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대·중앙대 용산병원 내분비내과 안지현 교수


올해 CPX 준비 가이드

지난 의사국가고시는 여러모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 의사국가고시에 실기시험인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와 OSCE(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다.

주로 채혈, 심폐소생술과 같은 임상술기를 평가하는 OSCE의 경우에는 많은 학교에서 임상술기센터를 만들어 연습함으로써 어느 정도 대비가 됐지만, 모의환자 역할을 하는 표준화환자를 대상으로 의사로서의 전반적인 진료 능력을 평가하는 CPX의 경우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준비에 적잖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집필한 CPX 대비에 도움이 되는 교재 "미리 보는 CPX(이퍼블릭)"에 소개한 주요 내용을 토대로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수험생들에게 CPX 준비가 얼마나 어려운가?

CPX는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질병의 진단에 접근해 가는 과정을 평가하고자 도입된 시험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의사 관계를 더욱 중요시한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면담 과정에서 진단을 하기 위한 단서를 찾는데 몰두하는데 이 과정은 물론이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 전반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책을 읽고 암기하는 것만으로 적절한 대비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응시자 스스로 CPX를 잘 치렀다고 느끼더라도 평가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대부분 응시자들이 진단 찾기에만 집중하고 환자-의사 관계에는 소홀한 결과이다.

▶그러면 어떻게 CPX에 대비해야 하는가?

가장 효율적인 대비 방법은 실제 실기시험과 같은 상황을 반복 연습하는 것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교재만 열심히 탐독할 경우 필기시험은 잘 치를 수 있을지 몰라도 실기인 주행시험까지 잘 치르기는 어렵다. 운전면허학원에서 실제 시험장과 같이 준비된 코스를 여러 번 운전하여 몸으로 익히듯이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대비도 그러한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병원 실습을 통해 선배 의사들의 진료 과정을 참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환자를 직접 만나서 병력청취부터 진찰까지 모든 과정을 반복하여 익히면 더욱 바람직하다. 이런 의미에서 실습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환자를 통해 CPX의 모든 주제를 경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의 대안으로 2인 또는 3인 1조로 팀을 구성하여 환자와 의사 역할을 번갈아가며 연습해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 수험생끼리 환자와 의사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물론 연습만이 능사가 아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연습을 반복하면 안 좋은 습관만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시험을 위해 연습을 할 때에도 항상 옆에는 숙련자가 동승한다. 홈런을 잘 치던 야구선수도 일단 슬럼프에 빠지면 혼자서 배팅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타격 코치가 훈련 과정을 지도해 준다. 이와 같이 CPX 준비 과정에도 실제 진료를 하고 있는 선배 의사가 도와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환자-의사 관계의 경우 비의료인인 일반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보다 더 객관적일 수 있다. 진료의 과정에만 집중하면 환자들이 의사의 어느 자세를 불편해 하고, 또 편안해 하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질병의 진단은 잘 맞추었지만 환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로 설명하거나 환자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자기 말만 얘기하는 경우, 계속해서 다리를 떨고 볼펜을 돌리는 행동 등은 환자들이 불편해 함에도 불구하고 간과하기 쉽다.

▶ 수험생들이 실제 선배 의사들의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앞서 설명한대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실제 환자와 면담을 하고, 이 과정을 선배 의사가 모니터해 주는 것이지만 시간과 인력의 제한 때문에 계속해서 이러한 상황을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가능한 대안은 실기시험에서 예상되는 평가항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것이다. 같은 수험생끼리 서로 환자와 의사 역할을 맡더라도 객관적인 예상 평가항목이 있으면 충분히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인 준비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번에 출간된 ‘미리 보는 CPX"에 각 주제별로 문제 예시(상황지침)와 예상 평가항목(채점표)을 담았다. 또한 수험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모든 주제를 알고리듬으로 수록하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환자-의사 관계의 경우 수험생의 가족들이 채점표를 활용하여 평가자가 되어준다면 실기시험에 근접한 모의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CPX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CPX는 질병의 진단, 치료, 교육에 관한 응시자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별도의 사이시험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실제 면담 시간 동안 환자-의사간 교감을 형성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보다 중요하다. 시간에 쫓기어 환자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거나 시험 종료 벨이 울리기 전에 너무 일찍 면담을 끝내고 가만히 있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또한 진심이 묻어나지 않는 과분한 친절, 반대로 너무 사무적인 태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CPX 준비는 결코 쉽지 않지만 앞서 설명한 내용에 유념하여 준비한다면 한결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다. 환자의 입장으로 병원을 찾았던 가족들에게 모의 채점표를 전해주고 환자 역할을 부탁해 보기 바란다. 여러분의 가족들은 수험생 스스로가 편안한 의사로서의 모습을 갖추었는지 좋은 대답을 해 줄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