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객을 위한 병원문화 및 대표음식 매뉴얼" 설명회

의료관광은 관광 요소인 "즐거움의 추구" 및 "숙박과 외식의 추구"라는 2가지 필수 요소에 치료 또는 치유라는 의료행위가 결합된 것으로,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환자식은 의료관광 전체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경우 대부분 외국인 환자 급식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다른 나라의 식문화와 식습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다. 환자식을 직접 조리하는 영양팀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다양한 식문화와 식습관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때마침 한국관광공사 의료관광센터의 지원으로 세종대 조리외식경영학과와 숭의여대 식품영양학과 공동으로 정보가 부족해 애로사항을 많이 겪고 있는 중동, 러시아, 몽골, 아세안에 대한 식문화 및 주요 환자식 메뉴개발과 종교에 따른 관련 연구를 진행, 지난 18일 "의료관광객을 위한 병원문화 및 대표음식 매뉴얼" 설명회를 가졌다.

연구팀은 국내외 문헌조사와 식습관 조사, 싱가포르 병원 방문을 통해 병원 환자식 제공현황을 조사한 다음, 환자식 개발에 대한 방향을 설정했다. 외교사절과 원주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대상국가별 6가지 메뉴를 선정해 메뉴테스트를 실시한 후, 식재료의 조달 가능성, 조리 편리성을 기준으로 최종 메뉴를 결정했다.

중동, 돼지고기·오징어 등 금기음식 유의


중동국가는 사우디,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 바레인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 아랍 음식은 영양가는 높고 콜레스테롤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굽는 형태가 가장 많으며, 각종 샐러드가 식사 때마다 상위에 오르며, 요구르트와 치즈도 마찬가지다. 허용된 음식은 "할랄"이라고 불리며, 금지된 음식인 "하람"은 돼지고기, 술, 오징어류, 장어 미꾸라지, 갑각류 등이다.

알맞은 식단을 짜보면 파키스탄 쌀에 계피를 넣어 지는 흰밥인 아라빅 스타일 화이트 라이스(사진 Arabic-Style White Rice)에 오이, 상추, 적채 이외의 녹색 채소 등을 수막, 올리브유와 레몬즙, 구운 피타브레드를 넣어 만든 샐러드인 파투쉬(Fatoush)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Sumac"이라는 떫고 신맛이 나는 향신료를 사용하면 더욱 현지 입맛에 가까워진다.

피타브레드(Pitta Bread)는 밀가루에 이스트를 넣어 반죽해서 둥글고 얇게 밀어 돌판에 구운 빵으로 요거트나 샤워크림을 발라 먹는 것이다. 시리아, 레바논 등 각 아랍국에서 보편적으로 먹으며, 여기에 양고기 구운 것을 곁들이면 좋다.

러시아, 추운 날씨로 고열량식 발달

러시아는 추운곳에 위치해 열량이 높은 음식이 발달해 왔다. 빵에 속을 넣어 튀기거나 쌀에도 기름을 듬뿍 넣어 조리한다. 빵을 주식으로 하면서 스프가 발달해 있고 고기를 많이 먹는다.

이때 고기양념은 소금 후추 정도만 해서 고기맛을 살리는 게 좋다. 감자는 제2의 빵으로 불릴만큼 흔히 식단에 오르는데, 생채소가 구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저장채소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와 여러 가지 채소들을 함께 볶은 요리 샬란까(Solyanka), 쇠고기와 채소를 쌀과 함께 섞어서 지은 밥인 쁠롭은(pilaf)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야채볶음, 볶음밥과 유사하다. 보르쉬(사진 Borsh)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수프로 비트가 들어가 붉은 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몽골, 고기맛 그대로를 살린 육류 즐겨


몽골은 음식의 종류, 식재료, 만드는 순서 등이 간단한 것이 특징이다. 이동에 불필요한 것은 삶에서 제거해 버리는 유목문화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유제품은 200여종 이상에 달할 만큼 다양하며, 수태차로 불리는 우유를 넣고 증류하는 차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즐겨한다. 다른 음식은 양념 사용이 특히 적으며, 소금과 후추 정도로 간을 하고 고기 맛을 그대로 살린 육류음식이 대부분이다.

튀긴 고기만두로 쇠고기 다진 것에 만두를 빚어 당근을 곁들여 내는 음식인 호쇼르(Khuushuur), 밀크티에 작은 만두를 넣어 끓인 것으로 쇠고기는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사용해 다지는 반시태 채(Banshtai Tsai)가 대표적인 러시아 음식이다. 운드그태 비프스텍(Beef Steak)는 달걀을 얹은 비프스테이크로 대체로 고기맛을 살린다는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아세안, 말레이시아 등 타깃국가 특성 유의

아시아 국가의 경우 아세안 10개국 중 우리나라 의료관광 대상국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4개국의 음식을 선정했다. 싱가포르는 퓨전음시의 천국이며, 말레이시아 음식은 아랍 음식 처럼 할랄과 하람으로 구분된다.

나시고랭(사진 Indonesia Fried Rice)는 해산물,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 각종 채소와 함께 넣어 볶아 만든 볶음밥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 전통요리이다. 께링 뗌뻬(Fried Tempe)는 두부와 함께 바싹하게 튀겨 새콤달콤하게 맛을 낸 요리로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좋다.

싱가포르병원 요리사는 특급호텔 연수

연구팀이 의료관광객이 많은 싱가포르를 답사한 결과, 창이(CHANGI)국립병원이 환자식 분야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계 환자들이 입원을 해도 다양한 환자식 요구를 맞출 수 있도록 10명이 요리사들을 특급호텔에서 연수시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병원은 전날 주문을 받아 주문된 환자식을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종교별로 4가지 라인을 나누어 종교에 따른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래플즈(Raffles)병원은 병원내 외국인 입원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메뉴판을 별도로 준비해 제공하고 있다.

책임연구원인 세종대 이애주 호텔관광대학장은 "모든 사람들이 방문을 해도 불편함이 없도록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충돌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환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좀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의료관광을 즐길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기술을 신뢰하는 아랍 환자가 처음으로 찾아왔다면, 병원으로선 분명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당장 그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어떤 환자식을 제공할 수 있을지 막연하며,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알지 못하는 병원이 대다수이다. 이럴 경우 사전에 몇가지 대표적인 식문화와 식단을 익혀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병원에 온 한명의 환자가 다른 아랍인을 더이상 우리 병원, 우리나라로 발길을 끊게 할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상세한 식단과 조리법을 담은 "의료관광객을 위한 병원문화 및 대표음식 매뉴얼"은 관광공사에 의뢰하면 받을 수 있으며, 연구팀을 통해 교육도 전개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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