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공개한 새로운 약가제도에 병원계와 제약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새로운 제도가 불법 리베이트를 더 음성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공식 발표에 앞서 가진 국회 보고를 통해 내년 7월 1일부터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안)"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허만료약 20% 인하, 약가재평가, 기등재약 경제성평가, 실거래가사후관리, 리베이트 적발시 약가인하, 사용량에 연동하는 약가인하에 이어 또하나의 새로운 약가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것.

안에 따르면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보험상한가와 실제 구매가의 차액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실거래가제도는 없어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차액 중 요양기관에 70%, 환자에 30%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보험상한가가 1000원인 약을 요양기관이 900원에 구입하면 차액인 100원을 인센티브로 주는 것이다. 인센티브 비율도 명시했다. 요양기관은 70%인 70원을 인센티브로 받게 되고, 환자는 30%인 30원을 약제비로 경감받을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이 제도가 제약사들의 약가인하를 유도하고 더불어 인하된 금액을 요양기관과 환자에게 주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는 만큼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요양기관들이 저가구매를 자발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는 점에 기대가 높다. 당연히 리베이트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와 달리 병원계와 제약업계는 정반대 생각을 갖고 있다. "양측은 복지부가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격"이라며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우선 이면계약 가능성이다. 이 제도는 애초의 계획과 달리 실제로는 약가인하를 막기 위해 요양기관과 이면계약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음성적 리베이트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염려다.
 
한국제약협회가 제도 검토 단계서부터 반대를 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협회는 복지부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당시 협회는 "저가구매 가능성보다는 더 큰 이익을 취하려는 의료기관과 약가인하를 피하려는 제약업계 간에 이면계약이 성행해 오히려 리베이트가 다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럴 경우 쌍벌제 등 당사자 간 처벌강화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처벌 수위를 올린 것도 이같은 취지다.  

복지부는 이번 보고서에 리베이트 수수 보건의료인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것을 규정했다. 또 현재 면허자격정지 2개월인 행정처분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최대 1년으로 강화했다.
 
또 제약사간 경쟁으로 약가가 무한정 내려갈 경우에는 약가인하 상한제도를 통해 제약사들 피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는 약가인하 시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복지부는 저가구매를 통한 실거래가 신고가 활발해질 경우 매년 위반품목에 대해 가중평균가격으로 인하하되 약가인하 "면제 범위 20%", "최대인하폭 10%"로 제한해 제약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면제 범위 20%"는 상한금액이 1000원이고 가중평균 가격이 800원인 경우, 인하금액 200원 중 20%인 40원을 제외한 160원만 적용해 840원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대인하폭 10%"는 아무리 가격인하가 이뤄져도 매년 10%를 넘기지 않겠다는 조치다. 위의 사례의 경우 840원이 돼야 하지만 "최대인하 10%" 룰이 적용되어 900원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도 은밀하게 이뤄지는 이면계약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우려하고 있는 것은 가격 담합이다. 제약사들이 같은 성분을 보유한 회사들끼리 입을 맞추는 가격담합행위가 더욱 음성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쟁약이 별로 없는 제품군들이나 오리지널 신약에서는 제약사들 간의 입 맞추기가 수월해 담합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제약사들의 투자의욕 상실은 최대 현안이 될 수 있다. 제약협회는 잇따른 약가규제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이 R&D투자 의욕을 상실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산업보호 측면에서 이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계도 복지부가 제도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인지 모르겠으나 이름만 바꿔 이런저런 내용들을 첨삭하는 정책들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개선방향이 잘못되고 있다는 주장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제약협회 회장단도 무리한 제도 시행에 앞서 일정기간 시범사업을 통해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의 실효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계와 제약계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새로운 약가정책"의 향방에 의약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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