요양보험 보장성 확대, 치료-요양-지역사회서비스 통합 연계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요양보호사의 경우 하반기부터 시험제를 실시해 국시원에 시험관리를 위탁할 계획이고, 교육기관의 경우 4월 26일부터 연면적 하한 80㎡, 교육기관장 및 전임교수를 인력에 두는 것으로 최저 기준을 높였고, 허위서류 적발 등 중대위반행위 시에는 경고 없이 1차에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요양시설 평가에는 소비자 중심의 체계를 구축해 미국의 너싱홈(nursing home) 공개비교를 벤치마킹해 별점 등 이용자 참여제를 도입하고 평가에 따라 우수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재정의 추가절감을 위해 전체 복지용구 급여비의 70%를 차지하는 수동휠체어, 수동침대, 전동침대, 욕창예방 매트리스, 이동욕조, 목욕리프트 6종을 6월부로 대여제로 전환, 이를 통해 연간 1999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계도 덧붙였다.

하지만 유 차관의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적절한 처치와 균형있는 배분에 대해서는 "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적된 문제로는 판정지역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 점,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에 대한 법적 대책 부재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책이나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복지를 위한 정책, 노인의학은 어디에?
- 이해관계조율, 복지부의 지지부진함에 막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정책 시행 전후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고질적인 문제들을 품고 있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정책이 지속적으로 발전되는 가운데 노인의학은 초반에 주목받았던 것과는 달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환자의 등급판정에 사용되는 의사소견서가 대한노인병학회의 주도로 정책에 포함됐지만, 복잡한 내용으로 인해 1차 의료기관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하지만 현재 개선안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아직 이를 정책에 활용하거나 참고하겠다는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과 시설에서 나타나고 있는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가족의 선택"이라고 답할 뿐 의학적 판단에 대한 부분은 배제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물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의학적 처치보다 복지에 집중되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임상 전문가들은 노인환자 치료목적이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만큼 급증하는 노인환자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노인의학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노인의학의 필요성은 제도 시행 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아직까지 의대에서의 교육과정립, 전문의 인정의 제도 등에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는 관련학회 및 기관들 사이의 조율문제도 있지만 복지부에서 명확한 지침없이 "학계 내에서 의견이 통합된 후 논의하자"는 입장만 밝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노인의학에 관련된 학회가 우후죽순 식으로 생기는 것도 난항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책 및 임상지침에 전문가 그룹으로서의 목소리를 모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이지만 작년 대한노인신경의학회, 올해 대한노인재활의학회를 비롯 다양한 학회 및 협회들이 생기고 있어, 관심은 커지지만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에 왔다.

대한노인병학회 전민호 보험이사(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별개로 노인환자를 위한 수가를 현재 상황의 타개책으로 제시했다. 노인환자 진료에는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필요성만으로 움직이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노인환자에 대한 가산제가 있지만 노인기능평가의 수가도 초진, 재진비에 포함돼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 이사는 노인재활의학과, 노인신경의학회 등 노인병 관련학회 보험이사들과 논의를 통해 방향을 잡을 계획이지만, 노인환자 진료와 보험료에 대한 근거자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논의가 움직이고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
원장원 교수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전민호 교수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이해관계를 넘어선 협력이 필요하다
- 최현림 대한노인병학회 회장(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2주년을 맞이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정책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노인의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이에 대한 의견을 대한노인병학회 최현림 회장에게 물었다.

우선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 최 회장은 "이 정책이 복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환자 쏠림현상은 이들을 구분하는 의학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책 시행 후 요양병원들로 전환하는 의료기관들이 많아져 애초에 걱정했던 등급인정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는 확보했지만 지역적 편중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안게됐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으로 전환한 의료기관들도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 시행과 함께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높은 비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요양시설 역시 경영난으로 인해 운영하는 주관기관에 따라 서비스의 질적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고, 요양보호사의 인격 및 일자리에 대한 문제도 경영난에서 기인한다"며 경영난 문제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의 입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노인의학 교육과정의 부재다. 최 회장은 "최근 노인의학에 관련된 학회가 많아진다는 것은 관심과 필요성이 증대됐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질적인 교육과정 논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정리했다.

일부 의대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관성과 보편성이 떨어지는 상황이고, 대한노인병학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정의의 경우도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의학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우선 학계에서 통합된 시스템에 대해서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이다. 대한의학회도 애초 26개 분과전문의 이외에 다른 인정의 제도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에서 통합학회의 인정의 제도에 대해서는 생각하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타 학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인의학 관련 인정의 제도의 통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정부에서 적절한 제도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학회의 정책방향에 대해 승인하는 형태로 노인의학 전문의와 함께 50여개의 내과 전문의가 있고, 미국은 각 분과에서 펠로우(fellow) 제도 방식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학회 운영과 별도로 행동하면서 명확한 입장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 회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노인환자들이 팀 진료체제도 활성, 보편화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질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진료가 보건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유관학회들과 정부 사이의 이해관계를 넘은 논의가 필요한 시급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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