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 등록증을 발급받은 의료기관은 1400여개에 달한다. 이중 병원은 한국국제의료협회를 중심으로, 개원의는 전국글로벌의료관광협회, 한국글로벌헬스케어협회로 모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외국인 환자 유치가 합법화된 이후 이 단체들은 어떻게 조직됐으며, 어떤 움직임을 보여 왔는가.

가장 먼저 단체가 구성된 것은 국제의료협회이다. 지난 2007년 민·관 공동 협의체 형식으로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가 결성, 외국인 환자 유치가 생소한 분위기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41개 병원이 소속돼 있으며, 지난달 24일에는 사단법인을 선언하고 국제의료협회로 명칭을 변경,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국제의료협회는 정부기관과 함께 하는 만큼,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아 교육을 전개하는데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해왔다. 해외 정부기관과의 연계에 중심에 서있으면서 통계자료 수치나 실적을 제시할 때도 근거가 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성상철 회장은 "국제의료 분야 민간 선도기관으로서 우리나라가 국제의료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성형, 치과, 한방 등의 개원가가 정작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뒤를 이었다. 실제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조사결과, 외국인 환자 52% 이상이 경증 의료관광객이었다. 성형의 경우에도 의료비가 800~1200만원에 달할 정도의 고가가 많은 만큼, 개원가의 역할을 토대로 고액 중증환자를 유치해나갈 수 있는 측면이 강조됐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합법화 이후 개원의를 중심으로 전국의료관광협회와 글로벌헬스케어협의회, 코리아의료관광협회가 구성됐으며, 이중 전국의료관광협회와 글로벌헬스케어협의회가 지난 10월 전국글로벌의료관광협회(이하 전국글로벌협회)로 전격적인 통합을 선언했다. 이후 코리아의료관광협회는 글로벌헬스케어협회(이하 G협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전국글로벌협회는 해외 환자 유치업체를 운영 중인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실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했으며, 양우진 대한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장, 한승경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을 공동 회장으로 선출했다.

회원은 1000여 곳에 이르며, 해외 환자 유치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피부과(192곳) 가운데 81%(156곳), 성형외과 전체 149곳 가운데 72%(107곳), 영상의학과 26곳 중 96%(25곳)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비급여 시장의 상당수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장점을 토대로 피부미용과 성형과 웰빙케어, 관광을 한데 묶은 상품을 개발하고, 개원가 대표 단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G협회는 예치과그룹의 박인출 대표원장을 회장으로, 네트워크병원이 많이 소속돼 있다. 권오중 레알여성외과 원장, 김병건 BK동양성형외과 원장, 정태준 녹십자건강증진센터 원장, 안건영 고운세상피부과 원장 등이 임원진으로 구성돼 있다.

G협회는 예치과를 비롯한 네트워크병원의 강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각 나라별, 지역별, 진료과목별로 차별화된 현지 복수 파트너를 선정해 유치모객과 한국의료 마케팅을 실시하고, 환자유치와 사후치료를 위해 60여개 해외 거점병원을 구축할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단체 활동의 장점은 우선 정보 수집과 공동 마케팅에 있다. 단체를 중심으로 박람회나 컨퍼런스를 주최하거나 참여하는데도 유리하다.

국제의료협회는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일본, 중국 이외에도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으로의 현지 파견 일정을 잡으면 회원병원들에게 알려 참여를 유도한다. 전국글로벌협회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1차 타깃으로 정해 마케팅 계획을 짜고 있으며, 우봉식 이사장이 러시아 현지에 세운 지사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G협회는 예치과에서 진행 중인 현지 환자와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사전 문진 및 진료상담을 실시하고, 한국에서 진료를 받고 돌아온 환자 대상의 애프터 서비스를 전 회원으로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박인출 회장은 "병원에서 소정기간의 실습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받은 전문 코디네이터를 회원병원에 공급하고, 의료사고 및 분쟁에 병원과 함께 협회가 공동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체 활동의 또다른 장점은 정책 반영에 한몫한다는 것이다. 국제의료협회는 합법화 이전부터 계속적으로 법안 마련의 주장을 펼쳐왔으며, 회원 병원들과 함께 비자 발급, 분쟁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데 기여했다.

개원가 단체 역시 기존 병원들에 국한된 외국인 환자 유치 정책을 개원가의 측면에서도 반영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됐다. 전국글로벌협회 우봉식 이사장은 "의료관광의 대부분은 1차 의료기관에서 해결할 수 있으나, 현재의 정책은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당장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비용을 충당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원가 단체의 경우 대표성을 가진 사단법인의 승인을 앞두고 이권다툼을 하는 형국이다. 피부과의사회와 성형외과의사회에서 G협회 탈퇴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G협회 측의 빈축을 샀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원가 사단법인 단체를 승인하는 문제로 단체 통합을 권고했으며, 지금도 두 단체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단체들에게 하나로 통합된 사단법인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요청했으나,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단체에 가입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게 하는 효익이 없다는 회원병원들이 지적이 많다. 국제의료협회 소속 병원 관계자는 "고액의 회비를 내면서도 해외 현지 설명회에 참여할 때마다 별도의 비용을 또다시 지출해야 한다"며 "협회는 회원들에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야 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원가 단체 관계자는 "회원으로 참여한 이들이나 회장단이 대부분 경쟁상대"라며 "환자가 어떻게 유치되는지 알수 없지만, 유치한 환자를 회원들에게 배분하는 문제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관계자도 "합법화 이후 여러 단체들이 회원 가입을 하라는 연락을 받을 정도로 다수의 단체가 생겨났다"며 "단체간 주도권 경쟁에 혈안이 돼있을 것이 아니라, 환자 유치 실익의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단체는 분명 이점이 있다. 다만 정책을 마련하거나 공동의 마케팅 활동에 기여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발로 뛰어야 하는 것은 우리 병·의원의 몫으로 보인다. 가입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으려는 노력없이 불만만을 제기한다면 결국 우리 병원만 손해인 셈이다.

향후 관광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유사 단체가 많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단체들은 이권다툼이 아닌 실질적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동을 해야 하며, 국가의료와 관련있는 만큼 단체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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