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전담간호사, WOCN


정부는 2006년부터 종양, 마취, 노인, 아동, 임상, 감염, 가정 전문간호사 국가인증제를 시작했다. 국가인증 전문간호사는 아니지만 장루 분야에도 상처·장루·실금 전담간호사가 있다. 이들은 주요 대형병원에서 개설한 3주 가량의 WOCN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수료증을 받은 자들로 200여명이 과정을 수료했고, 50여명이 전담간호사로 활동중이다. 병원내에서 장루 전담간호사라는 최초로 부여한 곳은 세브란스병원이다. 1996년 대장암클리닉 김남규 교수가 시초가 되어 전담간호사 제도를 시작했으며, 현재 4명의 전담간호사가 근무중이다. 이들은 환자 상담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환자수뿐 아니라 병원 수익 창출의 역할도 하고 있다(그림). 역할을 보면 장루 수술 예정 환자에게 수술전 교육과 상담을 통해 장루 수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장루위치를 선정한다. 한편 수술과 동시에 자가관리를 위한 일상생활 교육과 합병증 상담 및 관리, 장루 재활로써 장세척 교육을 실시한다.

뿐만 아니다. 환자들의 말못할 고민인 성생활 상담까지 이들의 몫이다. 체면때문에 의사 앞에서는 말못하는 고민도 오랜시간 상담한 간호사 앞에서는 술술 나온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장루교실에서는 장루 위치별 체위 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장루환자를 위한 survivalship plan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생존이란 장애뿐 아니라 정신, 사회, 인간관계까지 되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환자들의 고민에 따른 컨설팅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지침 마련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 인력에 대한 수가도 문제다. 장루환자의 경우 질환을 넘어 사회생활, 성생활 등 환자 인생의 전반적 컨설팅이 필요하지만 상담시간에 따른 수가는 물론 상담환자 수에 따른 수가 차이도 없는 상황이다. 병원이 수술로 끝나는 장소가 아닌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재활의 장소임을 인지한다면 우리의 국가경제가 전담 인력의 전문화와 자부심에 대한 투자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획일적이고 불공정한 보험 기준

장루 소모품의 경우 피부보호판과 주머니를 주 2회(둘이 합쳐진 원피스는 주 3회)에 걸쳐 중증암환자는 5%, 기타 암환자는 50%의 자비만 부담하고 있다. 소모품의 가격이 피부보호판 6000원, 주머니 4000원 수준일 경우 각각 300원, 200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보험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상적인 식생활로 매일 배변을 본다고 가정할 경우 1주일간 소모품의 비용은 7만원으로 이중 정부가 2만여원을 보조해 주는 셈이다. 경제수준이 낮은 환자의 경우 보험횟수 제한은 일회용 의료기구인 주머니를 세탁해서 다시 쓰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실제 일부 환자들은 소모품을 락스 희석액에 빨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인 역시 문제를 지적한다. 특정 환자에 대한 보험급여 횟수 제한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장루환자의 40%는 피부 문제를 겪는데, 이 경우 짖무름 등으로 수시로 피부보호판 교체가 필요하다. 이런 환자에 일시적으로 보험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배변 조절이 어려운 소아에 대해서는 횟수의 제한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장루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소모품에 대한 보헙급여는 무제한 가능해짐을 악용해 입원 후 대량 제품을 받아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평원 측은 "보험재정 문제가 아닌 제품 허가사항에 2~3일 재사용이 명시되어 있기에 이를 기준으로 보험급여 기준을 만들었다"며 "필요한 수량을 충분히 급여 인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품 허가사항을 확인해 보니 피부보호판은 2~3일 사용이 가능하나, 주머니는 "일회용"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대장암으로 인한 장루수술이 아닌 기타 암치료 목적의 화학요법시 장피누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보험급여가 안된다. 암보다 고질병인 염증성 장질환(IBD)환자도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IBD환자는 젊은 연령대가 많고, 수술 후 장피누공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동일한 소모품일지라도 보험적용이 안된다. 심평원 치료재료 급여기준 담당자에 따르면 희귀병이고 소수이기에 지금까지 이런 환자에 대한 보험급여가 논의된 적이 없다. 이 같은 경우 관련 민원이 들어와야 검토대상이 된게 된다. 향후 환자와 의료인, 제품 판매업체와 정부의 조율을 통한 실질적인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또한 대장암 수술 후 장루환자의 경우 5년까지만 중증암환자로서 5%를 부담하고, 이후 재발 또는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 암치료를 안할 경우 중증환자 대상에서 제외돼 50%를 부담하게 된다. 한편 부착용 젤, 상처 보호용 파우더, 피부 자극 완충용 크림 등 기타 필수 소모품들은 보험에서 제외되어 있다.

지방 환자 관리 시스템

장루환자 관리를 위한 시스템은 도시와 시골 사이 확연한 차이가 관찰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시 지역은 대형병원내 전담간호사를 통한 상담과 물품 구입이 가능한 반면, 군 단위 이하 지역은 의료시스템 구축이 미흡하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다른 모든 질환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평생 장루를 가지고 사는 환자는 소모품을 통한 배변 관리와 이상상황시 상담인력 만으로도 일정부분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 의료법에 따르면 수시로 처방을 통한 소모품 구입을 위해 원거리 병원 문턱을 드나들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일부 지역 보건소가 맞춤형 방문보건사업의 일환으로 재정에 따라 전체 환자 또는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장루 소모품 무상 지급 및 상담을 실시중이다. 그러나 전담간호사가 아니기에 구체적인 상담은 어렵다. 시 보건소의 경우 지역내 대형병원과 연결해 상담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지만, 군 단위 이하는 전문 상담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전라북도 정읍시 보건소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본인이나 가족 또는 지역사회내 지원 요청을 받아 등록·재가암환자들의 서비스 요구에 맞는 가정방문 간호서비스를 개발했다. 보건소는 현재 말기암환자의 증상 및 통증조절에 필요한 마약성 진통제 투여와 욕창관리, 장루용품 무상 공급을 실시하고 있다. 장루환자에 대한 특수간호가 필요할 경우에는 정읍아산병원 가정방문간호팀에 의뢰해 WOCN이 상담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상담인력 부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재가암환자관리팀 김정옥 씨는 "군 단위 병원은 주변에 준종합병원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니 이 같은 시스템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및 보건소 방문간호사를 대상으로 WOCN 교육을 확대할 경우 상담의 공백을 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은 실제 지역 보건소와 협약해 교육과정을 개설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보다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병원별 제각각인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기관 국가인증제 및 전문간호사 국가인증제 도입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유사하게 CWOCN이라는 국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 평가기관인 WCET(World Council of Enterostomal Therapists)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 한해 국가시험 자격을 부여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해당 과정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장루 소모품 전달 시스템

2005년 정부는 장루 소모품 일부에 대한 보험급여를 시작했다. 그전에는 환우회가 물품을 구입하는 창구 역할을 했으나 보험급여 이후에는 병원에서만 구입해야 급여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제주도 환자가 제주도내 제품이 없어 자신이 수술했던 서울의 대형병원에 가서 물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물품 보관장소와 인력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데 이러한 시스템 도입 후 골치를 앓고 있다. 실제 기자가 취재차 세브란스병원 장루환자 처치실에 1시간여 앉아 있는 동안 처치를 받으러 들어온 환자는 2명인데 반해 소모품 구입 환자는 10여명에 달했다. 치료가 행해지는 병원이 상거래 장터로 북적거리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이윤진 상처·장루·실금 전담간호사(WOCN)는 "과거처럼 환우회가 제품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던지, 대리점 판매를 가능케 하는 것이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에 효율적인 시스템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장루제품 택배 발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환자 등록시 병원에 내원을 않고서도 전화를 통해 처방받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환자가 사용하는 제품정보가 담긴 제품카드를 발급한 후 원내에 전화로 제품번호만 읽어주면 제품은 판매업체에서 직접 발송한다(그림). 병원은 인력, 공간의 문제를, 환자는 시간, 비용, 이동의 문제를 해결했다.





위축된 환우회

국내 장루환자가 2만명에 달하는 반면 환우회인 한국장루협회 회원은 900명에 불과하다. 자신이 장루환자임을 숨기고 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통 환우회가 보험확대, 제도개선, 지원금 조달 등 정치적 기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장루협회 회원들은 환자중에서도 소외된 계층, 서로 기댈 사람이 필요한 이들이 모인 특성상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 고충을 토로하는 사랑방 기능만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소액의 정부 기부금마저 끊겨 사무실도 축소 이전했다. 협회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초기에는 정부지원으로 협회를 운영했으나 현재는 기부 광고 등을 통해 자립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후진국 환자에 대한 자체 지원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자립을 위해서는 시드머니 역할을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환자의 권익을 대변할 그룹도 시드머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크론병환우회와 장연구학회의 예를 보면, 장연구학회는 크론병 환우회 모임인 크론가족사랑회에 장소, 연자 섭외 및 인쇄물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회 회원들의 기부금을 환우회에 전달하는 한편, 학술대회시 부스를 설치해 기부금 모집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의료급여 확대 노력시 전문가로서 자문을 해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대한대장항문학회 김남규 이사장(연세의대 교수)은 "협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고민하는 한편, 정부가 관련법, 장애듣급 개정의견을 물어올 때 환자 권익을 위해 보다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향후 전문가들이 질환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토의가 필요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