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지향위, 가이드라인 개발 검토중

갑자기 환자수가 증가하며 지난해부터 주요 보건 이슈로 떠오른 A형간염 앞에서 개원의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3일 의협 주관 A형간염 관련 공청회에서는 개원의로서 다양한 환자 카테고리별 관리방안에 대한 고심의 목소리와 더불어 의사 대상 교육이 부재하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그동안 간단한 질병으로만 인식했던 이 질환의 사망자 발생이 한 해 15건 이상에 달하면서 감염 및 의심 환자의 적절한 관리방안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의협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지향위)는 효과적인 의사 교육을 위해 가이드라인 개발을 검토중이다.

이런 가운데 상황별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눈에 띄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지난 해 말 영국보건국(HPA)이 의료인뿐 아니라 식품위생업 관리 당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감염자, 감염 의심 환자, 기저질환자 및 전파위험도가 높은 직업 종사자, 비감염자 등 세부적인 그룹에 대한 관리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당장은 의료인들에게 나름의 답을, 지향위 및 정부 당국자에게는 가이드라인의 개발 필요성 및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HPA 가이드라인... 감염 의심 환자, 노출 후 14일 이내 백신 접종 권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노출 후 백신을 권고하는 점이다. 감염 의심 환자를 노출 후 14일 전후로 구분해 14일 이내인 1-50세의 건강한 사람은 백신접종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2-12개월의 건강한 영아의 감염이 의심될 경우 3차감염 예방을 위해 보육사 및 영아에게 백신접종을 실시하고 보육원 위탁을 피한다. 감염 의심 환자가 2개월 미만의 영아일 경우에는 백신접종이 불가능하므로 3차감염 예방을 위해 보육사에 대한 백신접종만을 실시한다. 만성 간질환 환자는 백신과 더불어 신속한 면역반응을 위해 인면역 글로불린(HNIG)을 동시에 접종한다.

노출로부터의 시간은 감염 환자와 같은 공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감염 환자의 최초 증상 발현일로부터의 날짜로 정의한다. 만일 감염기중 일회 노출됐다면 감염 환자의 최초 증상 발현일로부터의 날짜 또는 노출 이후 날짜로 계산한다. 감염기는 증상 발생 2주 전부터 증상 발생 1주 후까지로 정의된다.

A형간염 백신이 예방의 목적으로만 허가되어 있는 한국 및 미국과 달리 영국은 감염 의심 환자 및 전파가능성이 높은 환자에 대해 치료적 백신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노출 후 백신의 근거가 되는 무작위배정연구(RCT)에 따르면 감염 환자에 노출 후 14일 이내 백신접종시 2-40세의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차감염의 79%를 예방했다. 이 같은 효과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특히 60세 이상에서 백신에 대한 반응이 느리고 낮았다. 이를 근거로 가이드라인은 백신의 사후접종 효능을 50세까지만 인정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렇기에 50세 이상의 감염 의심자는 백신에 더해 HNIG를 투여할 것을 권고한다. HNIG는 연구에 따라 47-96%의 예방효과가 보고되어 있다. 한국은 A형간염에 대한 IG 제품은 시판되지 않고 있다.

노출 후 14일 이상 경과한 경우에는 이차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 또는 HNIG의 효능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다만 이론적으로 잠복기중 HNIG를 투여할 경우 질환의 심각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만성 간질환 등 심각한 질환 위험에 있는 경우 IG 투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므로 28일 이내 백신과 HNIG를 투여할 것을 권고한다. 식품위생업 종사자가 감염이 의심될 경우에는 당분간 음식을 만지지 않는 일에 종사할 필요가 있다. 가정내 감염이 의심되는 보육시설 종사자가 14일 이내에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잠복기 전파 위험을 낮추기 위해 근무지에서의 손세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밖에 감염자는 증상 발생 후 7일까지 직장, 학교 등 단체생활을 금하고, 가능성있는 감염원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또한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 위생적인 생활에 대한 조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신접종이 요구되는 그룹으로 중등도 이상 위험지역으로 여행 또는 거주하고자 하는 자, 만성 간질환자, 혈우병 환자, 동성연애자, 주사용 약물 투여자, 직업적 위험을 가진 자 등을 명시했다.

임신 또는 수유 여성은 비임신 여성과 동일한 관리방법을 적용한다.


설명) 감염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으로는 식품위생업 종사자와 학교 및 보육시설 종사자를 꼽을 수 있다. 식품위생업 종사자가 감염됐을 경우 알고리듬을 이용해 직장내 감염 위험자의 노출 후 예방 필요성에 대한 위험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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