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기자간담회는 정부 부처, 기업, 단체에 출입하거나 해당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뉴스를 발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의응답을 갖는 소통의 장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발표자, 타깃 매체 등을 고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코로나19(COVID-19)로 2년 넘게 홍보활동에 발목이 잡혔던 학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춘계학술대회 개최를 발판 삼아 기자간담회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주제는 국제학술대회 개최, 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 급여 개선 요구 등 다양하다. 학회 전문가들은 간담회 주제에 따라 발제에 나서고 기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을 이어간다. 질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최근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기자간담회는 보통의 간담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 발표'를 주제로 13일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핵심 키워드는 '고혈압 진료지침'이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진료지침 개정'이었다.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은 임상의와 환자들이 주목하는 큰 이슈 중 하나다.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이 심혈관질환 주요 위험인자인 고혈압 환자로 추정되고 많은 환자가 관리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임상의와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지침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개정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업데이트된 내용과 그 이유 그리고 진료현장에서의 치료 변화다. 이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들을 수 있는 소통 창구 중 하나가 기자간담회다. 

학회는 진료지침 개정 요약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은 있었으나, 기자간담회에서 개정 내용과 구체적 근거를 공개해 간담회 개최 메시지는 잘 전달했다.

그러나 이어진 패널토론은 선택적 소통 자리에 그쳤다. 패널토론 참석자, 즉 스피커는 진료지침 개정에 참여한 전문가도,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는 개원의도, 치료에 관심이 많은 고혈압 환자도 아닌 학회가 정한 기자였다. 

패널토론의 주도권을 쥔 기자의 질의가 이어졌고 청중석에 있던 학회 임원들은 답변하기 위해 단상에 나오기 바쁜 주객전도 상황이 벌어졌다. 진단기준 유지 이유 등 의미 있는 정보를 청중석에 있던 학회 임원을 통해 들을 수 있었지만, 진료지침 개정 내용보단 '일반인에게 더 다가가는 학회가 되기 위한 방안', '이해하기 쉬운 진료지침 제공'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지정된 패널토론 이후 '시간 관계상'을 이유로 질문 하나만 받고 기자간담회는 급하게 마무리됐다. 

이날 대한고혈압학회는 학회가 지정한 기자와의 담화를 '기자간담회'란 이름을 달고 열었다. 홍보할 주제는 명확했지만 자유로운 질의응답 분위기는 없었고 여러 매체와 소통하겠다는 학회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진료로 바쁜 의사들이 홍보까지 원활하게 준비하기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타인의 시간을 뺏어 마련한 자리라면 적어도 많은 매체와 소통하려는 노력은 보여줘야 한다. 간담회 주제는 위대했지만 홍보 전략은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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