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김혜리 정책이사(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김혜리 정책이사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김혜리 정책이사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어느 날 기자 앞으로 들어온 보도자료를 확인하던 중 한 건의 절박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소아암 환아를 치료할 의사가 없어, 아이들이 치료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는 절절한 내용이었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정책이사인 김혜리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가 여러 기자에게 보낸 것이었다.

김 정책이사는 정부가 낮은 출산율을 걱정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들을 잘 양육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고, 소아 건강 서비스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이사를 만나 현재 문제점은 무엇인지,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 소아암 환아를 치료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문제는 이슈화된 적이 없다. 

소아혈액종양을 진료하는 의사들은 언론 간담회나 정부와 정책 간담회 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점 때문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점도 있다. 

현재 진료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은 67명이다. 문제는 이들의 평균 연령이 50.2세로 이 중 50%가량이 10년 내 은퇴한다. 현재 강원, 경북, 울산 지역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없거나, 교수들이 은퇴 후 후임이 없어 입원 진료가 불가능하다. 

더 심각한 것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전공의 지원이 줄면 안 그래도 부족한 소아암 치료 의사가 더욱 감소할 것이다.

-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 계기는? 

그동안 지방 거점병원들이 소아암을 어느 정도 커버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강원도나 경북 등 지역 병원들이 무너지면서 거의 모든 소아암 환자가 수도권으로 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병원이나 서울대병원 등은 상황이 좀 나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방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소아청소년과 지원이 늘어나도록 정부 지원 필요"

-소아혈액종양학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대안을 세웠는지 궁금하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수가 체계 개선, 소아건강은 정부가 책임지는 것 등 크게 3가지로 전략을 짜고 있다.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이 줄었을 때 이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지원했던 것처럼 소아청소년과에도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소아 진찰료 인상 등 수가 체계도 손을 봐야 한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많아져야 소아암을 진료하는 의사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소아암은 전신치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아혈액종양 의사만 증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중증 및 희귀질환도 진료해야 하고, 거점병원도 있어야 한다. 결국 소아청소년과와 같이 가야 한다. 

-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많아지려면 결국 병원 경영진이 움직여야 한다. 구체적 대안이 있나? 

소아청소년과는 약도 조금 처방하고, 환자를 많이 진료해도 수익이 도통 오르지 않는 진료과로 꼽힌다. 그래서 경영진은 의사 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진찰료 인상 등의 결정을 하면 병원도 인력 지원을 할 것이고, 전공의 지원도 늘어날 것이다. 

- 정부의 진찰료 인상 등의 수가 지원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더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듯하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과 일본의 3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 일본도 소아암을 진료할 의사가 부족해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은 소아건강을 국가가 책임지는 전략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우리나라도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 미국, 일본 등과 같이 소아청소년의 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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