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이용제 교수(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 좌장 문인석 교수(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좌장 이용제 교수(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 좌장 문인석 교수(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근 ‘이명 환자의 정신건강에 있어 St. John’s wort의 임상적 적용’을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이용제 교수(연세의대), 문인석 교수(연세의대)를 좌장으로 하여 배성훈 교수(연세의대), 박혜민 교수(차의대)가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강연을 진행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날의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정리하여 게재한다.


만성 이명의 내과적 치료

병인 및 치료의 한계

연자 배성훈 교수(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연자 배성훈 교수(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명은 외부의 소리 자극 없이 귓속에서 소음이 들리는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기준 유병률은 20% 정도이며, 매년 3%씩 증가하고 있다고 알려져있다. 우울증은 이명의 주요 발생 요인 중 하나로, 이명 환자의 절반 가량에서 우울증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어 이명과 우울증 간 연관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명의 발생 경로는 명확히 규명되어 있지 않으나, 병리학적으로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청각 주변부(auditory periphery)의 손상이 주요 병인인 청각 박탈-뇌 경로와 청력의 갑작스런 저하나 난청이 변연계를 거치면서 뇌의 지각 및 감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있다. 두 경로가 서로 연관되어 있고 정확한 병인을 규명하기 어려워 이명 치료에서 표준 치료법은 아직까지 정립되어 있지 않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이명의 치료 방법에는 약물 치료 및 상담을 통해 심리적 부담감을 치료하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이명을 차폐(masking)하기 위한 소리 자극 치료법을 포함한 이명재활 훈련치료(tinnitus retraining therapy, TRT)가 있다.  또한, 청각 주변부 이상을 주병인으로 하는 이명에는 인공와우(cochlea implant)나 보청기(hearing aid)를 이용한 청각 재활 치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명의 병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동물 모델에서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만성 이명뿐만 아니라 박동성 이명, 개방성 이관 또는 폐쇄성 병변으로 인한 이명 등 유형이 다양한 점도 이명 치료 연구가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정확하게 측정 가능한 객관적인 이명 평가 방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치료 약물 연구의 걸림돌이다. 그래서 이명은 청각과 달리 이명 설문지(tinnitus handicap inventory, THI) 검사, 시각 아날로그 평가 척도(visual analog scale, VAS) 등 환자의 주관적인 평가에만 의존하기 마련이다.

이명 치료 약물
현재까지 미국 FDA에서 공식적으로 승인한 이명 치료 약제는 없으며 항우울제, benzodiazepine계 약물, non-benzodiazepine계 항전간제, NMDA (N-methyl-D-aspartate) 수용체 길항제, 도파민 수용체 조절제, ginkgo biloba extract와 같은 다양한 약제들이 만성 이명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중 ginkgo biloba extract를 제외하면 대부분 뇌, 청각, GABA, 글루타민산, 세로토닌 수용체를 조절하는 약리기전을 가진 약물들로 뇌에서 신경 간 신호전달체계를 조절하는 약물이 주를 이룬다. 

약물의 체계적 리뷰를 시행하는 권위있는 Cochrane review에 언급된 바에 따르면, ginkgo biloba extract인 EGb761®은 무작위배정 임상(RCT) 연구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또는 혈관성 치매가 동반된 심하지 않은 이명 치료에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EGb761®에 대한 3개 RCT 논문을 메타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를 동반한 이명 환자에서 EGb761®은 환자의 우울, 불안, 인지장애, 이명 모두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이명: EGb761®군 -1.4 vs. 위약군 -0.3; p<0.001). 결론적으로 치매를 동반한 이명 환자에서 ginkgo biloba extract는 뇌 혈류 개선 효과를 통해 우울, 불안, 인지장애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이명 현상까지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Bruggemann P, et al. J Clin Med. 2021). 

선행 해결 과제
이명의 약물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매우 다양하지만 병리적 요인, 효과 측정 동물 모델의 부재, 복합적인 발병 경로 및 병태의 다양성, 효능 측정의 객관성 결여 등으로 이명은 질환에서 약물의 임상 연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심과 체계적인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다양한 이명 치료 약물 중 EGb761®은 치매를 가진 환자의 이명 치료에서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되어 있고, 위약과 비교하여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주므로 치매를 동반한 이명 환자에서 보조적 치료제로 사용을 권고할 수 있다.


이명 고령환자의 정신건강과 St. John’s wort의 임상적 유용성

이명 고령환자의 정신건강

연자 박혜민 교수(차의대 차움삼성분원 가정의학과)
연자 박혜민 교수(차의대 차움삼성분원 가정의학과)

이명은 청각 자체 문제뿐만 아니라 우울감, 집중력 저하 등으로 정신건강을 포함한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령인구에서 이명과 정신건강 및 삶의 질의 연관성을 알아보고자 국내 60~79세 환자 5,129명을 대상으로 이명-정신건강 관련 연구를 실시했다(Park HM, et al. J Appl Gerontol. 2022).

환자를 정상, 경도 이명, 심한 만성 이명의 세 군으로 분류한 후 정신건강 평가인자로 우울감, 심리적 고통, 자살 사고(ideation)를 조사하고 건강 관련 삶의 질 평가인자로 이동성, 자기관리 능력, 일상활동 능력, 통증/불편감, 불안/우울의 5개 항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심한 만성 이명 환자군은 정상군에 비해 우울감이 1.7배, 심리적 고통 1.9배, 자살 사고가 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p<0.001). 또한 건강 관련 삶의 질 저하 정도도 2배 가까이 높아 심한 만성 이명 고령환자는 정신적 건강 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만성 이명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수면 장애다. 수면 장애는 생체주기를 망가뜨리고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기능장애(HPA axis dysregulation)를 유발하여 C-reactive protein 등 다양한 염증성 표지자를 활성화시킨다. 또한 세로토닌 전구체로 알려진 트립토판의 이화작용을 증가시켜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우울증은 생체주기 및 HPA 축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울증 환자에서 연령인자와 HPA 축 간 상관관계를 메타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에서 HPA 축의 조절기능이 확연하게 축소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 사용의 유용성 
만성 이명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항우울제와 안정제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콜린 작용에 기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고령환자에게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 TCA)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benzodiazepine계 약물은 약물의존성, 순행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 때문에 고령환자에서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세인트존스워트는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생약 성분으로 유럽에서 활발히 처방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영양제 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우울 증상 감소, 폐경기 증상 개선, 과민성 대장증후군 및 만성 피로 환자에서의 우울감 감소, 상처 치유 능력에 대한 효능이 입증됐다. 

세인트존스워트의 주요 약리 성분은 hypericum, hyperforine, hypericin으로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억제시키고 도파민 전환을 억제하여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세로토닌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또한 GABA 등의 수용체에도 작용하여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조절한다.

흥미로운 점은 세인트존스워트가 면역시스템에도 영향을 주어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진 인터루킨-6 (IL-6)의 생합성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우울증과 염증성 상태의 상관관계는 근래 많은 연구들이 뒷받침하고 있으며, 세인트존스워트의 항염증효과가 항우울효과에 일조하는 것으로 예측한다.

2016년 세인트존스워트의 항우울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세인트존스워트-위약군 또는 세인트존스워트-대조군을 비교한 35개 임상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문헌 고찰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Apaydin EA, et al. Syst Rev. 2016).

적어도 4주 이상 세인트존스워트를 복용한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 성인 환자 6,99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세인트존스 워트군은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더 많은 환자에서 치료 반응을 보였고(RR 1.53; CI 1.19-1.97; 18 RCTs) 유의하게 더 낮은 우울 척도 점수(standard mean difference (SMD) 0.49; CI 0.23-0.74; 16 RCTs)를 보여 분명한 우울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한편, 세인트존스워트와 항우울제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우울 증상 개선 및 치료 반응률에서 두 군간 유사한 효능을 보였다(치료 반응률: RR 1.01; CI 0.90-1.14; 17 RCTs) (그림 1). 

그림 1. 세인트존스워트 제제와 항우울제의 우울 증상 개선 효과 비교
그림 1. 세인트존스워트 제제와 항우울제의 우울 증상 개선 효과 비교

안전성 평가에서 세인트존스워트는 위약군 대비 이상반응 발생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표준 항우울제 치료에 비해 소화기계, 신경계를 포함한 이상반응 발생이 더 적었다. 세인트존스워트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s)를 비교한 27개 임상 연구, 3,808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세인트존스워트는 SSRI 대비 유효성 및 우울증 관해율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으면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약물 복용 중단이 유의하게 훨씬 더 적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다른 항우울제에 비해 항콜린성 부작용이 경미하므로 이명과 우울 증상을 동반한 고령환자에서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며, 위장장애, 피부 알레르기, 현기증 발생이 0.15-0.55%, 광과민성 반응은 30만 명 중 1명으로 매우 드물게 보고됐다. 

결론
우울증의 치료 효능 및 안전성에 관한 고찰 연구에서 세인트존스워트는 경도-중등도의 우울증에 개선 효과를 나타내면서 위약 수준으로 낮은 이상반응 발생률을 나타냈다. 또한 메타분석에서 SSRI와 유사한 효능을 나타내면서 복약 중단율이 유의하게 낮았다. 세인트존스워트 추출물(노이로민®)은 항우울제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 효과를 보이면서 약물 부작용이 적다. 일부 병용 주의 약물(CYP450 대사)에 주의하여 처방한다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만성 이명 환자를 비롯하여 정신건강과 약물 부작용에 취약한 노인 이명 환자, 이명을 동반한 경도~중등도 우울증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Discussion  

 이용제 :  이명 환자에서 세인트존스워트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가 있었나요? 

 문인석 :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항우울제에 비해 효과가 열등하지 않으면서 환자의 심리적인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약물에 대한 순응도도 좋습니다. 이명 환자는 이명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에 따른 우울감, 강박, 스트레스 등에 따른 공포감으로 힘들어 합니다.

여러 항우울제가 있지만 복용에 대한 중요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설명해도 정신질환 관련 약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낮고 결국 환자의 증상은 나빠집니다. 이에 반해 세인트존스워트는 환자의 거부감이 적고 복약순응도가 높아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사용해 본 경험에 의하면 clonazepam, alprazolam 등에 비해서 효과가 열등하지 않으면서 복약순응도를 높여줍니다. 

 이용제 :  참고로, benzodiazepine계는 인지장애, 순행성 기억상실증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고령환자에게 사용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전에 많이 처방했던 amitriptyline은 입마름이 심합니다. 특히 고령에서는 녹내장이나 변비가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문인석 :  노이로민®은 세인트존스워트라는 식물의 추출물로 부작용 발생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인트존스워트 추출물은 히페리시 건조 엑스 제제로, 주성분인 hyperforine, hypericin 등이 약리작용을 일으킵니다. 노이로민®은 생약 제조 전문 회사인 독일 슈바베사의 원료를 수입해서 제조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용제 :  근래에 코티졸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이 핫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코티졸은 HPA 축과 관련된 호르몬인데 이와 관련된 연구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나요? 

 박혜민 :  HPA 축에 관련된 호르몬과 우울증의 연관성에 관한 많은 논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성 스트레스가 있는 환자에서는 혈중 코티졸이 많이 상승되면서 염증에 취약한(inflammatory) 체질로 변환되기 쉽습니다.

전염증성(proinflammatory) 표지자들이 상승하면서 우울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코티졸이 감소하면서 환자는 무력감을 호소하게 됩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혈중의 코티졸을 긍정적으로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배성훈 :  현재 만성 이명 환자의 치료에 주로 ginkgo biloba extract를 사용하고 benzodiazepine계 약물을 추가로 처방하고 있습니다만, 노이로민®은 효과와 안전성도 우수하고 R코드로 급여가 인정되어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적은 데다 항불안제나 항우울제에 비해 복약순응도가 뛰어난 만큼 향후 고령환자를 포함한 만성 이명 환자에게 적극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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