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량감소·오리지널증가·구조조정 전망

리베이트 쌍벌제 후폭풍으로 영업사원들의 병의원 출입금지가 늘어나면서 제약사들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이다.

의사회가 제약사 영업사원의 출입을 금지시킨건 지난 4월 30일. 이날 김해시의사회는 특별공문을 내고 전 제약사 영업사원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후 구로구의사회(5/4), 경남의사회(5/12), 대전시의사회(5/14), 경기도의사회(5/15)가 동참하며 점차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21일 현재 출입금지 시도의사회는 이들외에도 충남, 경북, 전남, 전북, 광주, 충북 등 모두 9곳으로 늘어났다.

또한 서울시 내에서도 구로구 이외 상당수 구의사회가 영업사원 출입금지에 동참하고 있다.

종합병원에서는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삼성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3일 전국의사대표자 회의가 열린 이후 몇몇 의사회가 동조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추가도 예상되고 있다.

22일 열린 시도의사회장협의회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의료계 대응방안을 논의, 영업사원 출입금지령을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다만, 공식 발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의사단체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은 지난 4월 28일 리베이트 상벌제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따른 항의표시지만 돌연 제약사들이 타깃이 된 것은 일부 회사가 정부에 쌍벌제를 적극 건의했다는 데에 따른 시각도 기인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길어지면서 제약사들의 피해도 점쳐지고 있다. 우선 가장 큰 피해는 제네릭 등의 처방량 감소다.

병의원 영업의 핵심이 지속적인 방문이라는 점에서 맥이 끊어지면 금방 다른 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규 내원환자들의 경우 제약사 영업행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은 "영업행위가 끊기면 의사들의 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멀어지게되고 결국 잘 알려진 약을 처방하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성토했다.

오리지널 처방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병의원 영업력은 국내제약사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대표성이 있는데다 약을 브랜드화 해놓았기 때문에 기억하기가 쉬워 선택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는 것.

반면 국내제약사들의 제네릭들은 브랜드화보다는 성분명이나 제품명을 조합해 어떤 약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많아 영업사원들이 알려주지 않으면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지속적인 방문영업이 필요한 것도 이때문이다.

숙명여대 이의경 박사는 "영업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 의사들이 품질이 우수한 약을 스스로 찾아 써야하는데 이경우 상당수가 오리지널 약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변화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처방감소와 함께 각종 정보수집도 어려워져 영업전략 수립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업사원들이 병원에 가면 제품정보를 알리는 것은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대부분이 의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타사의 영업정보를 얻고 나아가 주변 의사들의 처방정보, 트랜드, 환자반응 등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특히 자사약 처방량은 물론이거니와 타사 영업정보등도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정보공유는 상호 신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출입이 금지되면 대화는 물론 정보공유도 단절되기 때문에 향후 영업전략 계획을 세우는데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영업사원 출신의 한 마케터는 "영업사원의 생명은 정보수집인데 단절은 정보통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출입금지건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장기화될 경우 제약사 구조조정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영업사원은 회사의 돈을 벌어다주는 가장 중요한 직원들인데 이들의 갈곳을 막는다는 것은 일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결국 영업손실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0명 이상의 영업사원을 보유한 대형제약사들의 피해는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때문이라도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하루빨리 철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제약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 영업사원 방문금지행위가 제약산업을 위축시키는 일로 확대되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현재 일부제약사중심으로 구조조정 움짐이도 보이고 있어 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철회를 해야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의사들도 영업응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제약사들도 새로운 방식의 영업과 마케팅툴을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이 언제까지 출입을 금지시킬지 당분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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