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90mmHg 미만 조절률 여전히 절반 못미쳐
항고혈압제 병용처방은 60% 육박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2021년) 우리나라 고혈압의 유병규모와 관리현황을 새롭게 정리한 고혈압 팩트시트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1’을 발표했다. 1998~2019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19년까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지난 번 팩트시트와 비교해 2019년 자료가 추가 또는 업데이트됐다. 새 팩트시트 또한 △평균 혈압 및 고혈압 규모의 변화 △고혈압 관리지표의 변화 △고혈압 의료이용 현황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팩트시트부터 분석대상을 20세 이상으로 확대해 적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병률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28%가 고혈압으로, 약 1207만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기준 20세 이상 연령표준화 성인인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22.5%(남성 25.9%, 여성 18.8%)로 조사됐다.

한편 30세 이상 연령표준화 성인인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고혈압 유병률은 27.2%(남성 31.1%, 여성 22.8%)로 10년 터울의 유병률 차이가 있었다.

문제는 노인 고혈압이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고혈압 유병률이 50%를 훌쩍 넘어서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인지·치료·조절률

한편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관리지표’와 관련해 △(유병자 중 고혈압인줄 알고 있거나 의사로부터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경우인) 인지율은 70%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고 있는) 치료율은 66% △(혈압이 목표치 이내로 강하·유지되고 있는) 조절률은 44% 수준이라고 밝혔다. “2009년까지는 관리수준이 빠르게 향상됐으나, 이후 개선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항고혈압제 처방

항고혈압제 처방동향은 2제 이상 항고혈압제의 병용요법이 다수 선택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21년 팩트시트만 봐도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임상의들로부터 크게 쓰임받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단독과 병용을 포함해 전체적인 항고혈압제 처방률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72.5%, 칼슘깅항제(CCB) 60.9%, 이뇨제(DU) 24.7%, 베타차단제(BB) 15.7%,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1.8% 순으로 나타났다.

좀 더 자세히 보면 2019년 기준으로 한 가지 약제를 처방받는 경우(1제요법)가 40.6%였던 반면, 2제 이상의 항고혈압제 처방은 59.4%로 단독치료보다 우위를 점했다. 세부적으로는 2제요법이 43.4%, 3제요법 이상이 16.0%로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병용하는 처방이 다수를 차지했다.

병용요법

약물 병용요법의 이론적 배경은 만성질환의 병태생리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각각의 질환들이 워낙 다양한 병태생리 루트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하나의 루트만을 단독으로 막거나 공략해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병용요법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혈압 분야에는 최근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논쟁의 불씨는 SPRINT 연구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고혈압 환자에서 기존의 수축기혈압 목표치 140mmHg보다 낮게 조절한 결과, 더 우수한 심혈관사건 감소혜택을 얻었다. 정상혈압에 해당하는 120mmHg 미만까지 낮춘 결과다. 메타분석에서는 수축기혈압을 10mmHg 낮출 때마다 심혈관사건과 사망 위험이 각각 20%와 13% 감소했다.

그런데 더 낮은 혈압조절(The Lower)을 위해서는 더 많은 항고혈압제(The More)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고혈압 환자의 70% 이상이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으로는 혈압을 원하는 목표치까지 끌어 내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명제 중 하나는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ASH의 보고에 따르면, 354개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을 메타분석한 결과 단일성분 항고혈압제의 평균 강압효과는 9.1/5.5mmHg에 불과했다. 반면 상호보완 작용의 항고혈압제를 병용할 경우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추가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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