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준 양양보건소장, 지역의료 살리기 위해 의료인력 처우 현실화 시급
대학병원 3분진료서 환자에게 집중하는 왕진 순회진료방식 변화 보람

강원도 양양군 보건소 권성준 보건소장.
강원도 양양군 보건소 권성준 보건소장.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대학병원장 출신 의료취약지 보건소장이 느끼는 지역의료 현실은 어떨까?  

의료인력 부족과 함께 턱없이 부족한 장비로 인해 원활한 진료기능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강원도 양양군 보건소장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위암 명의 전 한양대병원장 권성준 교수의 결론이다. 권 보건소장은 지난 2011년 1월 강원도 양양군 보건소장으로 부임했다.

32년 동안의 대학병원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양양군민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보건소장이 됐다. 

권 소장은 "일반적 보건소장은 진료보다 행정 비중이 높지만, 저는 행정 업무는 10% 정도만 하고, 대부분 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양군 내 의원급 의료기관은 읍 단위로 5개만 있고, 내과 3곳, 외과 1곳, 정형외과 1곳 뿐이다. 면 단위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응급실이 없어 응급실을 가려면 속초, 강릉까지 가야 한다. 대중교통까지 없는 양양군민들의 의료서비스 혜택은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양양군은 65세 이상 노인이 32%, 현남면은 41%, 현북면 39%, 서면이 38%를 차지할 정도로 초고령사회다.

현재 양양군 보건소에 2명의 공중보건의사, 1명의 치과의사가 있지만 이들이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소에 진료를 할 수 있는 기구와 장비기 없어서다.

그는 "양양군 보건소는 운이 좋아 전문의 몇 명이 있지만 기구나 장비가 없다"며 "특히 안과 전문의 2명이 있지만 안과 진료를 위한 기구가 하나도 없어 안과 진료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과 이외 산부인과, 소아과가 없어 출산을 위해서는 타 지역으로 가서 출산해야 하는 등 필수의료 부족이 심각해 필수·공공의료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는 "양양군은 1년에 90명 정도 출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산부인과 개원의가 없어 산전 진단을 받을 수 없다. 다행히 모자보건협회 춘천지부에서 2주에 한 번 큰 대형버스를 이용해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양군에 개원이 안되 고, 속초의료원 등 공공의료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는 것은 소규모의 인구 수준과 의료인력이 생활할 수 있는 처우 개선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취약지 공공의료 의료인력 처우 현실화 없으면 인력부족 악순환

그는 "개원은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며 "양양군민 2만 8000명 수준으로, 읍에 1만명이 생활하고 있지만, 나머지 1만 7000명은 양양군 전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양양군의 면적은 서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속초의료원에도 의사들이 오지 않는다. 인제군, 고성군, 속초시, 양양군 4개 지역이 공동으로 군비와 시비를 모아 산부인과 의사 1명, 소아청소년과 의사 1명을 속초의료원에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은 오려고 하지 않는다. 나이 많은 의사가 올 수밖에 없다. 응급상황 콜을 대기하다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건강이 나빠진단"며 "의사는 또 그만두게 되는 등 의료인력 부족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양양군의 의료취약 상황에 조금이라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는 보건소 소속 방문간호사 20명이 읍에 있는 외진 독거노인 진료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그는 "독거노인 중에는 우울증 및 조현병 환자가 많다. 진단받은 조현병 환자만 154명에 이른다"며 "방문간호사는 혈압과 당뇨 진단키트를 통해 당뇨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양군 보건소는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치매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치매는 노인성 질환으로 양양군은 32% 이상 65세 이상 노인으로 치매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치매진단 이전의 단계인 인지기능 저하 환자를 보다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치매선별검사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치매환자의 가족들에 대한 대응요령 등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부작용과 불확실성 높아"

현재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 활성화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고 있다"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어 위험성이 높다. 환자가 스스로 자기 혈압을 체크하는데 그것이 정확한지 의료진은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3차 의료기관까지 비대면 진료가 확대될 경우 의료시스템 자체가 혼란스러워진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의료취약지의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중보건의사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중보건의들이 위급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했다"며 "의료취약지에 의사들이 활동하지 않는 것은 지리적, 사회 환경적 문제가 크다. 의사들이 의료취약지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공보의들에 대한 처우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3분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편안하게 환자들에게 집중해 진료할 수 있다"며 "환자 한명 한명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진료방식 변화가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왕진을 다시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공중보건의들과 경로당을 찾아 지역민들의 건간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건강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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