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EMR 활용…타병원 EMR 교체시기


대형병원에"특성화된 EMR"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8년 GE헬스케어가 삼성의료원에 중환자실 전문 EMR솔루션을 구축, 국내 시장의 EMR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최근 들어 활용성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GE헬스케어 최석진 과장은 "중환자실 EMR은 보통의 EMR에 비해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에게 집약적인 의료기술을 제공하는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데이터에 대한 처리가 유용하도록 구축됐다"고 소개했다.

보통의 EMR에서는 여러 개의 모듈(Module)로 나누어 기록하도록 설계돼 있는 반면, 중환자실 EMR은 중환자실의 복잡한 워크플로우(work-flow)를 분석해 시스템에서 단순하게 처리 가능하도록 디자인하고 중환자실 업무 기록을 하나로 집중시켰다.

최 과장은 "환자 중심의 임상적 전문성을 살린 ICU 맞춤형 솔루션"이라며 "다양한 환자 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기기를 이용한 실시간 인터페이스 통해 보다 빠르고 정확한 기록의 입력과 조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 ICU 별 특성에 맞는 서식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서식의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해 사용자 편리성을 높였다. 프로그램의 유지보수가 편리하면서도 비용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가독성 높은 화면 디자인을 제공해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인 것도 장점이다.

이는 미국 의료그룹인 인터마운틴 헬스케어와의 30년이 넘는 의료정보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임상경험이 입증된 것으로 ICU외에도 수술실, 분만실 등 부서별 전문솔루션을 통해 환자중심의 임상적 지원을 가능하게 했다. 최 과장은 "전사적 통합시스템이 아닌 모듈베이스로 개발해 수시로 업그레이드 및 유지보수가 가능하다"며 "다른 진료과와 병원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특징을 포함한 이른바 "차세대 EMR"이 각 병원들로부터 대세다. 기존에는 종이 차트를 없애는 목적으로 EMR을 도입했지만, 새로운 사용자 요구와 보다 효율적인 운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환자 안전 관리나 의료용어 표준화도 가능하도록 하면서, 더 나은 상태의 시스템 사용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EMR 전체 시장 규모는 추정이 어렵지만, 한 업체 조사결과 2007년 약 620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이 이어지다가 정점을 찍고 한동안 유지·보수 외에는 주춤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차세대 EMR 등장과 함께 초기 EMR 도입병원이 교체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지케어텍, 현대정보기술, 비트컴퓨터, LG CNS 등 기존 업체들의 시장재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차세대 EMR 구축을 통해 시스템 유지보수와 이력관리를 효율화하고, 환자 안전 향상을 위한 기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진료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에도 힘쓸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적시적소에 제공해 사용자 중심의 UI 및 편의성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갖춰나갈 계획이며, 이를 글로벌 표준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도 구조화된 입력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고 임상자료를 코드화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안점을 둔다. 특히 인터마운틴 헬스케어를 벤치마킹하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처방정보를 비롯해 OCS, PACS에서 생산된 데이터와 EMR의 연동 기능을 한층 강화시키고, 다양한 기관과의 상호 호환성을 보강해 의료진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순천향대병원, 고려대병원 등이 올해 차세대 EMR 구축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과는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EMR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편, 비용이 많이 들어 사용하지 않던 중소병원도 특화된 EMR이 출시되면서 사용률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중소형 병원용 EMR인 유비케어의 "큰의사랑"이 한몫했다. 60여개의 중소병원이 도입한 가운데,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KIMES에서도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앞으로의 중소병원 고객 확대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소병원협의회가 가세해 회원병원들을 대상으로 효율적이 EMR 시스템 도입에 대한 강연을 펼친 것도 원장들의 EMR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기인한다.

노인요양병원협회 차원으로도 요양병원 전용 EMR 시스템 개발을 추진, 요양병원형 EMR 공동개발 예비 참여병원을 모집하면서 한결 가속도를 내고 있다.

"중환자실 EMR로 즉각적인 응급 상황 대비"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중환자실장(호흡기내과 교수)


"수기로 혈압 등의 수치를 직접 입력해오다가 중환자실 EMR 도입 이후 24시간 지속적으로 모니터를 통해 감시할 수 있게 됐다. 일일이 손으로 하기에는 작성해야 할 기록이 많았는데, 인공호흡기, 투석 장비 등의 모듈을 쉽게 결합해 간편하면서도 긴급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중환자실 EMR을 활용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중환자실장(사진·호흡기내과 교수)의 말이다. 아직까지는 활용 초기 단계에 불과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중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fever" 화면에 대해서는 환자의 열과 관련한 파라미터를 통해 열의 추이를 파악 가능하며, CRP추이 역시 확인 가능하다. 수치가 정상을 벗어나 있으면 모니터를 통해 쉽게 확인되며, 이에 대한 문제해결을 통해 응급조치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연간 사망률, 월간 사망률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료를 위한 통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 실장은 "다양한 각도로 환자 상황에 대해 사전에 미리 알아볼 수 있고, 여기서 추출한 정보를 토대로 환자 진료를 위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변화가 두려워서였을까. 도입은 물론 원활하게 활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 긴급할 수 밖에 없는 중환자실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수치가 여러 화면에 나눠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자 한 화면에서 모든 수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서 실장은 "여러 가지 파라미터를 파악 가능하고 24시간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반면, 화면이 나눠지다 보니 불편한 사항이 있었다"며 "Facesheet을 통해 한 화면에 각종 수치를 묶어서 사용률이 100%에 달하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중환자실 EMR은 간호 파트에서도 드레싱, 오늘의 할 일 리스트, 스케쥴까지 파악이 가능하게 했다.

전산화로 인해 환자를 케어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아직 의문이지만, 꼭 해야 되는 업무를 하지 않으면 종료될 수 없는 만큼 보다 세심한 환자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앞으로는 임상 질지표나 항생제 투약 등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서 실장은 "의료진 전용 EMR에서는 선택 가능한 여러 가지 수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예측사망률로 연결되게 하고 있어 보호자와의 상담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며 "결국 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연구실적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다른 병원으로의 확대는 비용면에 있어 다소 의문이다. 서 실장은 "1병상당 연간 1억씩 적자를 감수하는 열악한 중환자실 운영 상황에서 과연 이 투자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환자를 위한 의료정보 시스템도 좋지만, 중환자실의 열악한 의료수가 문제해결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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