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과 환자간의 원격진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 의료계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따르면,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가 허용된다. 재진환자이면서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등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 446만명이 대상이며, 원격의료시 대리인의 처방전 대리수령도 허용된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복지부는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보다 안전한 의료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는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국회 입법과정에서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환자와의 직접적인 진료가 아님에도, 처방전이 발행되는 것은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6일 국무회의 통과 이후 곧바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그동안 견지해온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의협은 "현행 대면진료와는 다른 새로운 의료체계로, 제도 도입은 의료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 올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제도 도입은 원론적으로 동감하지만,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도 도입에 따른 국민들의 의학적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반대 이유로, 충분한 검토와 시범 사업을 통해 환자의 안전성이 담보돼야 시행 주체인 의사들과 그 대상인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의협의 속마음은 개원가의 몰락을 우려하는 부분이 크다. 처음에 "조건부 찬성"을 내걸던 의협이 여러 개원의들의 의견을 받아 "무조건 반대"로 밀어붙인 것이나, 각 시도의사회 정기총회에서도 이런 입장은 확인된 바 있다.

의협은 "원격진료의 도입이 기존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특히 지역 접근성에 기반하고 있는 개원가 몰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제도 시행 주체인 대다수 의사들이 이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은 백지화하고 정부와 의료계, 학계간의 논의를 통해 재검토돼야 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에서는 의사들이 반대하는 제도를 억지로 추진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통과여부 결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협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복지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이렇게되면 계류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시범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의료사고 등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원격진료 의사가 의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 환자와 질환에 대해 실시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병원계에서는 내심 찬성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의협과 미묘한 신경전이 연출되고 있다. 다수의 병원들이 자신들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에 대한 원격진료에 적극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취약 계층에 한해 법안이 마련된 것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은 환자들에게 부대비용도 줄이면서 병원의 진료를 받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그동안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걸림돌이었다는 의료정보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 통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다수의 시범사업을 통해 진출한 만큼, 개정안 통과 이후에는 보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성정보는 지난달 의료용 다기능 측정기록 장치인 "하이케어 닥터유(MX-554)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내심 개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혈압과 혈당, 맥박, 12채널 심전도, 산소포화도, 체온 등을 측정하면 실시간으로 수집된 환자의 데이터가 전송되며, 원격지 의료기관에서 전송·분석된 정보를 파악 환자의 몸 상태와 치료 방안 등을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원종윤 사장은 "원격진료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MX-554 인증은 그동안 투자해 온 유헬스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컴퓨터는 지난달 원격진료 솔루션 "드림케어 플러스(Dreamcare Plus)"에 대한 GS(Good Software)인증을 획득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GS인증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근거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ISO/IEC 국제표준에 근거한 2개월간의 엄격한 기능 및 성능 테스트를 통과한 소프트웨어에 주어지는 국가공인 품질인증 마크다.

소재영 차장은 "인증을 통해 공공시장에서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상반기 중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한다"며 "개정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어 국가공인 품질인증 획득의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원격진료 어떻게 이용되나?

실제로 원격진료를 통해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가 밝혀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온 8건의 u-헬스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원격진료가 기존 대면진료와 비교해 서비스 이용 시마다 의료기관 왕복 교통시간이 평균 2시간 45분(왕복 교통시간 등 208.3분→43.4분) 절감됐다고 밝혔다. 또한 교통비와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원격진료 건당 평균 7만9000원의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인과 환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보통 이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평균 99.5%로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응답도 평균 99.6%나 됐다.

원격진료 사례를 살펴보면, 취약 지역이나 응급 환경에 의료서비스를 확대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충남도청·서산시·한국정보화진흥원과 공동으로 "충남시 서산시 U-헬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서산시 취약지역 주민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등 2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 1곳과 의원급 의료기관 2곳, 보건기관 36곳에서 원격진료를 실시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서산시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 이상이고 대부분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며 일부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 방문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불편 없이 거주하는 집이나 노인요양원, 인근 보건진료소에서 평소 이용하던 병원의 의료진에게 더욱 편리하게 의료서비스를 받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국방부 의무사령부와 기술협력 협정을 맺고, 원격진료 시스템을 공동 구축하고 있다. 시스템을 군 부대에 기증해 향후 군부대 GP나 낙도에서 군복무중인 장병들이 전력선통신(PLC)을 이용한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관호 전기정보망연구센터장은 "원격 시스템으로 군인들의 건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고 의료 전문가와 화상 진료가 가능한 원격의료시스템을 지원했다"며 "향후 군부대 분만 아니라 접근이 어려운 여러 지역의 환자들을 관리하는데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과 상계백병원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병원전 응급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협약을 맺고, 응급 환자 이송시 원격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에 오기 전 단계에서 응급환자 상태를 병원에 영상으로 전송, 전문의가 원격으로 응급의료지도를 할 수 있는 "병원전 원격화상 응급처치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김용봉 원장은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통해 응급환자의 소생률을 향상하고, 시민의 만족도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취약 지역이나 응급 환경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진료가 확대돼 일상 속에서도 편리한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개인별 주치의도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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