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살펴보는 병원들의 수익성 개선 전략

병원은 서비스의 집합체로 구성된 만큼, 인건비의 비중이 높다. 고가 장비에 대한 투자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해서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원가 절감과 수익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하기 위한 ABC 원가분석 방법을 도입하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ABC(Activity-Based-Costing, 활동기준원가계산)시스템이란 활동별로 원가를 집계하고 활동의 발생 원인을 추적해 인과관계에 기초한 합리적 결과를 산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계정과목에 기초한 전통적 원가계산 방법으로는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산출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성과와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지원하는 기반 시스템이다. ABC시스템을 통해 산출되는 정보는 투자(채용, 장비 구입), 신규서비스 도입 , 프로세스 개선, 원가 절감, 자원관리 등 경영의사결정에 사용된다.

이중 병원계에 많이 진입하고 있는 갈렙ABC는 원가 분석을 넘어서 병원간 벤치마킹을 통해 진료과 경쟁력을 분석하고, 타병원 벤치마킹을 통한 정보 산출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 발표된 사례를 몇가지 소개한다.

건국대병원, 수술실 등 프로세스 개선

건국대병원은 수술실, 분만실, 건강증진센터 등에서 프로세스 개선으로 수익성을 높였다.

수술실의 경우 외래 수술실을 운영 중인 일부 진료과에서 활용도가 낮았으며, 자원이 많이 소모되는 중앙수술실 이용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했다. 따라서 외래수술이 가능한 경우에는 외래에서 수술예약 후 외래 수술실을 이용하도록 개선했다. 이로 인해 수술스케줄에 대한 효율성 향상과 의료진의 자발적 개선 의지 확산, 자원의 효율적 이용, 원가 절감 및 수익성 향상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분만실은 응급실을 거치는 것에 대한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원래는 분만을 접수하면 응급실을 거쳐 응급관리료가 발생하고 응급실 기본검사를 시행했으나, 개선 후에는 산부인과로 바로 접수해 야간재진료가 발생하는 대신 응급실 진료 패스에 따라 응급실 인력의 업무경감, 응급환자로 인한 산모 불편 최소화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산모 대기시간이 감소하고, 분만실 가동율도 제고할 수 있었다.

얼마전 확장한 건강증진센터의 목표수익 및 손익에 대해서도 적정한 원가 정보를 부여했다. 따라서 확장 후의 손익분기점을 도출하고 연도별 목표수익을 제시해 손익분기점을 추정하고 투자에 대한 활성화 정도를 평가 지표로 활용했다. 목표 의식 고취를 통한 수익성 제고와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신규장비 투자 의사결정에도 원가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데, PET-CT 도입 이후 검사건수 증가를 위한 운영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됐다. MRI 신규 도입에 대해서도 장례식장 빈소를 MRI실로 변경시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신규 도입시에는 일평균 목표 건수를 설정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울산대병원, 정신과 입원 병동 재배치

울산대병원은 정신과 입원 수익성을 개선했다. 정신과 외래의 경우 흑자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입원의 경우 만성 적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울산대병원이 타병원과 입원 손익을 비교결과, 환자 1인당 병동 수익에 있어 D병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병동 수익 증대방안 필요한 것으로 결론냈다.

특히 병상 수에 있어서 차이는 없지만 D병원과 재원환자와 실입원에서 큰 차이를 보이면서 재원일수, 병상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재원환자의 영상, 진검 등 검사수익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여 세부 수익 분석을 시행했으며, 처방 누락에 따른 수익 누락이 없도록 전공의 교육도 철저히 진행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눈에 띄는 것은 병실변경안이다. 격리실 2실, 3인실 8실, 6인실 1실, 총가동병상 30병상에서 격리실 2실, 2인실 6실, 6인실 2실 총가동 24병상으로 수정한 것이다. 2인실 상급병실 차액 일 6만원으로 가정하고 가동률을 90%로 예측했을 때 연 2억3600만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일산병원, 신규수가 생성에 원가분석 활용

건보공단 일산병원은 신규수가 생성시에 ABC를 활용하고, 심사팀에서 원가자료 첨부를 요청하게 했다. 예를 들면 정형외과 초음파는 진료과에서 산출한 예정수가(3만원)보다 원가 (3.5만원)보다 상회하게 나타나면서 이를 조정했다.

손익 분석 자료를 토대로 일반검진도 확장했다. 7월부터 인근 건물(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 1개층을 5년간 임대하기로 결정해일반검진센터, 의학연구소 등이 입주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대한 이익이 올해 2억 7167만8985원, 내년부터는 4억7442만3531원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외래시간 준수로 추가 진료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외래진료시작 시간 준수를 통해 비용 절감을 시도했다. OCS상 외래진료시작 시간 추출시 오류를 발견하고, 외래간호사, 교수 등의 진료실 입실 시간을 수작업으로 입력해 외래시작 시간 관리와 교수 근태 관리에 돌입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세션만 모니터하고 시행 1년 경과한 이후, 정시 준수율이 30%에서 70%이상으로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환자의 진료 편의 확대는 물론, 진료시간 준수에 따른 환자 추가 진료가 가능해졌다.

원광대 산본병원, 수익성 저조 클리닉 폐지

원광대의대 산본병원도 ABC 운영을 통해 수익성이 저조한 비만클리닉, 가정간호사실을 폐지했다. 월별로 원가계산 활용 실적을 보고하고, 장비 및 인원 충원시에는 원가계산 결과를 첨부해 월별, 분기별, 년도별 원가계산을 보고한 것이다.

주요 이슈 사항으로는 건강증진센터 인력의 파견근무를 통한 인건비 절감, 비수기에 직원 1인당 30%할인 쿠폰 2매 지급해 포상금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며, 외과에서는 개원의 원장들과 유대관계 형성 및 연수강좌 강의 지원을 통한 진료의뢰협력 증가 방안이 검토됐다.

물론, 이같은 수익성에 대한 연구가 마냥 바람직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비용과 수익의 측면으로만 계산하게 되면 환자를 "짧게 더 많이" 보는 박리다매식 진료와 불필요한 검사를 양산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한 수익성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 필요한 필수의료와 같은 진료과목의 경우에는 무리한 수익성 분석이 오히려 의료수준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원가 이하의 수가와 병원간 치열한 경쟁으로 앞으로 병원들의 원가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생존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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