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일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이해영 교수 '스마트 기기 이용 혈압 측정의 현 위치' 발표
고혈압 환자 대상 연구 없어…의학적 상태 진단 위해 사용하지 않아야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는 13~1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스마트 기기 이용 혈압 측정의 현 위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는 13~1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스마트 기기 이용 혈압 측정의 현 위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삼성 갤럭시워치가 혈압 측정 기능을 탑재하며 일상에서 혈압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 관리에 갤럭시워치를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개발 과정에서 진행한 임상에 고혈압 환자가 적게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고혈압 환자 대상 연구가 없어, 고혈압 환자 모니터링 용도로 갤럭시워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순환기내과)는 13~1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스마트 기기 이용 혈압 측정의 현 위치'를 주제로 발표하며 갤럭시워치 임상 결과와 함께 제한점을 설명했다.

갤럭시워치 혈압 측정 임상 결과는?

▲갤럭시워치 혈압 측정 기능. 갤럭시워치 홈페이지 삼성 헬스 모니터 앱 소개 캡처.
▲갤럭시워치 혈압 측정 기능. 갤럭시워치 홈페이지 삼성 헬스 모니터 앱 소개 캡처.

갤럭시워치의 혈압 측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허가받았다. 단, 구체적 결과에 대한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데이터를 논문으로 발표하도록 회사에 요청하고 있으나 이를 진행하기엔 회사가 바쁘다"면서도 "갤럭시워치 혈압계가 의료기기로 자리잡으면 규제가 늘어난다. 회사는 '혈압 측정 기능이 있는 시계'임을 중요하게 생각해 논문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갤럭시워치의 혈압 측정 기능을 평가한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임상에는 85명이 등록돼 미국 인증 기준인 85명 이상 모집 기준을 충족했고 남녀 비율은 비슷했다. 흑인이 31%를 차지했으며 아시아인은 2명 포함됐다.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고혈압 환자는 20% 이상, 160mmHg 이상은 5%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허가임상 기준에 따라, 연구에는 각각 24%와 8% 등록됐다. 이완기혈압 85mmHg 이상은 41%를 차지해, 20% 이상 모집해야 하는 기준을 충족했다.

혈압에 대한 의료기기 허용기준은 표준편차 8mmHg 이하, 평균오차 ±5mmHg 이하이다. 갤럭시워치는 수축기혈압 표준편차 7.46mmHg, 평균오차 -0.11mmHg, 이완기혈압 각 5.85mmHg, -0.28mmHg로 기준에 부합했다. 맥박에 대한 허용기준은 백분율 오차 ±5% 이하로, 갤럭시워치는 2.8%로 조사됐다.

정확도를 측정하는 결정계수 R2은 수축기혈압은 0.86으로 좋은 값을 얻었다.

그러나 수축기혈압 160mmHg 이상 참가자의 평균제곱오차(MSE)는 -8.7로 낮게 측정됐다. 동일한 대상으로 다른 검사법을 적용해 일치도를 평가하는 블랜드 앨트먼 분석에서 수축기혈압 ±5mmHg 이하에 해당한 참가자는 59%, ±10mmHg 이하는 83%로 조사됐다. 

이완기혈압에 대한 R2는 0.79였고, 60mmHg 이하 참가자에서 평균오차는 +4.8mmHg로 높게 측정됐다. 블랜드 앨트먼 분석에서 이완기혈압 ±5mmHg 이하에 해당한 참가자는 67%, ±10mmHg 이하는 92%였다.

70~180/40~120mmHg 벗어나는 혈압 측정 제한

갤럭시워치 혈압계가 허가임상 기준을 만족했지만, 학회는 70~180/40~120mmHg를 벗어나는 혈압 측정을 제한하고 있다. 

또 고혈압 범위의 검증 자료가 제한적이며 고혈압 환자 대상 연구가 없어, 학회는 갤럭시워치 혈압계를 '고혈압, 심장 관련 또는 기타 의학적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에 갤럭시워치 혈압계는 고혈압 환자 모니터링보단, 일반인에서 혈압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을 조기 진단하는 일차적 효용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이와 함께 박동수 변동이 큰 심방세동, 혈류가 약한 말초혈관질환, 당뇨병, 심근병증, 말기 신부전, 혈액응고장애 등 환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은 권장되지 않는다. 

갤럭시워치 '혈압 보정' 문제 있어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

갤럭시워치의 가장 큰 한계점은 혈압 보정(calibration) 작업이다.

일반적인 표준곡선(standard curve)을 만드는 것과 달리 3회 연속 측정한 혈압으로 보정하기에, 측정 당시 사용자의 심리가 불안정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으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혈압 보정이 잘못 이뤄진다면 사용자의 혈압은 부적절하게 측정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실제 보정 전후 수축기혈압 평균 차이는 6.82±5.56mmHg였고 최대 33.75mmHg까지 차이가 나타났다. 

보정 오류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사용자 혈압이었고 나이, 성별, 보정 전후 맥박 등은 해당되지 않았다. 

임상적으로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인 사용자는 보정 전후 평균 8.18±6.34mmHg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수축기혈압 128mmHg 이상일 경우 세심하게 보정하지 않으면 혈압을 측정할 때마다 약제 하나 정도의 혈압강하 효과가 사라졌다. 

진료실에서 3개월 간격 보정해주는 방안 제안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진료실에서 갤럭시워치 등 스마트기기를 3개월 간격으로 보정해주는 방안이 제안됐다. 혈압 보정에 대한 제도화를 통해 진료실에서 기기를 보정하고 3개월에 한 번 내원해 보정 효과가 남아있는지 확인하자는 것이다. 

보정 간격이 3개월로 제안된 이유는 갤럭시워치 보정 효과가 3개월까지 2mmHg 이내로 유효할 수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갤럭시워치는 보정 후 15일까지 수축기혈압의 유의한 변화가 없었으나 이후 매일 0.02mmHg 증가했다. 병원 혈압계 최소 눈금 간격은 2mmHg인 만큼, 갤럭시워치 변화 값을 적용하면 3개월마다 보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갤럭시워치는 28일마다 사용자 스스로 재보정하도록 한다. 

아울러 △누워 보정(높은 혈압) △팔을 들어 올려 보정(낮은 혈압) △팔을 내려뜨려 보정(높은 혈압) 등 다양한 자세에서 혈압 보정이 이뤄진다면, 광혈류측정(PPG) 방식 혈압계 보정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혈압 측정에 스마트워치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워치의 혈압 보정 문제는 아직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의료진이 옆에서 스마트워치 사용자를 도와 정확한 혈압 보정을 진행하는 것이 기기 사용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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