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면 성조숙증 걸릴 확률 높아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는 등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2차 성징이 빨리 시작되는 성조숙증(Precocious Puberty)이 증가하고 있다.

성조숙증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비만과 환경호르몬과의 관련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중 비만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년에 비해 2008년 성조숙증으로 진단 받은 5~13세 아동이 7.6배 증가했다. 여기에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거나 한방치료, 대체요법 등으로 치료받아 파악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외모, 특히 날씬하고 큰 키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으로 저신장증을 유발하고 비만과의 관련성이 높은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성조숙증이 저신장증 외에도 심리적인 장애 및 여아에서 불임이나 유방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면서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렙틴, 성선자극호르몬·성호르몬 높여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평균치의 2표준편차보다 빨리 나타날 때로 정의되며 일반적으로 여아에서 8세 이전, 남아에서는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이 조기에 활성화돼 성조숙증이 초래되는 성선자극호르몬 의존성(진성) 성조숙증과 축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성선자극호르몬 비의존성(가성) 성조숙증, 사춘기 발달의 변이형태인 조기 유방발육증, 조기 초경발생증 등이 있다.

진성성조숙증의 경우 종양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병변이 있는 경우와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특발성으로 나뉘며 가성성조숙증은 난소나 고환의 성선종양, 부신종양, 선천성 부신과형성, 갑상샘저하증 등에 의해 발생한다. 성조숙증 여아의 경우 약 80~95%가 진성성조숙증인데 이는 남아보다 여아에서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이 쉽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체내의 지방 조성이 사춘기의 시작을 유도한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비만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 사춘기 발현에 중요 인자로 밝혀짐에 따라 렙틴과 성조숙증과의 관련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렙틴은 시상하부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파동발생기를 성숙시키고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부신에서 안드로겐 합성에 필요한 효소를 자극해 성호르몬 분비도 증가시킨다(Int J Obes Relat Metab Disord 2003;27:869-74).


▲치료 1개월 후 성호르몬 감소 시작

성조숙증이 있는 환아는 증가된 성선스테로이드로 인해 키와 몸무게의 증가가 나타나며 골연령이 빨리 증가한다. 고대안암병원 이기형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성조숙증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골단이 빨리 닫혀 저신장증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성조숙증 치료의 목적은 저신장증에 대한 치료와 기질적 이상으로 발생한 경우 그 원인 질환을 치료 하는 것이다.

진성성조숙증에서 사용되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효능약제(GnRHa, Gonadotrophin Releasing Hormone Agonists)는 처음 사용된 1981년 이후 성조숙증의 대표적인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GnRHa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고 성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사춘기 발달이 중지되고 성장과 골성숙의 가속화가 감소되는 효과를 나타낸다(Endocrinol Metab Clin North Am 1999 Dec;28:901-18).

▲호르몬 치료시 과체중아에서 체질량 증가

성조숙증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진성과 가성 성조숙증을 감별 진단한다. 진성성조숙증의 진단은 명확한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지만 LH의 기저치가 0.6IU/L 이상, LHRH 자극검사상 LH의 최대치가 6.9IU/L 이상이면 진단할 수 있다. 국내 의료보험 적용기준에서는 LHRH 자극검사상 LH의 최대치가 5IU/L 이상인 경우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대한내분비학회지 2008;23:3).

보통 치료 1개월 후면 혈중 성선 스테로이드의 농도가 줄어드는데 여아의 경우 estradiole<10pg/mL, LH와 FSH 농도≤1 IU/L, GnRH 자극 후 LH와 FSH 증가분 1~2 IU/L 미만으로 감소하면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간주한다(Pediatric endocrinology 2002:483-90). 또 용량이 불충분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고 많으면 성장호르몬 및 인슐린양 성장인가(IGF-I)의 생성이 감소돼 성장속도가 낮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골연령이 심하게 증가돼 있고, 치료 중 성장속도가 1년에 4cm 이하로 예상 최종 성인키가 매우 작을 경우 GnRHa에 다른 성장호르몬을 추가해 치료하기도 한다.

한편 GnRHa 치료가 체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단일의료기관에서 진성 성조숙증의 GnRHa 치료가 환아의 신장, 체중, 체질량 지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치료 기간 동안 골연령에 대한 신장의 증가를 보였으나 과체중아에서 체질량 지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대한소아내분지학회지 2009;14:132-137).

연구진은 "특히 과체중에서 체질량지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GnRHa 치료시 식이조절과 운동량을 증가시켜 체중의 증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판 덜 닫혔을 때 치료시작해야 효과 커"

이기형 교수는 조기진단과 올바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기대하는 만큼의 최종 성인키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tanner stage 3가 돼서야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며 "여아의 경우 초경이 시작되면 5-6cm 정도 밖에 크지않아 성조숙증은 무엇보다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여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GnRHa 치료가 시작돼야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조기진단으로 얻을 수 있는 유리한 부분이다.

이 교수는 "성조숙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병원에 늦게 오거나 옳지 않은 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다 병원에 늦게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실제 외래에서 9세 이후에 진단을 받아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GnRHa 치료시 의료보험을 적용하면 주사만 연 150만원 정도 소요되지만 적용받지 못하면 두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고대안암병원 이기형 교수(소아청소년과)>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는 한방성장클리닉 역시 치료시기를 놓치게 할 수 있다. GnRHa가 항암제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호르몬 치료가 아닌 다른 치료를 선택했다가 정작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이 교수는 "성조숙증의 조기치료 중요성과 GnRHa 약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성장판이 조금이라도 더 닫히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료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반인들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대안암병원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성조숙증의 이해와 치료"를 주제로 건강강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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