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공의가 자살했다. 지난해 전공의 지원 기피 문제 등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수가를 100% 인상했지만 막상 수련 중인 전공의가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자 단순히 수가 인상만으로는 각 임상과가 안고 있는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책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산부인과 자연분만 수가를 50% 가산하는 반면 병리조직검사 수가는 현행보다 절반 이상 인하키로 하면서 수가인상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 7월이면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에 대해 가산과 감산이 새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병원의 전문과목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수가인상만이 답인가
의료계가 매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제는 수가현실화다. 현재의 수가로는 정상적인 경영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건보재정은 한정돼 있고,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대한 문제 등으로 인해 의료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왔다.

이에 따라 다양한 시각을 갖고 총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왔고 또 여러 제도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7월 대폭 수가를 인상했던 외과와 흉부외과를 살펴보면 의원-병원급은 실질적인 진료수입 증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과 부분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복지부가 지난달 말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에 보고한 "외-흉부외과 수가 인상 효과"에 따르면 7월부터 총 518억원이 투입, 종합전문요양기관(44개) 321억원, 종합병원(271개) 152억원, 병원(1284개) 22억원, 의원(외과 1044개, 흉부외과 47개) 23억원이 지급됐다.

이를 기관당으로 보면 종합전문요양기관 7억2000만원, 종합병원 5000만원, 병원 171만원, 의원 210만원이다. 전공의 지원 기피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지만 대형병원으로의 집중현상이 더욱 뚜렷해져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다만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27.6%에서 47.4%로 상승한 긍정적 효과도 눈에 띄었다.

수련환경은 나아졌다. 외과 수련병원 100곳의 실태조사에서는 93곳이 수당을 인상 지급했고, 23곳은 전공의 후생복지를 위한 추가 지원이 있었다. 59곳은 전공의를 위한 보조인력을 충원했다.

흉부외과의 경우엔 61곳 중 53곳이 수당을 지급했고, 11곳은 의료사고배상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수가인상분의 사용에 대해선 각 수련병원과 학회의 입장이 서로 달라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건정심의 결정으로 자연분만 수가가 가산된다. 올해 7월 25%, 내년 7월 25% 등 2단계로 나눠 적용하기로 했으며, 3년후 가산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건정심은 2001년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이후 의원급을 중심으로 분만가능한 산부인과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임산부의 의료접근권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점과, 24시간 전문의와 마취의사 간호사 대기 등 분만실 유지를 위한 인적, 물적 투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현실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관내분만율, 의료기관 접근성 등을 고려해 분만 취약지역을 선정하고 산부인과 설치, 산전진찰, 응급이송 지원 등 임산부 의료접근권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가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인상 반대
이러한 수가 인상에 대해 의료계는 기본적으로 환영하고 있으나 다른 전문과목 전문의들은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의협이 분만수가 인상 방침이 통과되자 곧 보도자료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힌 것과는 달리,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입장에서 특정 과목에 대한 인상이 이어지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추론이다.

한 병리학회 회원은 "어렵다고 알려진 특정과에 대해 정책적으로 조정을 한 것에 대해 불만이 없지만 병리조직검사에 대해 수가인하를 한 것은 병리과를 더 어렵게 한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건보재정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의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도 "ENT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재정때문이라지만 전반적으로 건보수가 체계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오죽하면 장례식장과 식당이 병원을 먹여살린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우는 아이 떡하나 더 준다고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민주노총 등 8개 가입자단체는 자연분만 수가 50% 인상 결정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준비하는등 반대 운동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외과 분야 건보수가 인상시 건정심이 부대사항에서 "상대가치점수 가산을 통한 수가인상 지양할 것"이라고 했다며, 또 다시 수가인상을 해주는 편법적 사례가 연달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분만수가를 인상하면 산부인과 회생을 장담할 수 있나"라면서 "분만취약지인 농촌에 얼마나 재정이 들어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산부인과의원과 전문의가 줄어들면 분만취약지인 농어촌의 타격이 더욱 심화된다"며, 분만수가 인상을 통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흉부외과학회 안 혁 이사장(서울의대)은 "전공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하여 단순히 수가를 인상한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수련후 일할 곳이 없는데 수련기간 중 돈 몇푼 더 받는다고 전공을 선택하는가"라고 총체적인 검토와 개선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제 아랫돌 꾀어 윗돌 괴는 정책에서 벗어나 건보재정 파이를 키워나가는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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