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씨젠 430억달러에 인수...ADC 강자로 급부상
길리어드·암젠·로슈 등 인수합병으로 파이프라인 강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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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인수 소문이 무성하던 씨젠이 화이자의 품에 안기면서 글로벌 제약의 인수합병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업계는 항암, 면역학 등에 적극 투자하면서 각자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소문 무성했던 씨젠...화이자, 430억달러에 삼켜

최근 화이자는 씨젠을 인수하는 최종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규모는 약 430억달러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씨젠의 인수합병 소문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지난해만 해도 씨젠은 MSD와 인수합병이 확실시됐었다. 그러나 양사는 가격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이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2월 글로벌 제약업계에세 화이자가 씨젠과 인수합병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고, 2주 만에 씨젠 인수가 성사됐다.

이번 인수합병 규모는 2019년 BMS는 셀진을 740억달러, 같은 해 애브비는 엘러간을 630억달러에 인수한 것에 이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상위 세 번째 규모다.

화이자는 씨젠을 인수하면서 항체-약물 접합체(ADC)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씨젠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12개 ADC 중 4개를 보유한 기업이다. 애드세트리스(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 투키사(투카티닙), 티브닥(티소투맙 베도틴) 등이다. 작년 씨젠은 4개 제품으로 17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화이자 Albert Bourla 회장은 "씨젠의 ADC 기술과 우리의 전문성을 결합해 차세대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화이자의 입지를 강화하고, 중장기 재무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화이자가 재무적 목표 달성을 위해 씨젠 인수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화이자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 개발로 수혜를 입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감소 추세로 돌입했고, 팬데믹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 따라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할 파이프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발판으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1003억달러를 올렸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항암제 전문기업 아레나 파마슈티컬을 67억달러에, 트릴리엄 테라퓨틱스를 23억달러에 인수했다. 

또 편두통 치료제 전문기업 바이오헤븐을 116억달러에 인수했고, 글로벌 블러드 테라퓨틱스를 54억달러에 인수하면서 겸상적혈구 치료제를 파이프라인에 추가하기도 했다.

 

인수합병은 세계적 추세...항암·면역학 파이프라인 강세

글로벌 제약업계가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항암제, 면역학 분야 파이프라인 강화가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지난해 로슈는 세포치료제 분야를 강화했다. 로슈는 어댑티뮨 테리퓨틱스를 인수하면서 TRC-T세포 치료제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포세이다 테라퓨틱스와 혈액암을 타깃한 동종유래 CAR-T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라이선스 딜을 체결하면서 P-BCMM-ALL01을 비롯해 다양한 CAR-T 치료제 파이프라인 권리를 확보했다.

길리어드와 암젠은 면역학 분야에 투자, 새로운 기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우선 길리어드는 미로바이오를 4억 5000만달러에 인수, 자가면역질환 관련 표적을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과 후보물질 전체를 확보했다.

이로써 BTLA 작용제 BM272 상용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물질은 T, B 수지상세포를 표적, 활성화를 억제하고 염증성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또 I-ReSToRE 플랫폼도 새로운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기존 후보물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JAK 억제제, IRAK4 억제제, CD37 억제제 등 길리어드가 실패를 경험한 분야에서 개선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암젠은 지난해 케모센트릭스를 37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엔브렐(에타너셉트), 오테즐라(아프레미라스트) 등 자가면역질환 핵심 품목의 특허 만료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모센트릭스는 경구용 C5aR 억제제 타브네오스를 보유하고 있다.타브네오스는 2021년 FDA로부터 희귀면역질환인 ANCA 관련 혈액암 보조요법으로 처음 승인됐다. 

현재 케모센트릭스는 타브네오스를 화농성한선염, C3 사구체병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 PD-L1 억제제 CCX559, 궤양성대장염 대상 CCR9 억제제 CCX507 등의 파이프라인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업계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해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라며 "인수합병은 기업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각 기업의 장점을 통해 잠재력을 실현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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