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이탈 쉬운 위치…새병원 설립 신중히

대구, 부산을 포함해 경상남북도로 압축되는 경상권에는 해운대백병원 개원 소식으로 술렁였다. 이후 6월 개원하는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에 대한 관심도 촉발되면서, KTX로 인한 수도권 유출 환자의 심각성을 더한 경상권 병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더욱이 속속 발표되는 또다른 병원 설립 계획과 경영 악화 소식에 위기감마저 감돌게 하고 있다.

부산 지역은 올해 개원하거나 개원을 앞두고 있는 병원이 많다. 우선 지난 25일 1004병상의 부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이 개원식을 가졌다. "Global Medical Leader"라는 슬로건과 함께 외상전문센터, 간이식센터, 로봇수술센터를 중점·육성해 나갈 계획이 발표됐다. 또한 암센터, 뇌혈관센터, 심혈관센터, 소화기센터, 간질센터,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척추센터 등 전문 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운영해 나간다.

부산 기장군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도 오는 4월 부분 진료를 시작, 6월에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304병상 규모로, 중이압 가속기 등 고가의 치료기도 도입되기 때문에 암 치료에 나서던 인근 병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 인접인 경남 양산시에도 200병상 규모의 부산대 한방병원이 지난 12일 진료를 시작했다. 병원측은 "양산부산대병원과 양·한방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 서비스에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 지역의 경우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이 성서캠퍼스에 새 병원을 신축, 이전하면서 최대 1000병상 확대가 예고되고 있다. 동산병원은 약 3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성서캠퍼스 의대와 간호대 앞 부지에 1033병상 규모로 2014년 개원한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현재 중구 대신동에 있는 병원을 그대로 두는 한편, 새 병원이 메인병원이 되고, 동산동의 제2병원은 특화병원으로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병원 병상은 다소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더라도, 500병상 이상 최대 1000병상까지 늘어나게 된다.

또한 올해 10월 대구 북구 학정동에 칠곡 경북대병원이 개원을 앞두고 있다. 국립대병원으로서 공공의료 고유 기능 제공에 중점을 둔 것으로, 초대원장에 유완식 교수가 임명됐다.

620병상 수준으로 암센터, 노인보건의료센터도 함께 들어서며, 2011년에는 어린이병원도 개원한다.

대구시 차원의 병원 설립 계획도 이어졌다. 대구시는 물론 정부, 대구가톨릭대, 대구한의대가 지원하는 양·한방을 결합해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통합의료센터가 올 7월 착공돼 2012년 말 완공된다. 난치성 질환을 앓는 환자를 위한 통합의료치료연구센터와 대체의학 및 요양서비스로 병을 치료하는 통합의료치유센터에 200병상 정도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사업비 1253원, 131병상 규모의 "심장수술전문병원" 설립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대구 심장수술 전문병원 설립 사업안" 예비타당성 조사서를 지난해 12월 복지부에 제출, 현재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에 있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과 연계해 우선적으로 이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 한해 심장수술 전문병원에서 시술을 받게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복지부 주도의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 발생시 조기 진단, 응급진료 등의 전문진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심장수술 전문병원은 급성심근경색증이나 뇌출혈 환자 가운데 심장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수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밖에 한국산재의료원은 1000억원의 건립비를 투입, 2012년 250병상 규모의 대구 재활전문병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재활 전문의를 대거 상주하도록 하고, 재활전문병원의 면모를 갖춘 재활치료에 나설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경상대병원도 창원시와 제2병원 건립에 대해 다음달 예비타당성 검사가 통과되면,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창원시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의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에, 지역민들에게 적합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오랜 숙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병상수를 2013년 개원시 700병상에서 향후 1200병상까지 500병상을 증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형병원 탄생을 예고했다.

롯데그룹이 경남에 8000㎡ 규모로 감정가는 73억 원 가량에 달하는 신축 부지에 사용될 토지를 기증, 마산의료원에 2012년까지 해당 부지를 포함해 450억 원을 투입해 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준공할 계획도 발표됐다.

그러나 경상권은 인구감소와 함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영악화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시되고 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경영악화로 월 1억5000만원의 적자가 발생, 누적적자도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재 폐원수순을 밟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병원사업에 대한 경영컨설팅 실시 결과, 인접 8km 이내에 3개의 공공병원이 있어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지역인구 대비 의료기관 공급과잉으로 자립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경북 경산시의 경상병원을 운영하는 성경의료재단이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이후 매각을 시도했으나, 수익성 등 여러 면에서 군침을 삼키는 이는 없었다.

경상병원은 총 650병상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전 이사장의 공금 횡령이 불거지면서 약 90일간의 파업을 겪은 뒤 법정관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 그동안 3차례나 매각이 시도됐으나, 주인을 만나지 못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김천의료원의 경우 한달 전체수입 중 60~70%가 인건비로 나가는 점을 감안해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시점까지 의료원장 스스로 연봉의 50%를 자진 반납하고 나섰다. 병원측은 "직원들도 토요근무수당 반납과 무급휴직제도 도입 등으로 연간 전체 인건비의 12%인 총 6억8000만원을 절감해 흑자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직원들의 불만과 사기저하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내과 진료 특화사업에 나선 것을 널리 알렸는데, 이 역시 경영개선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며 앞으로 이를 위한 방향으로 특화할 것으로 피력했다.

경상권은 아직까지 예비 타당성 검토가 진행중인 계획도 일부 일부 있지만, 지금까지 발표된대로라면 4000병상 이상이 늘어나게 된다. 수도권 환자 유출과 경영 악화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영 악화로 문을 닫는 병원이 급속도로 더 늘어날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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