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최근 국내제약시장을 살펴보면 제약산업 환경변화로 인해 업계가 구조조정 되고 M&A가 빠르게 활성화 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인 반면 실질적인 사례로 입증된 것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M&A 활성화의 요인으로는 정부의 규제강화와 한미 FTA 도입으로 국내제약사의 체질개선과 역량강화 등 대폭적인 개선요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논리가 상당한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필자가 제약산업 M&A 등 컨설팅 실무를 통해 습득한 M&A의 현실은 다소 다르게 보인다. 즉, 제약산업이 영위해왔던 꾸준한 매출성장과 타 제조업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 강한 오너십과 경영권에 대한 애착, 그리고 기업가치의 시각차 때문에 실제 M&A 성공사례로 연결되는 케이스는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R&D 생산성 저하, 제네릭의약품 약가인하 압력으로 수익성 하락예상, 이로 인한 사업모델의 재편 및 확장, cGMP 투자라는 위기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 국내 M&A여건은 미성숙단계로 파악된다. 과거 약 10여건의 M&A가 있었지만 그 유형은 진정한 의미의 시너지개발 차원보다는 법정관리 탈피, 대기업의 신시장 진출, 외형(매출) 확대 등 소극적 측면이 대부분이었다.

본 지면에서 제약산업 M&A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M&A외에 JV나 전략적 제휴 방식을 통해 업계가 직면한 현안해결이 가능한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제약 M&A의 필요성


국내 제약산업에서 M&A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새로운 시장환경에 대한 적응이다. FTA도입, 약제비적정화방안, cGMP 도입의 효과로 2010년 이후 제약업계 자체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환경적 요인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업계 전체로 요구되는 구조조정은 각 회사가 처한 환경 및 내부기술력 등 역량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생존을 위해 재편될 것이라는 당위론이 확산되고 있다.

둘째는 투자자의 다양성에 따른 외부자본의 유입이다. 대기업, 다국적제약사, 금융권 및 국내외 PE(Private Equity)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본이 국내 제약산업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시장을 두드리고 M&A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은 그냥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나 실제는 매우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외부로부터 자본 유치는 당장 시급한 cGMP 설비에 소요될 추가 투자금액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우수한 외부인재를 활용하여 경영전략을 업그레이드하며, 신규사업을 구상함에 있어서도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투자자의 등장은 기업매수 붐을 일으키게 되고, 잠재매도자로 하여금 가격실현 가능성을 높이게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며 필요한 시너지확보를 위해 산업 및 인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되므로 궁극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기회로 이어지게 된다.

일례로, 제약회사 인수를 희망하는 대기업은 대체로 제약산업을 그룹의 신성장 산업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의지가 있는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국내제약사의 미흡한 점들을 단기간 내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의 증진, 해외경쟁력 강화, 신약개발 촉진, 영업망 이용 등 높은 수준의 시너지 확보가 용이하다. 또한 채권자, 소액주주, 종업원들에게도 신뢰와 명분을 제공할 수 있으며, 경영권 이양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며 사기하락 문제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경쟁력 강화이다. 제약산업의 꾸준한 성장성과 경기방어적 성격은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사업적 혜택을 제공하며 불황에도 지속적인 매출안정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제약바이오산업이 중심이 된 "인프라산업 헬스케어"의 주요 수단으로 제약산업을 이해해는 것이 보다 올바른 접근일 것이다. 제약회사 인수를 통해 헬스케어 관련 타업종을 강화하게 만들고, 나아가 의료, 보험, 정부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화로 이어질 수도 있어 헬스케어 산업 전체의 발전을 촉진한다.

넷째로는 제약사의 생존전략이다. 특히 R&D 관점에서 살펴보면 제약사의 수익감퇴를 최소화하고 타 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 R&D 비용을 절감하여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글로벌판매망 구축을 위해 기업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는 뒤에 기술할 전략적 제휴, 공동마케팅, 라이센싱 등 기회확보에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섯째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M&A는 제품을 통합하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주요수단이 되는데, 이 또한 대형제약사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마련이 된다. 그러나 회사규모에 알맞은 거대수익모델이 없는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효과지속이 어려우므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Deal 구조별 사례

- M&A, 조인트벤처, 전략적제휴 -

일반적으로 M&A라고 하면 기업의 control share(거래대상 지분율이 경영권이양을 동반할 수준까지 높아지는 것) 획득과 그로 인한 경영권 이동을 뜻한다. M&A는 대상기업의 경영권과 역량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투자금의 조달과 회수에 대한 면밀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하고 동시에 사업적인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략적 제휴란 기업간 협력 형태의 하나로 기업들이 경쟁 우위 요소를 바탕으로 하여 전략적으로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다른 기업에 대하여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제약업종에서 전략적 제휴는 FTA 도입으로 오리지널 신약에 대한 특허권 보호기간이 길어짐으로 인해 제네릭 비즈니스에 큰 타격이 예상되어 그 대응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략적 제휴의 장점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외부의 기술이나 영업망을 활용하는데 이점이 있고, 특히 향후 M&A를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라면 사전에 파트너십을 통해 투자위험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예컨데 cGMP 투자와 제품을 동시에 원하는 회사가 있을 때,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투자유치를 받고 국내영업망을 제공하면서 라이센싱의 가치와 전략적으로 교환할 때, 역할분담과 상호보완적 제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소수지분 인수를 통한 공동경영과 지분참여를 통한 전략적 제휴방식은 계속적으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M&A 통한 비전 제시

의약품 산업은 국민보건과 재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국가 기간산업이다. 고도성장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내재적 가치를 지녔으면서도 제네릭 비즈니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현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약산업의 구조조정 및 M&A를 통한 대형화"라는 발전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FTA체결로 인한 국내 제약산업의 피해측면 때문이라기 보다 우리의 미래전략산업이기 때문에 발전전략 차원에서 M&A를 제안하는 것이다.

차별성이 적은 품목구성과 영업망의 중복 등 제네릭 위주 비즈니스에서 탈피하여 R&D 위주의 신약개발회사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경영의지와 회사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 M&A를 통한 자본확충과 대형화로의 로드맵 구축이 필수적이다.

신약개발에의 투자, 해외경쟁력 및 국내 생존력(차별적 핵심역량) 강화라는 3가지 숙제를 한번에 해소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제약사들이 보유한 역량과 목표, 기업문화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제약사가 세계시장의 major player가 될 수는 없으므로 단계적 구조개편을 통해 각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역할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의 한 예로 국내 대형제약사들은 글로벌마켓 진출에 주력하기 위한 M&A가 필요할 것이고 이 추진에는 R&D 능력을 보유한 회사가 좀더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중소형 제약사의 경우는 국내 틈새시장으로의 진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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