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신종플루 활동이 감소, 정상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과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신종플루 사례가 증가하는 것 이외에는 호흡기 질환 유병률이 거의 정상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역시 신종플루를 포함한 인플루엔자의 유병률이 평소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밝히고, 경계수준을 한 단계 다시 낮추는 건에 대해서 논의 중이다.

하지만 신종플루 대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추후 대비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이유는 아직 대유행이 끝났다고 결정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종플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앞으로 "제2의 파동"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은 여실히 남아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들, 대기 중인 복병

WHO를 비롯 세계의 전문가들이 우선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계절성 인플루엔자와의 재조합이다. 현재 일부 국가들이 계절성 인플루엔자 유행시기에 들어가면서 전문가들과 세계의 질병감시기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B형 인플루엔자 검진률이 신종플루를 넘어섰고, 현재 신종플루의 영향권에 있는 아프리카에서도 H1N1, H3N2, B형 계절성 인플루엔자들이 일부 보고되고 있다.

WHO 마가렛 챈(Margaret Chan) 사무총장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신종플루 "제2파동"이 없다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없다"며 현재의 상황에 대해 경고했다. WHO 신종플루 자문위원장인 케이지 후쿠다(Keiji Fukuda) 박사도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의 활동 추적에 관심을 높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경각심을 높였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A형 계절성 인플루엔자로 전이됐을 가능성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검진기관인 "Quest Diagnosis"는 "지난해 11월 최고활동치를 기록할 때와 현재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부피가 99%에서 96%로 감소했다"며 A형 계절성 인플루엔자로의 전이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올해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 권고 사항에 신종플루 백신을 추가한 바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주목받아온 후보

하지만 기실 계절성 인플루엔자보다 더 위험도가 높은 것은 조류인플루엔자 H5N1(AI)이다. 신종플루 발생 전까지 대유행의 주요 후보로 주목받은 AI는 최근 베트남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올해 유행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AI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국제백신연구소와 생명공학연구원이 개최한 "국제 인플루엔자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주드어린이연구병원의 로버트 웹스터(Robert G. Webster) 박사도 강조한 바 있다.

인플루엔자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웹스터 박사는 AI의 치명성과 이전의 대유행 바이러스보다 빠른 전파력을 보이고 있는 신종플루와의 재조합은 세계 보건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AI의 경우 "가금류를 대상으로 한 백신이 연구소에서와는 다르게 현장에서는 효과가 없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국가감염성질환연구소 마사토 타시로(Masato Tashiro) 과장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1918년 스페인 독감에는 AI의 유전자 요소가 포함이 되어 있었지만 이번 신종플루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만약 AI와 재조합이 될 경우 스페인 독감만큼의 치사율과 전파력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발표해 웹스터 박사의 의견에 무게를 더했다.


△항바이러스제 내성, 신약개발의 필요성

이와 함께 항바이러스제의 내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에 있어서 내성발생은 피해갈 수 없다며, 문제는 "언제까지 쓸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항바이러스제인 아만타딘(amantadine)의 경우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가 2006년 A형 인플루엔자 H3N2에 내성문제로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계절성 인플루엔자 H1N1은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에는 내성을 보이지만 아만타딘에는 감수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아만타딘에 내성을 보이는 신종플루에 오셀타미비어가 감수성을 보인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발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내성 사례들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어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세대 원주의대 감염내과 김효열 교수는 "2010년도 제6회 감염관련 종합학술대회"에서 "현재 국내외에서 신종플루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내성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오셀타미비어 내성은 274번째 아미노산이 히스티딘(histidine)에서 타이로신(tyrosin)으로 변해(H274Y) 발생하는 것으로 현재 WHO에서 집계한 오셀타미비어 내성 건수는 253건, 우리나라는 11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면역저하환자와 예방화학요법으로 인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신종플루가 내성을 보이지 않는 약물은 흡입제인 자나미비어(zanamivir)와 정맥주사용인 페라미비어(peramivir)가 있다. 하지만 자나미비어는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는 금기로 되어 있다. 페라미비어는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응급사용으로 승인했으나 교차 내성 발생예방을 위해 오셀타미비어 내성 가능성이 있을 경우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폭넓게 사용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김 교수는 현재 리바비린(rivavirin)을 비롯 적혈구 응집소 바이러스(hemagglutinin) 억제제,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스핑고신 유사체(sphingosine analog), 단일클론항체, RNA 폴리머라아제 억제제인 파비피라비어(favipiravir) 등 다양한 항바이러스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목록에 국내 약물이 없다는 점은 "제2의 타미플루" 소동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면이기도 했다.


▲신종플루 대비 보완계획

보건복지가족부 나성웅 과장은 대한예방의학회 동계심포지엄에서 "이번 신종플루 사태로 인해서 공공의료 체계의 심각성이 드러난 일임과 동시에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정책결정에 있어서 부서별 조율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거점병원 운영에 있어서 인적 물적 자산의 부족이 여실히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는 어떤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가.

△"예방강화"를 핵심으로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 전병률 센터장은 대한예방의학회 동계심포지엄에서 "제2파의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2010년말까지 서울대병원과 충북대병원을 격리지정병원으로 추가할 계획이고, 출입문 설비와 동선의 조정으로 외래에서도 격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준비가 완료된 상황이다.

검역·방역 강화를 위해서는 공항 내 격리시설을 만들고 연구실의 설비도 검사능력배양을 위해 생물안전 3등급(BSL3) 실험실을 기존 4개 소에서 16개 시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고위험병원체 관리를 위해 생물안전 4등급(BSL4) 실혐실과 백신연구시설, 고위험병원체 보존시설을 오송생명과학단지로 이전하는 질병관리본부 청사 내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로 지적된 백신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법령 개선 등을 통해 민간 백신 생산시설을 지원하고, 사전구매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는 현재 제작 중인 "보건백서"에 이번 신종플루 관리의 내용을 담아 추후 대책 및 전략 마련에 참고하는 한편 한중일 보건장관회의를 통해 국제협력관계를 구축했고, 1조5000억원을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계획적인 교육, 홍보, 진행

하지만 전문가들과 정부의 경각심 섞인 논의들에도 불구하고 유병률이 낮아짐과 동시에 국민들의 신종플루에 대한 관심은 급성 A형간염에 묻혀졌다. 질병관리본부가 지속적으로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이상반응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하고 있지만 백신접종의 관심도 급성 A형간염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가 최근 개최한 신종플루 평가 회의에서 백신 수급이 정부의 발표와 다르게 지연됐다는 지적에, 미국 메릴랜드 보건국 존 콜머스(John Colmers) 국장은 "신종플루 백신의 물량 수급이 초반에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물량이 있어도 대중들이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미국에서도 경각심이 낮아진 모습을 보였다.

국제백신연구소(IVI) 학술대회에서 참가한 웹스터 박사는 이에 대해 "앞으로 신종플루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만큼 백신이 있는데도 접종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질병예방관리센터(ECDC)는 이번 봄-여름이 아닌 겨울에 제2파가 올 가능성에 대해 "2009년보다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현재 충분한 백신 접종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험도가 "0"이 아니라면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예방의학의 기본이다. 최근 신종플루 대유행을 통해 글로벌 신약의 개발, 백신의 자국생산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들을 겨냥한 의견들은 흡사 대유행이 종결된 것같은 느낌을 들게한다.

신종플루 대유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눈앞의 현상에만 시선을 뺏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 주도의 계획적인 예방 정책 진행과 정확한 정보제공, 진료지침에의 적극적인 참여 등 전문가 집단의 역할 수행을 하기위한 시스템 정리가 필요한 시기다.

단순히 신종플루 제2파동뿐만 아니라 다른 전염성 질환, 다른 대유행 질병에 대한 대응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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