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이익 추구 벗어나 대안 모색해야
전세계 임상시험 결과 공유지침 필요

[시카고=손종관·이상돈 기자]= 부르스 파이 ACC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2003년 ACC 연례학술회의 총회 기조연설에서 "의학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의학계와 관련 업계간의 긴밀한 협력이 재정적 이해관계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세계 심장학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유진 브론왈드 박사는 "Simon Dack Lecture(ACC 창설자 중 한명인 사이먼 댁 박사를 기리기 위한 특별강연)"를 통해 "심장학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발표, 2000여 참석자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번 학술회의를 끝으로 임기를 마치는 파이 회장은 "The Power of Clinical Trials and Guidelines, and the Challenge of Conflicts of Interest"에 관한 연설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심질환분야 임상시험 및 이에 대한 의ㆍ약업계의 연구비 지원이 동반 성장ㆍ확대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갈등이 새로운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로, 이제는 모두가 자신만의 이익추구와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ㆍ사회ㆍ경제성장의 영향력으로 임상의학 및 기초연구분야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연구(trial)-지침(guideline)-교육(education)의 순환과정이 심장학 연구 및 임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심장학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 세가지 요인들의 지속적인 연계 및 통합을 위해 전회원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 관련 임상시험이 이틀에 한번 꼴로 실시되는 등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이들 결과를 표준화 해 공유할 수 있는 지침이 마련돼야 하며, 의사들이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임상의학의 패러다임 변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학계와 관련 산업계간의 유대관계는 최근 재정적 이해관계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특히 JAMA에 실린 "업계·과학자·학술기관 사이의 재정적 이해관계가 생명의학 연구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과 "학술이 판매용인가?"라는 냉소적인 의견을 담은 "NEJM"의 글을 인용해 의학계가 처해 있는 연구현실을 지적하고, 이 물음에 "NO"라고 답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에 얽힌 양측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 회장은 또 "임상시험을 기획ㆍ실행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학술분야가 심장학 발전의 중심인 것은 당연하지만, 학계로부터의 연구지원이 힘들어 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 속에서 의ㆍ약업계의 재정적 역할 또한 중요하다"며, 학계와 업계간 균형있는 협력관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그는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이해관계 갈등에 대해 양측의 협의와 적정한 수준의 연구비지원 한도 책정 등을 주문했다. 또한 ACC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지침-교육의 미션을 위해 업계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한 만큼, 서로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연설은 "이같은 이해관계의 문제를 완벽히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은 없지만, 생산적인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도록 처방전을 내야 할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에 앞서 유진 박사는 특강을 통해 현재의 심장학이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 되고, 왕성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해 극찬하고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에 장애가 되고 있는 전문 및 보조인력의 부족 등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오케스트라를 예로 들어 "악기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지휘자는 어디에 있느냐?"며 심장학분야의 과도한 세분화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했다. 
특히 심장학의 미래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심장학의 세분화가 지속되고, "심장학의 마지막 최대 격전지"인 심부전과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함께 장기적으로는 환자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식 예방법과 약물유전체학의 임상적용이 확대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술을 포함한 외과적 요법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유진 박사는 "ACC의 최대목적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인 심혈관질환의 극복이며, 현재 의학발전의 흐름을 보면 21세기 중반에는 심질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총회연설에는 ACC 회원을 비롯한 관계자 2000여명이 참석, 유진 박사와 파이 회장의 특별강연을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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