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지속형 단클론항체 조합 예방약
PROVENT 임상3상에서 예방 효과 입증
정부, 추경안에 이부실드 2만 명분 도입 위한 예산 편성
면역저하자·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경험자 투여 기대

▲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틱사게비맙/실가비맙).
▲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틱사게비맙/실가비맙).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틱사게비맙/실가비맙)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약 이부실드의 연내 도입을 협의 중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가 낮은 면역저하자를 보호하기 위해 2만 명분의 이부실드 도입에 약 396억 원이 편성됐다. 

이부실드는 항체를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약으로 코로나19 치료에 더해 예방효과가 있다고 보고된다. 장기지속형 단클론항체인 틱사게비맙과 실가비맙을 연속으로 근육주사하는 것을 1회 접종으로 인정한다. 효과는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알려졌다. 

FDA·MHRA 등 이부실드 허가

전 세계 인구의 약 2%가 코로나19 백신에 부적절한 반응이 나타날 위험이 높다고 파악되면서 이부실드를 통한 노출 전 예방요법에 관심이 모인다.

암 환자, 장기 이식 환자, 투석 환자, 면역저하자 등과 SARS-CoV-2 바이러스 노출 고위험군이 이부실드의 노출 전 예방요법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부실드는 지난해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승인을 받았다. 영국 의약품규제당국(MHRA)은 지난 3월 이부실드를 허가했다. 프랑스와 호주, 싱가포르 등도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이부실드 선구매 계약을 완료했다. 일본에서는 연내 승인 가능성이 제기된다.

PROVENT, 이부실드군 코로나19 감염 위험 76.7%↓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부실드는 PROVENT 임상3상에서 안전성 문제 없이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NEJM 4월 20일자 온라인판).

임상3상은 코로나19 백신에 부적절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거나 SARS-CoV-2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18세 이상 성인 5197명을 대상으로 했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기 전인 2020년 11월 21일~2021년 3월 22일에 참가자를 모집했다. 

전체 참가자는 이부실드 300mg 투여군(이부실드군, 3460명)과 위약군(1737명)에 2:1 비율로 무작위 배정됐다. 73%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 비만, 면역장애, 백신 관련 이상반응 고위험군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았다. 77.5%는 울혈성 심부전, 만성 폐쇄성 폐질환, 만성 콩팥병, 간질환 등을 앓고 있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이부실드군 34%(1161명), 위약군 49%(853명)였다.

투여 83일째 1차 분석 결과,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감염은 이부실드군 0.2%(8명), 위약군 1.0%(17명)에게서 확인됐다. 위약군 대비 이부실드군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76.7% 유의미하게 낮았다(95% CI 46.0~90.0).

추적관찰 기간을 6개월(중앙값)로 늘려 확인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이부실드군이 위약군보다 82.8% 의미 있게 낮았다(95% CI 65.8~91.4). 

아울러 이부실드군에서 6개월 동안 중증 코로나19 감염 또는 사망 사례가 없었다. 위약군에서만 5건의 중증 또는 치명적 코로나19 감염, 2건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이 확인됐다. 

한 가지 이상 이상반응 발생률은 이부실드군 35.3%, 위약군 34.2%였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인 주사부위반응은 이부실드군 2.4%, 위약군 2.1%에게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콜로라도대학 Myron J. Levin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입원 및 사망 위험을 줄이며 감염 예방 효과가 높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면역저하자와 백신 접종이 어려운 성인 등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인구에게 근육주사로 투여하는 이부실드가 장기적 보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는 경도~중등도 코로나19 치료에 이부실드를 사용하기 위한 허가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한 TACKLE 임상3상이 진행됐고, 개발사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중증 코로나19 감염 또는 사망 위험을 낮췄다. 

정부·학회, 이부실드 투여 가이드라인 마련 예정

이부실드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심각한 이상반응을 경험한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신석 이사장(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은 "면역저하자는 일반인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가 충분하게 생성되지 못하거나 이상반응이 많이 발생한다. 이부실드는 코로나19 항체를 외부에서 투여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 사례가 보고돼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면역저하자들이 있다. 이부실드가 도입된다면 많은 환자가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단, 이부실드가 도입돼도 투여할 수 있는 환자군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정부가 면역저하자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해 많은 환자가 백신을 맞았다"며 "정부는 암 또는 장기이식 등 특정 환자군 모두에게 이부실드를 투약할지 또는 항체가 생기지 않은 환자군에만 선별적으로 권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도입 추진 중인 물량을 보면 신장질환에서는 투석 환자를 제외하고 이식 환자만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 박진균 교수(류마티스내과)는 "PROVENT 연구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일반인을 모집해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 오미크론 이후 새로운 변이가 유행할 경우 이부실드가 이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류마티스질환 환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접종 완료 시 이부실드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단, 면역억제제 리툭시맙 복용한다면 치사율이 조금 더 높다고 알려졌기에 이들에게는 이부실드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부실드 투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유관 학회에 치료 필요 환자군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학회 논의 후 이부실드 투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며 "투여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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