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김영훈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김영훈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김영훈 교수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일종으로 심장에서 매우 빠른 맥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장병 환자 중에서도 빈도가 꽤 높지만, 국내에서는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많지 않았다. 관련해 카르베딜롤(제품명: 딜라트렌SR정)이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박수 조절 효과를 입증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김영훈 교수(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심방세동 환자에서 카르베딜롤의 심박수 조절 효과 연구(DILAF Study)’의 진행 배경은?
심방세동이 심장병 중에서도 매우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다. 이에 심방세동 환자에서 카르베딜롤의 심박수 조절 효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심방세동 치료가 보다 폭넓게 이뤄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 여러 베타차단제 중 카르베딜롤에 주목한 이유는?
카르베딜롤은 3세대 베타차단제로, 베타1과 베타2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함과 동시에 혈관 수축에 관여하는 알파1수용체 작용도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베타1이나 베타2수용체 결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베타차단제의 경우 수용체의 변형으로 심장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반면, 카르베딜롤은 베타1/ 베타2 수용체의 결합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차단해 그러한 위험이 적다. 

현재 국내에서 카르베딜롤의 적응증은 협심증, 고혈압, 심부전으로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카르베딜롤이 심방세동 환자에서 효과적으로 심박수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여러 이론이 존재했지만, 이를 입증할 임상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카르베딜롤이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박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지 정량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 연구 설계 시, 대한부정맥학회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 있나 
심방세동은 ABC 치료가 중요하다. ABC 치료란 뇌졸중 예방(avoid stroke with anticoagulation), 증상조절개선(better symptom control), 동반질환·심혈관질환 위험요인 관리(comorbidities/cardiovascular risk factor management)를 의미한다.

즉 심방세동 치료는 단순히 심박수를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과 사망률을 낮추는지가 핵심인데, 그와 관련해 국내 데이터에 입각한 연구들이 부족했다. 이에 대한부정맥학회 차원에서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증상조절개선 및 심혈관질환 관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지속돼 왔으며, 그 연장선에서 이번 연구가 진행됐다.

- 시험 대상자의 선정 기준은?
지속형 또는 영구형 심방세동 환자 중 안정 시 심박수 80bpm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초기 8㎎ 용량으로 시작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16㎎, 32㎎으로 2주 간격으로 증량하면서 개별적인 변화를 관찰했다.

- 카르베딜롤 용량을 8, 16, 32㎎으로 진행한 이유가 궁금하다 
카르베딜롤 하루 최대 복용량이 64㎎인데 처음부터 고용량을 사용하면 이후 증량이 어려울 수 있고, 카르베딜롤의 강점도 잘 발휘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최초 용량인 8㎎으로도 심박수 조절이 잘 되는 환자에서 굳이 그 이상의 용량을 쓸 필요는 없으므로 환자의 상태에 따른 적정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로 ‘24시간 시간대별 평균 심박수 변화량’을 측정한 이유와 결과는? 
심방세동은 다른 부정맥과는 달리 언제 홀터 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때는 교감신경이 활발한 낮에 측정하고, 어떤 때는 취침 전에 측정할 경우 그 평균값이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24시간 동안 시간대 별로 심박수의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였다. 그 결과 6주째 24시간 평균 심박수 변화량에 있어 카르베딜롤 사용군이 위약 사용군에 비해 심박수 감소 효과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2차 유효성 평가 변수에서도 기저치 대비 4주, 6주째 ‘안정 시 심박수 변화량’에서 카르베딜롤 사용군의 심박수 감소 효과가 위약 사용군보다 높았으며, 6주 때 안정 시 심박수<80bpm에 도달한 비율이 카르베딜롤 사용군이 위약군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저치 대비 2주, 4주, 6주째 증상 중등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서, 카르베딜롤 사용군의 경우 기저치 대비 각 시점에서 중등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통해 카르베딜롤이 위약군 대비 심박수 감소 효과가 우월할 뿐 아니라, 심방세동 증상개선 효과 역시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이번 연구가 실제 진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동안 심부전, 협심증, 고혈압이 없는 순수 심방세동 환자에서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국내 심방세동 환자에서 카르베딜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됨에 따라 관련 가이드라인의 개정과 건강보험급여 인정 등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심방세동 환자들에게도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관련해 앞으로 어떤 연구들이 지속될 것이라 보는가? 
보다 다양한 유형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들이 많이 진행돼야 한다. 같은 심방세동 환자라도 지속형인지, 영구형인지, 발작성인지 등에 따라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덧붙여, 장기적으로 보면 심방세동은 결국 과량의 산소로 인한 인체의 산화 작용이다. 따라서 카르베딜롤과 같은 3세대 베타차단제가 갖고 있는 항산화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이어진다면 심방세동 치료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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