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 보완해 의사 교육 선도의 기회로

올해 의사국시 실기시험은 처음 실시됐던 지난해의 문제점이 한층 보완돼 치러질 전망이다. 지난해 출제수준과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최근 문제를 재평가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새 표준화환자(모의환자)에 대한 면접도 진행하고 있다. 보통의 식견을 가지고 있으면서 연기를 잘하면 좋으며, 의료계의 인물이라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표준화환자 역할을 했던 이들중 다시 하겠다는 인원이 85%에 달하지만, 인력풀을 만들어 두기 위해 작년 선발인원의 절반가량을 추가로 선발하고 있다.

그러나 실기시험에 불합격한 학생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 첫 시험의 진통을 겪고 있기도 하다. 실기시험에서 탈락한 학생은 총 응시자 3456명중 4.8%(167명)에 이르며, 이들은 실기시험 때문에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급기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달 14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불합격한 학생들의 불만은 미국과는 달리 실기시험이 1년에 한번 밖에 없어 불합리하다는 것, 채점자가 의대 교수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것, 시험 문제에 따라 학생들이 느끼는 난이도가 다르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재판으로 진행되며, 복지부와 국시원측 변호사가 변론을 담당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국시원 김건상 원장은 "실기시험은 의대·의전원학장협의회와의 협의를 거친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소송으로 실기시험이 철저한 평가와 채점방식을 통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데 긍정적인 역할로 작용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시험이 끝난 이후 불합격한 학생이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나, 학생들이 승소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토대로 정답이 두 가지라고 논란이 제기되면, 사전에 정답으로 인정해준다고 공지한다. 그러나 이번 실기시험에 대한 이의제기는 몸이 부은 환자에 대해 "소변검사를 지시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네", "아니오"라는 명확한 판단으로 점수를 매겼던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혹시라도 학생들이 실기시험 평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수 있지만, 커트라인 10점 내외는 채점위원들이 직접 재차 확인했기 때문에 오류를 막을 수 있었다.

물론, 송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더 나은 실기시험을 위해 고심 중이다.실기시험을 상시로 늘리는 방안에 대한 연구과제를 위해 "상시시험 연구팀"도 만들었다. 김 원장은 "실기시험 합격률이 높기 때문에 2회 치른다고 해서 합격률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제하고, "연구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올해 말이나 돼야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올해는 지난해와 같이 1회로 한정된다.

또한 상식선에서 할수 있는 질문에 대한 판단으로, 미국 역시 채점을 의대 교수가 아닌 일반인이 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김 원장은 "일당 1만원의 일반인들이 채점을 하고 있다는 일부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8시간의 트레이닝 받을 때의 교육료이며, 실제 시험을 치를 때는 20만원씩 지급한다"고 해명했다. 의대 교수가 일일히 긴 시간을 내기가 어려우며, 교수진이 채점할 경우 응시료만 올라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난이도에 대해서도 문제은행 중 임의로 선정되며, 문제별로 합격선을 정하기 때문에 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소송과는 별도로, 첫 시험치고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의학계 교육학층이 두터워지는 동시에, 실기시험에 헌신적으로 활동해오던 한양대병원 박훈기 교수는 최근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실시돼 인근 국가들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대만 고선부(고시선발관련부처) 장관도 다녀갔으며, 대만은 한국을 모델로 2012년 실기시험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시험기간에 국시원 직원들이 문제였다. 채점인력이 오전 7시부터 오는 관계로 일찌감치 출근하고 시험이 다 끝나는 시간인 6시 이후부터 정리를 하면 오후 9시 이후에나 퇴근하는 일이 51일간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올해는 토요일 시험을 없애고, 월요일 첫 사이클을 없애는 대신 시험기간이 4일가량 늘어났지만, 직원들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그러나 의사국시에 대한 획을 긋는 역할을 한 만큼, 국시원의 사명감은 대단하다"고 자신했다. 이밖에 수험생을 위한 대기공간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며, 조금이라도 일정이나 내용이 변경되면 학생들에게 즉각 공지할 생각이다.

김 원장은 "전문의 시험을 20년동안 맡아왔지만, 의사가 아닌 역할에서의 새로운 경험,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회고하며 "의료진간, 국가간 국경이 나날이 없어지는 전세계적인 추세에서 우리나라가 의사교육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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