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P-1, 자간전증 고위험·BUMP-2, 만성·임신성 고혈압 임산부 대상
자가혈압측정군, 고혈압 조기 발견·혈압 개선 나타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혈압 위험이 높거나 고혈압을 진단받은 임산부 관리에 자가혈압측정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가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 결과, 자간전증 위험이 높은 임산부는 자가혈압측정을 진행하더라도 고혈압을 조기 발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임신성 또는 만성 고혈압 임산부는 자가혈압측정에 따른 혈압 개선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

높아진 혈압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임산부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혈압관리가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4만 2000여 명이 임신성 고혈압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이는 전체 모성사망의 14%를 차지한다.

자가혈압측정은 일반인의 고혈압 진단 및 관리를 개선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하지만 임산부에게도 도움이 되는지는 근거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고혈압 위험이 높은 임산부 관리를 위해 자가혈압측정이 필요한지 평가하기 위한 BUMP-1·2 무작위 연구가 영국에서 시행됐다. 연구 결과는 JAMA 5월호에 연이어 실렸다.

BUMP-1, 고혈압 첫 진단 기간 약 이틀 차이 불과

BUMP-1은 자간전증 위험이 높은 임산부가 자가혈압측정을 시행하면 일반적 산전관리 대비 임신성 고혈압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진행됐다(JAMA 2022;327(17):1656~1665). 

2018년 11월~2019년 10월 영국 15개 병원에서 평균 임신주수가 20주이고 자간전증 위험이 높은 임산부 2441명이 모집됐다. 기존에 고혈압을 진단받았던 임산부는 제외했다. 

전체 임산부는 일반 관리와 함께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자가혈압측정을 시행한 군(자가혈압측정군, 1223명)과 산전관리만 진행한 표준관리군(1218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자가혈압측정군은 일주일에 3회 혈압을 측정하고 애플리케이션에 주 2회 측정값을 입력했다. 표준관리군은 정기적 산전관리 시 의료진이 혈압을 측정하는 일반 진료를 받았다. 

2020년 4월까지 추적관찰 동안 2346명이 연구를 완료했다. 임상적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는 16%, 자간전증 발생 환자는 4%였다. 

처음 고혈압으로 진단받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을 조사한 결과, 자가혈압측정군 104.3일, 표준관리군 106.2일로 두 군 간 차이는 약 이틀에 불과했으며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P=0.64).

이와 함께 중증 고혈압 또는 자간전증 발생률은 두 군 간 다르지 않았다. 신생아실 입원이나 입원기간 등 출생 전후 예후 차이도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 기간에 18건의 이상반응이 보고됐으나 중재로 인한 이상반응으로 판단된 사례는 없었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자가혈압측정군 1%(12건), 표준관리군 0.5%(5건)였다. 

이번 결과는 자간전증 위험이 높은 임산부에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자가혈압측정이 고혈압 조기 발견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는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의고혈압은 병원 밖에서 혈압을 측정하면 정상이지만 진료실에서는 높게 나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가면고혈압은 백의고혈압과 반대로, 병원 밖에서 혈압이 높게 나오지만 진료실에서는 정상으로 측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옥스퍼드대학 Richard J. McManus 교수는 "병원에서 고혈압으로 확인된 참가자 4명 중 1명은 가정혈압 판독값이 정상범위에 있었다. 이로 인해 고혈압 조기 발견을 위한 자가혈압측정을 제시할 수 없었다"며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이 부정적 1차 목표점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또 연구 전 일부 참가자가 자가혈압측정을 시행해 중재 효과가 약화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BUMP-2, 관리에 따른 수축기혈압 차이 없어

BUMP-2는 고혈압을 진단받은 임산부가 자가혈압측정을 진행하면 일반적 산전관리에 비해 혈압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시행됐다(JAMA 2022;327(17):1666~1678).

2018년 11월~2019년 10월 영국 15개 병원에서 만성(임신주수 37주까지, 454명) 또는 임신성 고혈압(임신주수 20~37주, 396명)이 있는 임산부를 모집했다.

만성 고혈압군의 평균 임신주수는 20주였으며 평균 나이는 36세였다. 임신성 고혈압군의 평균 임신주수는 33주, 평균 나이는 33세였다.

전체 환자군은 일반 관리와 함께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자가혈압측정을 시행한 군(430명)과 병원에서 의료진이 혈압을 측정하는 산전관리만 진행한 표준관리군(420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추적관찰은 2020년 5월까지 이뤄졌다.

분석 결과, 만성 고혈압군의 평균 수축기혈압은 자가혈압측정군 133.8mmHg, 표준관리군 133.6mmHg로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임신성 고혈압군의 평균 수축기혈압은 자가혈압측정군 137.6mmHg, 표준관리군 137.2mmHg로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혈압이 다르지 않았다.

아울러 자가혈압측정군은 표준관리군보다 자연진통 시작 비율이 낮았지만 산모 또는 아기 예후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를 이끈 영국 런던 성토마스병원 Lucy Chappell 박사는 "만성 또는 임신성 고혈압이 있는 임산부에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자가혈압측정은 일반관리와 비교해 혈압 조절을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코넬대학 Laura Riley 교수는 논평을 통해 "자가혈압측정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이러한 관리가 혈압 상승에 따른 산모 및 신생아 합병증을 예방하고 중증도를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Riley 교수는 "임신기간에 혈압이 높아졌거나 만성 또는 임신성 고혈압이 있는 임산부는 단일화된 접근방식으로 관리할 수 없다"면서 "이번 연구는 일반적 산전관리, 특히 대면 관리를 대체하는 원격의료 측면에서 자가혈압측정의 역할을 다루지 않았다. 향후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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