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품목 분류제도∙임상평가 가이드라인 재정립 등 '선제적 기준' 마련 예정
식약처 외 심평원 등 유관 기관의 지원 필요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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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식품의약 규제혁신 정책은 피부에 와닿는 수준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달 바이오∙디지털헬스 규제혁신을 이룬다며,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과제를 발표하며 국제 기준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분류와 가이드라인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수렴하여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 업계가 갖고 있는 애로사항 등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다만, 식약처뿐만 아니라 임상∙허가 이후에 실제로 판매에 나설 때 접촉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 기관과의 협업 및 지원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에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식약처, 디지털 헬스 산업에 지대한 관심…’업계 의견 적극 반영’

식약처 오유경 처장은 취임 이후 간담회, 현장 방문 행보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 오 처장의 현장 방문과 간담회 참석 횟수는 20차례가 넘는다. 

특히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 디지털 치료기기를 위한 국제적 수준의 선제적 규제를 도입하고 그 의지를 직접 디지털 치료기기 회사를 방문하며 피력하고 있다. 

지난 6월 오 처장은 호흡기 디지털 치료기기 ‘레드필 숨튼’의 개발사인 라이프시맨틱스 본사를 방문해, 직접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특히 식약처는 해당 업계에서 가장 가려운 부분으로 여겨지는 품목 분류 체계와 임상 평가 가이드라인 부재를 개선해 디지털 치료기기의 빠른 상용화를 위한 환경 조성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 ‘GIFT(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가 신설된다.

그동안 신개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관련 가이드라인 부재로 인해 품목 분류 체계와 등급 결정 등에 장시간 소요돼 제품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GIFT를 통해 글로벌 혁신제품을 임상 초기부터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일부 심사자료는 시판 후 제출이 가능하도록 해 상용화를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등 글로벌 심사기준은 선제적 적용이 가능하다.

또 품목 분류 항목이 없는 신개발 의료기기 등은 한시 품목으로 허가 신청과 동시에 제품의 위해성이나 사용목적, 성능, 작용원리 등을 고려해 품목 신설 절차를 진행하는 등 신속한 제품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업계가 필요로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 양성에도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치료기기 제품 개발이 증가함에 따라 제품화를 지원하고 선제적으로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달 30일 대한디지털치료학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라이프시맨틱스 DTx실 권희 이사는 “기존에 갖고 있는 의약품 규제 정책이 신산업 분야에 해당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만 식약처가 간담회를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해외 진출을 위한 규정, 한시 품목 분류제도,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전문가 양성 등 요청했던 내용들이 단계단계 별로 잘 반영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 AI 솔루션 기업 메디컬아이피 관계자는 “식약처가 의료 분야 신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의료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향후 제품 출시와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심사 기단 단축이나 규제 완화를 통해 기존에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좀 더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복지부∙건보공단∙심평원 등 유관기관의 지원 필요

업계는 식약처뿐만 아니라 유관 단체가 모두 힘을 합쳐야 디지털 헬스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상 및 허가 이후에 실제로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급여 정책에 대해서 마땅한 기준이 나와있거나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특히 신산업 분야인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약품으로 분류되지만 기존 제도에선 급여뿐만 아니라 비급여 판매, 수가 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새로운 산업군은 비교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허가 받을 디지털 치료기기의 유효성 평가 및 이에 따른 수가 등을 산정하는 기준들도 전통 의약품 시장에 맞춰져 있다.

권 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새 그릇이 만들어지는데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디지털 치료제들을 어떤 식으로 평가할지, 급여도 새로운 기준으로 설정될텐데 기존 갖고 있는 틀에 새로운 성격의 기기를 어떻게 맞출지 업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4차산업을 이끌어나갈 먹거리인 신산업이 육성 되게 하려면 시장성이 있어야 되고 관련 기관이 영리목적을 다뤄줄 수 있어야 한다. 수가나 급여 등의 규제 영역에서 기존의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는 다른 성격으로 봐주면 좋겠다”며 “현재도 계속 논의는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명확한 방향성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급여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줘야하는 정부 입장에서 기존 틀에 새로운 산업 분야를 맞추려고 하다 보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상용화에 대한 식약처의 노력이 유관 기관과 같이 가야한다는 목소리다.

권 이사는 “환자에게 잘 맞는 효과가 좋은 제품들로 계속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고민들을 같이 해주길 바란다”며 “리월월드 데이터, 사이버 보안 수집 안전관리 보고 등을 더 고민하고 싶은데, 돈을 받을 수는 있어, 돈이 되기는 해 아직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더 발전 된 논의를 통해 생태가 돌아갈 수 있게 만들고 미래지향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미 업체의 의견을 수용하고 디지털 치료제 허가 후 수가 등을 선적용하고 그 후 효능에 따라 정식으로 수가에 등재할 지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산업분야 대해 어떤 가닥이 잡혀야 업계에서 구체적인 전략이 세워질텐데, 기존 틀에서 연구를 먼저 진행하고 그 후 방안을 내다 보니 승인을 앞둔 디지털 치료기기 선두 개발업체는 혼란 속에 있다.

식약처의 1차적인 가이드라인 개정뿐만 아니라 의약품 허가 및 급여 등을 책임지고 있는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허가 및 상용화의 첫 발을 어떻게 내딛느냐가 향후 디지털 치료제 업계의 방향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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