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삶의 질에 눈 돌려야"

- 김 범 생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 그리고 이들을 돌보는 간병인들은 힘들다. 환자가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환자가 원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정부가 제2차 치매종합계획 추진의사를 밝히고 치매와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대한치매학회 김범생 이사장(가톨릭의대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신경과)은 치매환자들이 오히려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정부차원에서 치매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들이 지원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를 직접 돌보는 가족·간병인의 고생은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 치매환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소위 "정신나간 소리"로 간주되어 무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김 이사장은 의사의 역할을 단순히 "약물을 처방하는 사람"에서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전문가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치매학회는 일본학회 및 관련기관과의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개호보험, 너싱홈(nursing home) 등 치매환자를 비롯한 노인 정책을 먼저 실행한 일본을 역할모델(role model)로 삼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일본과의 교류가 현재 치매 정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약물 외 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현재 치매 판단기준으로 인지기능검사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태도, 교육수준, 일상생활환경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검사만을 통해 치매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 이에 대한치매학회 학술위원회는 더 나은 인지기능평가를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치매의 치료보다 치매환자의 관리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아직 치매의 원인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병증들은 고령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지만, 이제까지 원인으로 주목되던 뇌내 아밀로이드 침착도 염증성 이론 등 다른 원인들로 인해 도전받고 있다. 또 여러 치료약물들이 임상시험 중이지만 실효성이 밝혀지지 않아 아직 치료약물의 등장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재가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에서 환자들이 가장 만족했던 부분이 목욕으로 나타났고 이를 기반으로 이동목욕 서비스가 시행된 바 있다"며 환자의 욕구에 맞춰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정부 정책의 보완을 위해 학회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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