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학교다닐 때 전공 공부에서 어렵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다의어(多義語)였다. 

두 가지 이상 다른 의미를 갖는 단어라는 사전적 의미로 보면 쉽게 이해될 것 같지만 어원의 관련성, 의미의 유사성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이 단어가 다의어인지 동음이의어인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다의어가 그 단어를 접하는 사람의 직업, 살아온 사회 환경, 은유에 대한 민감성 등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한 몫 한다.

사실 전공은 손놓고 있는 지금도 문장을 쓸 때 '이 단어는 다른 의미로 해석해 독자가 받아들였으면 좋겠다'하는 기대도 한다.

최근에 코로나19(COVID-19)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하면서 감기약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일반의약품인 타이레놀은 사재기 열풍으로 시중 약국에서 구하는게 하늘의 별따기가 됐고, 전문의약품도 품귀 직전까지 내몰렸다.

제약업계는 윤 정부의 정책 공백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의 흐름을 가까이서 보지 못한, 디테일이 빠졌다는 것이다.

디테일의 부재는 어쩌면 정책 공백에서 야기된 건 아닐까 싶다. 어느 정부라도 100% 공약을 지킬 수 없지만, 이는 윤 정부에서 되풀이되는 조짐이다.

대선 공약으로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정권 초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정책기획위원회를 없앤 것에 더해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70%까지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하니 정책 공백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와중에 보건복지 정책 컨트롤타워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여러 명 낙마한지라 논의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 과학방역의 정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도 커지면서 지난 5월 취임 이후 약 3개월 만에 지지율도 30%를 밑돌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윤 대통령을 비꼬는 말로 그의 성을 뒤집어 '굥'이라는 밈(meme)까지 나올까.

공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무 것도 없이 비어 있음' 또는 '특정한 활동이나 업적이 없이 비어 있음'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나온다.

또 헷갈린다. 공백이라는 단어는 다의어가 아니지만, 나의 사회적 환경, 은유에 대한 민감성은 이를 다의어로 만드는 것 같다. 공백은 '없음으로 채우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비판받거나, 아쉬운 부분은 '없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길, 다른 의미의 '공백'을 가진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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