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PACEN, 공동 심포지엄 7일 개최
의료기술 중심 'EBM'에 더해 환자중심의 가치 기반 'VBH' 개념 지향
가치 기반 의료를 통해 기존 기술 중심 의료 한계점 극복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 허대석 사업단장은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와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환자중심 임상연구의 필요성 및 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 허대석 사업단장은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와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환자중심 임상연구의 필요성 및 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의료기술 중심으로 이뤄지던 임상연구가 환자가치 중심으로 변화하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았다.

기존 근거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EBM)에 더해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의 의료인지를 검증하는 가치 기반 보건의료(Value Based Healthcare, VBH)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한광협)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 사업단장 허대석)'이 공익적 임상연구 성과가 진료지침이나 건강보험 정책에 반영돼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환자중심 임상연구에 지원하고 있다. 

PACEN은 질환별 임상연구센터사업을 시작으로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NSCR),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NHCR)의 연장선상에 있다.

환자중심 임상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한심장학회(이사장 김효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한광협) PACEN(사업단장 허대석)과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논의 시간을 가졌다.

심포지엄은 '심혈관질환 분야의 환자중심 임상연구 프로젝트의 성과와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1>연구 패러다임 전환기…'환자중심 임상연구'란?

<2>순환기 분야에 녹아든 '환자중심 임상연구'…주목할 주제는?

'환자중심 임상연구'로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찾아

PACEN은 다양한 의료기술 중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가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에 지원한다. 의료기술 측면에서 이뤄진 EBM에 바탕을 두면서 '환자중심'과 '최적화'라는 VBH를 지향한다. 

예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암 환자는 폐렴 또는 저산소증이 발생하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기술 관점에서 적절하다.

그러나 환자가 이 같은 의료를 의미 없다고 판단한다면 가치 기반 보건의료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최근 의료는 환자 가치를 존중하자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어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최선일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미국은 독립연구수행기관으로 '환자중심결과 연구소(PCORI)'를 설립하고 환자에게 가치 있는 의료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 근거들을 만들고 있다. 

PACEN 허대석 사업단장은 "지난 수십 년간 연구 패러다임은 EBM이었으나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에 부딪혔다"며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는 EBM 다음으로 VBH를 통해 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VBH는 개인의 가치, 기술적 가치, 의료자원 분배,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PACEN, DB 구축→후속연구→진료지침·정책 반영 목표 

PACEN은 총 2단계로 사업이 이뤄진다. 1단계는 2019~2023년 5년간 전향적 연구에 지원하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2단계는 2024~2026년 3년 동안 데이터베이스 활용 후속연구를 진행해 진료지침이나 정책에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목표다. 

허대석 사업단장은 "과거에는 논문 발표를 위해 연구자 입장에서 수월한 영역을 정해 연구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비난이 있었다. 이번 사업으로 진료현장이나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실용적인 데이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면서 "또 일회성 연구로 끝나기에는 아까운 데이터가 많아 데이터 공유를 통해 연구가 보편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단이 추구하는 것은 리얼월드 근거이며 가치는 환자 중심이다"며 "이를 연계·융합하고 데이터를 공유해 의료계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선순환 구조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구축해 부가가치 창출 연구 지원

의뢰자 주도 연구와 구분

'환자중심 의료'는 기존 의료가 제시하는 의미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환자중심 의료 의미에 대해 환자단체와 연구진의 오해가 있다는 게 허대석 사업단장의 전언이다. 

허대석 사업단장은 "지난 3년간 사업을 요약하면, 환자단체에서는 본인들이 제안한 과제가 선정되지 않을 경우 환자중심이 아닌 연구자중심 사업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환자단체가 제안하는 주제는 굉장히 폭넓고, 이미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그 성과가 확산되지 않아 환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상당했다"며 "연구자들은 모든 의료가 환자중심인데 왜 연구에 지원해주지 않는지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 의료와 환자중심 의료 비교. PACEN 허대석 사업단장 발표 자료 재구성.
▲기존 의료와 환자중심 의료 비교. PACEN 허대석 사업단장 발표 자료 재구성.

기존 의료와 환자중심 의료를 비교하면, 기존 의료의 방향성은 기술 중심 연구가 주축이다. 반면 환자중심 의료는 가치 기반 의료를 통해 기술 중심 의료가 갖는 한계점을 극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기존 의료는 의료자원을 분절적으로 활용하고 가부장적인 결정이 이뤄졌지만, 환자중심 의료는 기술과 복지를 융합해 의료자원을 활용하고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으로 의학적 결정을 내린다.

기존 의료의 성과지표는 양의 증가, 환자중심 의료는 질적 향상이다. 지불제도는 기존 의료가 행위별 수가였다면 환자중심 의료는 포괄수가를 지향한다. 

허대석 사업단장은 "현재 지원하는 사업은 환자중심성과 리얼월드 근거를 강조하고 정책과 연계되며, 일회성 연구가 아닌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이다"며 "지원하는 연구들은 연구자 주도 연구(ITT)로 제약사 등 의뢰자 주도 연구(SIT)와 구분된다"고 밝혔다.

"환자중심 연구로 낭비요인 제거해야 선순환 구조 만들어져"

PACEN과 학계는 환자중심 임상연구를 통해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서 낭비되는 요인을 제거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총 진료비와 건강보험 보장률 연도별 변화를 보면, 1976년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10.5%, 2001년도는 60.8%였으며 지난 20년 동안 보장률은 60%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4년과 2019년 총진료비는 각 66조원과 103조원, 건강보험 보장률은 각 63.2%와 64.2%였다. 즉 건강보험 보장률을 1% 높이기 위해 40조원을 사용하고 있었다. 

허대석 사업단장은 "기술 중심으로 의료에 접근하니 비용은 비용대로 쓰면서 실제 환자들은 보험료만 올라 실질적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한정된 의료자원에서 신의료기술을 계속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제도 내 낭비요인을 제거해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패러다임이 환자 가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심장학회 김효수 이사장(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상당히 중증인 중환자를 인공호흡기로 치료하며 재정을 낭비할지 또는 존엄사를 할지가 이슈다. 우리나라는 너무 전자에 치우쳐 비용효과성을 벗어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고위험군의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비용을 95%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사망 위험이 높은 모든 환자에게 TAVI를 시행하는 것을 반대한다. 유연한 체제가 필요하며 보험이 필요한 범주와 일반적인 치료 범주 등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PACEN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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