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홍보맨들의 이야기
조직·리더·언론 움직임 제일 먼저 파악해야


 홍보맨, 어느 누구보다 조직의 움직임을 발빠르게 읽어야 하고, 리더의 뜻을 알아채야 하는 존재다. 언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조직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긍정적인 쪽으로 널리 홍보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거나, 때론 어떤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올 한해 홍보맨들이 꼽은 의료계 핫이슈와 기억에 남는 홍보,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일까.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초대를 받는데 익숙하던 메디칼업저버 기자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홍보맨들을 초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년 세밑 "소주토크"란 이름하에 소주 한잔을 나누며 한해를 돌아보는 시간. 홍보맨과 기자라는 딱딱함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일시-2009.11.26.저녁 7시
◇장소-마포구 인근 음식점
◇사회-손종관 메디칼업저버편집국장
◇참석자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팀장
 김기성 대한의사협회 홍보국장
 전양근 대한병원협회 홍보팀장
 김재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홍보부장
 임종필 한국병원홍보협회 회장
  (서울대병원 홍보팀장)
 김정민 365MC 비만클리닉 홍보팀장

홍보맨들 이력
















 ■ 손종관 메디칼업저버는 매년 연말마다 다양한 직역의 보건의료관계자들과 함께 한해를 정리하는 "소주토크" 섹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공의, 여의사, 병원경영 전문가 등의 이야기로 채웠지요. 올해는 보건의료 주요 홍보맨들을 모시고, "2009년 홍보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 보건의료계 최일선에 계신 홍보 전문가들과 가볍게 소주한잔 기울이며, 한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기자들도 홍보맨의 고충을 이해하고, 각 단체 및 기관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는 기회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소속되어 계시는 단체, 기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홍보 업무를 맡아온 이력에 대해 소개해 주시지요.

 ■ 백찬기 대한간호협회는 1923년 5월 12일에 만들어졌습니다. 실질적으로 1910년에 모임을 시작한 만큼, 내년에는 역사 보증 작업을 시작할 예정에 있습니다.
 현재 간호사는 26만명이지만 실제 14만 500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등록간호사는 12만명에 이릅니다. 많이 등록했더라도 아무래도 급여생활자다 보니, 회비 수준이 많지 않은 게 흠이네요. 99%가 여성, 1%의 남성이라는 이색 성별 분포를 가지고 있으며, 홍보팀이 생긴지는 5년 정도 됐습니다.

 ■ 전양근 대한병원협회에서 13년 동안 홍보담당을 해오고 있습니다. 병협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으며, 11월 4일부터 5일까지 종합학술대회를 열었지요.
 원래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참석하기로 했을 만큼 학술대회는 커다란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수가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의협과 병협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항의 방문을 하려고 했던 그 틈과 맞물렸지 뭐에요. 장관께서 학술대회 개막 하루 전인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치사를 해주셨지만, 결국 학술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으셨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는 수가에 대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관심이 가질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을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재식 올해 2월부터 홍보부장에 근무하게 되면서 직·간접적인 홍보업무는 12년째입니다. 근무하면서 느낀점은 의·약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부담스러워하고 이견이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심평원은 필요한 진료는 보장하고 불필요한 진료에 대해서는 규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견은 많이 있습니다만, 상당한 부분 소통이 되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홍보를 하면서 요양기관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소통만 잘 된다면 심평원에 대한 오해가 많이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 김정민 365MC 비만클리닉은 비만만 전문으로 치료하는 네트워크병원입니다.
 국내 21개 지점, 일본에 2개 지점을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꿈꾸고 있지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비만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함께 전반적으로 비만클리닉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임종필 한국병원홍보협회는 1996년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홍보일을 하던 분들이 모임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현재 회원 600여명, 기관은 190여개가 등록해 있으며, 각종 세미나, 체육대회 등을 마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김기성 대한의사협회는 작년 1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의사면허 소지자가 10만명을 돌파했으며, 회원으로 거의 100% 등록이 되어 있지요.
 의협에 입사한지 13년이 됐는데, 이전에는 보험국장을 맡아오다가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당선된 이후 5월부터 홍보국장 발령을 받았습니다. 보험국에만 계속 있다보니 정체되는 것 같아 부서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졌던 듯하네요. 현 집행부에서 젊은 국장을 내세운 만큼, 경험도 부족하고 부담감도 있습니다. 대신 홍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기존의 홍보와는 다른 성격과 패턴을 시도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관심사

 ■ 손종관 올한해 보건의료계는 신종플루 때문에 정신없고 시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잠잠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몇 달간 신종플루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았지요.
 전염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예방, 치료, 백신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풀리는 일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이밖에 존엄사 문제, 임의비급여, 리베이트 등의 굵직한 현안도 참 많았는데요.
 올한해 소속 단체나 기관 홍보에 있어 최대 이슈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또한 별일 아니었지만, 그에 비해 홍보의 역할과 의미가 크게 다가왔던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김기성 최고 현안이라는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어렵지만, 경만호 회장이 출범한 해라는 의미가 가장 컸습니다. 경만호 회장이 후보로 나왔을 때 타 후보에 비해 공약 자체가 없는 것이 공약이라고 내세웠습니다. "의료수급구조 개혁"이라는 한 마디만 했고, 지금도 그것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 한 마디에 방대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다보니 홍보를 할 때도 어렵지만,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만들어 나가는게 아닐까 하네요.

 ■ 임종필 9월 말 8개 대형병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가 크게 보도된 것이 생각나네요. 진료지원과 선택진료, 제약회사 기부금 등에 대한 것이었는데, 어떤 경우는 단순한 사실 오인에서 비롯됐고, 또 어떤 사안은 사법부의 판단과도 다른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거리를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병원들이 기부금을 강요했다는 것은 공정위 자체적으로도 증거 불충분으로 재심사한다고 했으면서, 병원 실명을 공개해 이미지를 훼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던 것 같습니다. 리베이트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실명부터 거론함으로 무조건적으로 비난 받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연명치료중지 지침이 정해진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여전히 의료적 측면뿐만 아니라 종교적, 윤리적 측면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의료계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논의에 따라 일정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던 것 같네요.

 ■ 김정민 개원가 쪽은 외국인 환자 유치 합법화가 가장 큰 이슈가 됐습니다.
 365MC 역시 한참동안 논의를 진행하고, 일본, 중국 투어를 하면서 내부적인 절차 마련을 했지요. 실제로 올해 외국인 환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후에는 영문 약관, 수술 설명, 영문 자료 등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직원들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임종필 대학병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는 한국식 의료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외국어에 능통한 의료진이 외국인 환자를 돌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친숙한 별도의 시스템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의료분쟁의 해결책 마련 등 쉽지 않는 숙제들이 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재식 심평원은 복지부 산하기관입니다. 직원 1700여명 중 500여명은 복지부의 정책과 관련돼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최종적인 결정 권한은 복지부에 있습니다. 특히 약가에 대해 정부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데 비해 언론에서 심평원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을 보면 약간 억울합니다.
 약가인하나 리베이트, R&D 투자 등에 대한 큰 테마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확정되는 것입니다. 심평원이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네요.

 ■ 전양근 지난 5월에 기회가 주어져서 싱가포르 5개 병원에 가보게 됐습니다.
 국립 싱가포르대학병원의 경우, 수가가 A, B, C의 3등급으로 돼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지요. 시니어, 주니어, 전문의의 비용이 35, 29, 21달러로 환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의사의 연봉 또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싱가포르도 의료개혁을 하기까지 상당한 논란과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가장 낮은 등급의 한 병실에 80명이 입원해 있는데도 국민들이 별다른 차별을 느끼지 않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수가에 대해서 의식을 바꿔야 하고, 언젠가는 의료보험 체계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물가상승 만큼의 수가 인상을 위해 국민을 설득해온 1년이었지만, 그에 비해 이렇다할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아쉬웠던 한해네요.
 신종플루와 관련해 긴급 병원장 회의를 하는데, 기자들이 다 참석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슈가 있을때 기자들이 당연히 찾게끔 하는 것이 홍보인데 수가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거의 금기시 되고 있어 아쉽습니다. 수가, 병원경영난 등의 현안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알려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숙제만 안고 올해를 보내네요.

 ■ 백찬기 2006년부터 간호 인력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져 왔는데,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소병원이 문제입니다. 간호사 임금이 적은데다, 노동 강도도 중소병원에는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현재 9만 여명에 달하 것으로 추산되는 유휴간호사 수도 2012년쯤이면 12만 여명에 달하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해는 간호사 이미지 쇄신에 중점을 뒀습니다. 간호사와 간호 보조 인력과의 차이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지요.
 드라마를 통해 간호사가 간호 보조 인력처럼 비춰지는 것 때문에 홍보팀이 질책을 받기도 하지만, 간호사의 전문성을 직접적으로 다루려면 현재의 의료법이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방송을 통해 간호사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해 보자는 생각에 지난 5월 임상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전문직에 대해 다루기로 했는데, 때마침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는 바람에 방송 스케줄이 한 주 밀리고 내보내기로 했던 콘셉트 자체도 절반으로 줄어 아쉬웠습니다.

"대박" 혹은 "쪽박" 홍보

 ■ 손종관 여러 분들의 말씀을 듣다보니 참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던 것 같네요. 당장은 눈에 띄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홍보의 특성상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나 봅니다.
 그래도 올 한해 대박이었다 싶을 만큼, 잘한 홍보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후회될 만큼 쪽박이라 느꼈던 홍보도 괜찮습니다. 이번에 뼈아픈 경험을 했을지언정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테니까요.

 ■ 백찬기 최고의 홍보였다고 생각되는 것은 간호사이자,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을 정리한 것이 주요 일간지 D일보에 실리면서 오피니언, 삽화까지 폭넓게 다뤄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홍보 역시 같은 신문을 통해서 나와 좀 아이러니 했던 한 해로 기억됩니다. 간호사 부족과 관련해서 기획기사가 나갔는데, 김연아가 1등하는 바람에 중간에 내용이 죄다 짤렸네요.
 결국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알지 못할 정도로 짧게 기사가 나간 게 아쉽습니다.

 ■ 전양근 간호 인력난, 의료산업화, 영리법인, 임의비급여 문제 등 언론에 칼럼형태로 나가 사회적인 이슈가 될 수 있도록 신경썼습니다. 기사 본면에 나오기가 쉽지가 않아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문제는 병원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못하는데 있었습니다.
 중소병원이나 의협은 의료산업화와 영리법인 허용에 대해 반대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물론, 대학병원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측면이 많습니다. 의견을 모으기가 어렵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사항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부드럽게 독자들의 눈을 의식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 병원계의 입장을 슬기롭게 알리는 방법을 찾아봐야 겠어요.

 얼마 전 임의비급여 사건에 대한 여러 판결 중 최근에 나온 판결은 희망적이었습니다. 정부와 건보공단, 심평원은 병원과 윈윈하는 구조가 돼야 하며, 보건의료계 주요 기관들인만큼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담보로 다툼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김재식 가장 기억에 남는 홍보는 J일보에 실린 "폭탄주·뇌물 비리없는 직장"이란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심평원이 설립된지 10여년 동안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적이 한건도 없다는 내용이 기사화 된 것에 대한 자긍심을 느낍니다.
 수원지원에 근무할 때 일도 생각납니다. 제약회사 직원이 약제 기준에 대해 알고자 저를 찾아왔을 때, 담당직원을 소개시켜 준 일이 있습니다. 이런 단순한 안내 조차도 무슨 의도냐고 묻는 내부 직원들의 눈초리가 상당할 정도입니다.

 ■ 김정민 비만 콘텐츠를 강조하려다 보니 제목을 섹시하게 뽑거나 노인도 몸짱 시대 등 재밌게 쓸려는 부분이 많이 어필이 됐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의미있던 것은 고도비만 수술센터를 오픈하면서였습니다. 비만이나 다이어트 하면 너무 예뻐지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도비만 환자는 지하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이지요. 올해는 유난히 고도비만에 대한 노출이 많아지면서 취재 요청도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홍보거리가 늘어나고 환자수도 많아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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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되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작년에 오픈한 제주도형 리조트형 클리닉입니다. 국내 최초로 리조트에 비만 수술을 가능하게 하고, 해외 환자 유치에도 나선 클리닉입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관심을 많이 가지시더군요. 사실 아직까지는 운영에 있어 시기상조인데, 진행상황에 대한 대답을 하기엔 부족한 면이 없지않아 있네요.
 또 한 가지는 PPC 시술에 대한 소비자 고발이나 뉴스추적에서 취재를 나왔을 때입니다. 성실히 응하긴 했지만, 결국 방송의 취지상 PPC 시술이 과도하다는 내용이 보도됐지요.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방송의 기획의도에 따라 촬영했던 것과 다르게 보도되는 경우 특히 비만치료 자체를 "외모 지상주의"라는 초점에 의도적으로 맞춰 보도될 때는 난감합니다.

 ■ 임종필 전에는 부정적인 보도나 정책, 소송결과가 억울하다는 것이 있어도 웬만하면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주무부서만 해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홍보팀에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지요. 그런데 올해는 유독 해명하는 활동을 많이 했으며, 아슬아슬하게 넘어간 일이 많았던 것 같네요.
 신종플루 치료거점병원 지정 당시 서울대병원이 뒤늦게 참여함으로 부정적인 언론보도가 나갔던 것은 지금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입원해 있는 중증환자의 감염이 우려되고 전문적인 시설을 마련한 후에 제대로 진료하겠다는 병원의 심사숙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마치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보도된 것은 유감스러웠습니다. 언론과 국민 여론을 좀더 감안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요.

 ■ 김기성 의협 역시 최고의 홍보와 최악의 홍보 모두 신종플루로 기억됩니다.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번져가면서 예방이나 치료에 어떤 것이 좋다는 것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그중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자는 취지로 어떤 문제점이 있고 근거가 있는지, 효과는 무엇인지를 따져본 것이 유익했네요. 식약청에도 관련 업계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게 만들었습니다. 관련 부처에 정책적으로까지 영향을 미쳤던 잘된 홍보로 꼽을 수 있겠네요.
 안좋은 결과 역시 신종플루였는데요. 정부의 신종플루 대책 방안이 나올 때 의료계 내부에서 이것저것 따질 것이 아니라, 이때만큼은 정부와 의료기관이 합심하는 것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자칫 더 넓게 흩어지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어야 합니다.
 의협 내부에서도 적극 앞장서겠다고 했지만, 회원들 일각에서 의사에 대한 책임전가나 의사한테만 떠넘기는 모양새라는 등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집단접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 왜 집단접종을 하도록 내버려 두며, 투쟁을 못할망정 앞장서서 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냐는 비난섞인 반응이 많았지요. 결국 회원들의 입장을 고려한 신종플루 홍보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 임종필 다른 여러 병원이랑 같이 문제가 발생한 경우 소위 우리나라 대표병원이라는 이유로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병원은 서울대병원 덕분에 살았다고 말하는 병원들도 있으며,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제2병원의 사례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일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소속되진 않았지만, 올해 연세의료원 홍보팀의 고생담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존엄사가 핫이슈가 되면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환자분의 상태 등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됐습니다. 게다가 그 시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면서 홍보팀들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몇 개월간 크게 고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모 언론에서는 3개월째 비상근무로 홍보팀 직원들의 건강이 염려된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도 과거 노조의 장기파업, 황우석 사태 등 때 그와 같은 경험을 한 바 있어 연세의료원 식구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이 모아지는 경우 고생스러운 반면, 계량화하긴 어렵더라도 직간접적 홍보효과가 적지 않아요. 언론과의 유대관계도 공고해지면서 배우는 것이 많은 장점도 있기 때문이죠.

홍보시 어려운 점


 ■ 손종관 홍보를 하다보면 어려운 점이 늘상 뒤따르기 마련이지요. 물론 한두개가 아니겠지만, 특히나 어렵다고 느껴진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홍보의 특성상 어려운 점을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오늘의 문제가 전체 홍보계, 전체 보건의료계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개선해나가는 의지로 공유했으면 합니다.

 ■ 전양근 일간지에 병협 담당 기자가 없습니다. 복지부 출입 기자를 병협 출입 기자로 봐야 하는 건지, 의학전문기자를 상대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매번 외부에 크게 알리는 활동까진 하지 않는 조직의 특수성도 있는 것 같구요.

 ■ 김기성 의협의 경우 출입기자가 형식적으로 배정이 되어 있으며, 출입기자단도 형성돼 있지요, 일간지를 위한 기자실을 추가로 늘리는 것을 추가로 늘리는 것을 고민해봐야 하고 보다 체계적인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겠어요.

 ■ 백찬기 자료를 들고 직접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것 같아요. 기자들과 PD들을 쫓아다니면서 기사와 뉴스 발굴에 여념이 없지요. 많은 기자들이 간호사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어 다행이었지만, 간호사와 간호 보조 인력을 같다고 여기는 많은 이들을 보면 아직도 홍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 김정민 개원가는 홍보예산을 많이 책정할 수는 없지만, 콘텐츠로 승부하자는 의지가 강해요. 비만에 대한 관심을 재미있게 풀어가려고 노력하면서, 적어도 일주일에 5~6군데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기자간담회 같은 건 못하더라도 기자 쪽에서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다행입니다. 기획특집 주제로 다이어트, 비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다 보니, 홍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듯해요. 앞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겠습니다.

 ■ 임종필 예전에는 수술법을 개발했다는 것 위주로 다뤄지다가 요즘에는 비만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 같네요.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기사보다는 일상 생활과 밀착된 아이템들을 더욱 선호하는 일종의 트렌드 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 김정민 단일 질환이니 누적된 자료를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대학병원은 딱딱한 질환에 대한 치료 부분이 많은데 비해, 개원가가 오히려 읽기 편하고 가볍게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 김재식 사람들마다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홍보는 홍보부 직원만 하는 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안풀리면 "홍보가 안돼서"라는 말로 홍보부 직원만 질책합니다. 통신사들이 일년에 4천억 이상의 광고비를 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효과적으로 알리고 경쟁사에 대해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지요. 아웃풋에 대해서는 눈이 높아졌지만, 인풋에 대해서는 거의 투입할 생각을 안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직접 홍보를 하다 보면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 많은데, 투자없이 홍보의 중요성만 강조하기에 실무자들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 전양근 어느 조직이나 최고의 홍보담당자는 CEO라고 봅니다. 각지나 해외로 뻗어 나가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지요. 예전 대통령이 나갈 때 길에 나가서 손을 흔들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회장·원장 등의 성공적인 해외방문 같은 것을 홍보로 적극 활용할 기회를 늘렸으면 합니다.

 ■ 임종필 기본적으로 언론의 취재 요구에 온전히 응대하기 어려운 점이 늘 상존하는 것을 꼽을 수 있네요. 예를 들어, 의료사고 등 꼭 병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입장정리가 확실히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서둘러 공식입장을 달라는 요구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어려움은 홍보일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문제인 듯 하네요.
 다른 어려운 점은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네요. 브로셔, 인쇄물 등에 대한 예산이 많기 때문에 정확히 홍보 예산이 얼마인지 수치화 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쓸 수 있는 홍보예산이 사실상 한정돼 있는 속에서도 더 늘리려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 손종관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참 많네요. 그렇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언론에게 바라는 점도 있을까요. 늘 홍보맨들에게 취재 요청하는 기자들이 자칫 범하기 쉬운 실수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한말씀 해주시지요.

 ■ 임종필 한가지 말씀드린다면, 언론 취재 시의 환자 프라이버시 문제입니다. 흔히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 등이 진료를 받을 때, 진료 또는 입원사실 여부와 현재의 상태 등을 문의하는데 환자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알려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더 어려운 것은 방송인 등의 유명인사가 입원했을 경우입니다. 프라이버시는 병원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할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에, 언론사 기자들과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원칙을 지켜내느라 고생스러운 적이 간혹 생깁니다.
 최근에는 사이판 총기사고로 서울대병원에 새벽 1시에 이송되어 응급수술을 받은 분이 있었는데, 현재의 상태, 앞으로 치료계획 등을 묻는 언론 요청에 응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일반적인 환자와 다르지 않냐는 언론의 생각도 일리는 있겠지만,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지나친 요구나 불필요한 문의는 자제했으면 합니다.

 ■ 전양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반론보도를 청구했던 피디수첩에서 자막으로 사과방송이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실에 기인한 올바른 보도에 힘써주시길 바래요.

 ■ 김재식 인터넷 신문이 주류를 이루면서 너무 속보경쟁에 치우치는 것 같습니다.
 이해가 상반된 기관에서 성명서가 발표되면 심평원에 문의도 없이 경쟁적으로 기사를 게재합니다. 반론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선거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우는 이해가 가지만 제도에 속보경쟁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건강보험 제도와 관련된 것은 일단 확인하고 난 다음 기사를 작성했으면 좋겠습니다.
 5분 빨리 보도하는 것보다 왜곡되지 않는 기사가 더욱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 전양근 병협이 관심있는 부분은 언론에서 관심밖인 경우가 많아 아쉬워요. 앞으로는 공익마케팅이라고 해서 공익 활동을 함으로써 비용은 들어가지만,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잘 포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병원과 의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죠.

 ■ 백찬기 간호사와 간호 보조 인력에 대해 정확한 구분을 했으면 합니다. 가끔 간호 보조 인력의 과실이 간호사가 벌인일로 보도되는 경우가 있어, 경찰서를 통해 확인하고 이를 다시 언론매체에 알려 바로 잡느라 홍역을 치리곤 합니다. 물론 홍보팀의 역할이 크겠지만요.

 ■ 김정민 여성 홍보팀장이라 그런지 여기자분들도 많이 좋아하시는 듯 합니다. 부담없이 식사한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병원을 찾게 하는 것이 홍보의 시작이 아닐까 해요. 비만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만큼, 내년에도 기자분들의 많은 취재요청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손종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홍보맨이라는 자리가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홍보맨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올한해 아쉬웠던 점, 힘들었던 점은 소주 한잔과 함께 털어버리고, 내년도에도 보건의료 각 단체와 기관들의 번창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이제 9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학술, 경영, 정책기사에 특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메디칼업저버의 취재요청에도 적극적인 호응 부탁드립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리·임 솔 기자 slim@mmkgroup.co.kr
사진·고민수 기자 msko@mmkgro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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