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진출은 걸음마

중국의 의약품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부터 건강보험개혁이 시행되면서 의약품의 잠재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개혁이 전국민의료보험을 주 내용으로 하는 만큼 저렴한 의약품이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이는데 양질의 제네릭이 강점인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사들은 중국 시장 개척에 잘 준비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본지가 국내 제약사들의 중국진출현황을 통해 향후 과제를 분석해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진출한 제약사수도 턱없이 부족하고 품목도 제한적이다. 아직 처방약 시장의 롤모델도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국내 제약사들의 중국진출 수준은 양적·질적에서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제약사는 광동제약·녹십자·대웅제약·대한약품·중외제약·유한양행·동아제약·삼천당·신풍제약·LG생명과학·SK제약·일양약품·한미약품 등 13곳 정도다(무순). 이는 전체 회원사 비중의 8% 정도인데 그것도 상위 회사에 몰려있다. 바이오 벤처를 합쳐도 15곳이 넘지 않는다.

이처럼 진출이 적은 이유는 인식부재, 까다로운 규제, 중국진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진출을 하지 않은 한 국내 중견 제약사 개발무 임원은 "여러가지 규제가 까다롭고 시장성공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는 다른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또 정보부재 탓도 적지 않다. 현재 중국의약품에 대해 인허가 정보와 시장정보, 질환군별 시장규모 등을 시원스럽게 분석해 놓은 보고서가 없는 상황.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한국제약협회가 중국제약협회(CPIA)와 MOU를 체결하고 부랴 정보수집에 나서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중국시장이 진출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내는지 아직 모르는것 같다"면서 "중국의약품 시장의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전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회원사들의 수도 부족하지만 품목이 제한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하고 되고 있는 국산 의약품은 상당수가 일반의약품이다. 각종 MOU나 라이센스 계약 소식으로 다양한 전문약이 팔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마이마이(한미약품), 이탄(기침제거제), 메찬앙(정장제), 대웅제약(우루사), 겔포스(보령제약) 정도로 국내에서 인지도 있는 일반의약품 정도가 팔리고 있는게 현재 중국시장진출의 현주소다. 그나바 박카스나 비타500은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의약품시장에도 포함이 안된다. 일반약과 식품 모두 합쳐도 10품목이 채 되지 않는다.

처방시장의 핵심이 될 전문의약품은 3~4개가 고작이다. 대표적인 것이 푸넘(중외), 플루오토메톨론(삼천당), 일라프라졸(일양) 등이 있지만 시장점유율이 낮고 일부는 이제 막 판매되기 시작한 제품들이어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한적인 품목 구조로는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의약품도 지금수준보다 10배이상 대폭 늘려야하고 개량신약 등으로 중심으로 전문의약품도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의약품에도 서서히 시동을 걸어야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미약품 김맹섭 소장은 처방약 시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회사와 외자사의 차별이 심하지만 급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진출해야하는 알토란 같은시장"이라면서 "임상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개방적 사고방식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산 신약등을 중심으로 임상 시험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시판을 목적으로 임상중인 의약품은 모두 10품목. 스티렌, 에피루비신, 고나도핀, 클레부딘, 레바넥스, 제미클립틴 등이 있으며 이밖에도 각 제약사별로 개량신약 임상도 진행중이어서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바이로메드의 김선영 대표는 "자칫 안일하게 대처하면 향후 중국시장을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제약사들이게 빼앗길 처지에 놓일 것"이라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중국이 얼마나 가능성이 큰 시장인지 인식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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