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김상현 교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 2022년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을 선보였다. 2018년의 제4판 완전 개정판에 이어 4년만에 새로운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 개정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주인공은 당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진료지침이사직을 역임하고 있었던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였다. 진료지침 제5판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주제는 치료기준 또는 치료목표로,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콜레스테롤(LDL-C)을 어디까지 낮춰야 하는지의 문제였다. 제5판 개정판에는 관상동맥질환 병력자의 경우 LDL-C를 55mg/dL 미만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권고안이 처음 등장했다. 김상현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인 대상으로 55mg/dL 미만조절의 임상혜택을 검증한 사례는 없으나 초고위험군에서 사망위험이 증가하다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글로벌 데이터일지라도 적극 수용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Q. 진료지침 개정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개정작업 당시 코로나-19(COVID-19) 펜데믹의 한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대면모임을 가질 수 없어 상당히 힘들었다. 순환기내과·내분비내과·운동·영양학·신경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다학제 방면에서 30분 정도로 진료지침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서는 국내외 보고된 문헌을 여과·선택해 검토 후 논점을 선정해 논의를 진행했다. 매달 1~2회의 화상회의를 통해 각 주제별 논점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으며, 찬·반이 뚜렷한 경우에는 전원투표까지 거쳐 권고안을 확정했다.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최대한 업데이트해 반영토록 하되 국내 보고된 데이터에도 초점을 맞춰 우리나라 환자들을 위한 진료지침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

Q. 역학 부문에서 유병률의 변화는?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를 보면 콜레스테롤과 지방 섭취율이 증가함에 따라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이 올라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다만 2000~2020년으로 구간을 두면, 21세기 들어 웰빙바람을 타면서 유병률 오름세가 주춤하다가 이후로는 완만한 증감을 반복하는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고중성지방혈증은 30-50대 남성에서 여성 대비 2배가량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요약하면 1970년대에 비해 많이 증가했고, 2000년 이후로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한다면 향후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이 떨어지지는 않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Q. LDL-C 목표치의 움직임은 어떠한지?

목표치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초고위험군에서 하방 움직임이 뚜렷하다. 반면 저·중등도위험군에서는 생활습관교정을 먼저 하고 약물치료를 뒤늦게 적용하는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큰 변화는 없다.

고위험·초고위험군, 특히 당뇨병이나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동반 환자에서 LDL콜레스테롤(LDL-C)을 더 낮출수록 심혈관질환 및 사망위험이 더 개선된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해 강력한 집중조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2004년 초고위험군에게 LDL-C 100mg/dL 미만조절을 주문했는데,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는 70mg/dL 미만과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조절을 권고했다. 유럽도 100mg/dL에서 70mg/dL 미만까지 내려왔다가 지난 2019년 가이드라인에서는 55mg/dL 미만조절과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조절이 처음 등장했다.

Q.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의 입장은?

진료지침 제5판의 경우는 관상동맥질환 병력자에게 55mg/dL 미만조절, 그리고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를 처음으로 권고했다(권고등급 I, 근거수준 A). 당뇨병 환자는 과거보다 세분화된 권고가 이뤄졌다. 일례로 당뇨병 이환기간이 10년 미만이고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는 100mg/dL 미만이다(I, A). 하지만 유병기간이 10년 이상거나 위험인자 또는 표적장기손상을 동반한 경우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했다(I, B). 여기에 “3개 이상의 위험인자나 표적장기손상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는 LDL-C 55mg/dL 미만조절을 선택적으로 고려한다(IIa, B)”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도 서양과 차이가 있다. 유럽은 뇌졸중을 포함하는 ASCVD 동반 환자에게 LDL-C 55mg/dL 미만조절을 주문했다. 반면 진료지침 제5판에서는 출혈위험이 높은 뇌졸중 환자에서 고용량 치료 시 출혈위험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취지에서 뇌졸중 환자에게 70mg/dL 미만조절을 기본적으로 권유했다.

Q. 55mg/dL 미만조절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관상동맥질환 동반자에게 55mg/dL 미만조절을 권고한 것은 IMPROVE-IT, ODYSSEY, FOURIER, CTT 메타분석 등 외국에서 행해진 글로벌 다국적 임상연구 혹은 메타분석을 근거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55mg/dL 미만조절의 심혈관 혜택을 1차연구 목표로 분석 검증한 연구는 아직 없다.

하지만 제5판 개정작업 당시 한국인의 데이터가 없더라도 사망위험과 같은 하드엔드포인트를 개선할 수 있다는 근거라면 글로벌 데이터일지라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과도한 LDL-C 강하에 따른 부작용 위험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도 스타틴의 안전성을 지지하는 견해가 우세했다. 다만 한국인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을 대상으로 LDL-C 집중조절의 혜택을 검증하는 데이터는 앞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Q. 고중성지방혈증에 대한 권고는?

고중성지방혈증과 관련해서는 위원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있었다. 논점은 어떤 환자에게 고중성지방혈증 치료를 진행할 것인지, 치료 시 타깃은 무엇으로 잡을지, 마지막으로 어떤 약제를 권고할 것인지 등이었다. 기전상으로 보면 고중성지방혈증은 고TG(중성지방)·저HDL-C(HDL콜레스테롤)·small-dense LDL 증가가 함께 나타나는 ‘죽상경화 호발성 3중주’의 결과로, 죽상동맥경화증이 악화되는 병태생리다.

그런데 중성지방 치료의 긍정적인 심혈관 혜택을 보고한 사례는 일관되지 않으며, 가장 최근의 REDUCE-IT 연구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중성지방 감소와 임상혜택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제5판에서는 스타틴 치료에도 고중성지방혈증이 지속되는 경우에 쓸 약제로 IPE(IIb, B), 피브린산유도체(IIb, B), EPA/DHA 혼합제(IIb, E)를 권고했다.

Q. 향후 개정작업에서 개선돼야 할 사항은?

먼저 LDL-C 55mg/dL 미만조절의 가능성을 검토한 한국인 대상 연구가 보완돼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한국인 대상의 심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델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돼 하루 빨리 인증작업(validation)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여기에 더해 이러한 위험도 예측모델이 임상현장에서 디지탈 방식으로 계산될 수 있도록 개선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고중성지방혈증 치료에 대한 근거가 좀 더 모아져 중성지방이 높은 이상지질혈증 환자그룹에 대한 치료방법이 명확히 확립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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