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김남훈 교수 대한당뇨병학회서 결과 발표
인슐린 등 집중치료까지 걸린 기간 3.5년..시작 시점 A1C 9.5%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국내 2형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A1C)가 9.5%에 이르러서야 인슐린 등 주사제를 통한 집중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치료의 임상적 관성(clinical inertia)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남훈 교수(내분비내과)는 7~9일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연례 국제학술대회(ICDM 2021)에서 이같은 내용의 후향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국내 3차 의료기관 3곳에서 경구제 3제요법으로 치료받은 2형 당뇨병 환자 699명의 데이터에 기반했다.

환자들이 경구제 3제요법 치료를 시작한 시점 평균 연령은 57.3세, A1C는 8.8%였다.

이들이 인슐린, GLP-1 제제 등 주사제를 통해 집중치료를 받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3.5년으로 집계됐다. 집중치료를 시작한 시점 평균 A1C는 9.5%였다.

이와 별도로 김 교수는 단일기관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연구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한 의료기관을 방문한 2형 당뇨병 환자 2341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환자들은 경구제 3제요법에도 A1C 7% 이상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357명은 주사제를 통한 집중치료를 받았으며 나머지 1984명은 경구제 치료를 이어갔다.

집중치료군과 경구제 치료지속군 간 A1C를 비교한 결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중치료 시작 시점 A1C 9.5%...임상적 관성 드러난 지표

고려대 안암병원 김남훈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남훈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 3곳의 데이터를 후향분석한 결과, 주사제를 통한 집중치료까지 걸린 기간은 3.5년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앞서 이뤄진 연구 결과에 비해 다소 단축된 기간이지만 각 의료기관별 집중치료까지 걸린 기간은 큰 차이를 보였다”고 풀이했다.

A기관의 환자들은 집중치료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1.9년이었으나 B기관의 환자들은 이같은 기간이 6년이었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사안은 집중치료를 시작한 시점의 A1C가 9.5%였다는 점이다.

질환 조절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추가적인 조치가 더딘 임상적 관성을 재확인한 지표로 풀이된다.

치료장벽은 GLP-1 제제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치료시작 시점의 A1C는 GLP-1 제제 사용군 8.6%, 인슐린 사용군 9.8%로 조사됐다.

GLP-1 제제는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 치료장벽이 낮았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단일기관 연구에선 주사제를 통한 집중치료군과 경구제 지속사용군 간 A1C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추가적인 확증 과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경구제 4제요법은 임상적 관성을 해결하기 위해 주목할만한 전략이라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메트포르민·글리메피리드·DPP-4억제제 기반에 엠파글리플로진을 더한 전략이 혈당강하 측면에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인슐린과 관련해선 치료대상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인슐린은 마지막 무기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인슐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이 있는 만큼 이들을 발굴하고 제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표준화된 프로토콜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설득하는 기술에 대한 고민해야

토론 세션에서 패널들은 임상적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주사제 치료를 설득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라매병원 문민경 교수(내분비내과)는 “임상적 관성의 해결을 강조하는 것이 약물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해될까 우려스럽다”며 “연구결과가 보여주듯 주사제 치료가 반드시 혈당강하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어 환자의 생활습관교정을 유도하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때 어느 정도 기간, 어느 수준의 A1C을 마지노선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주사제 도입 과정의 큰 장애물은 환자들의 주저함 또는 저항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내분비내과)는 “환자에게 특정 방향을 제시했을 때 따라오지 않을 경우 의료진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환자가 거절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치료라면 설득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인슐린 처방률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한다”며 “의사별로 처방률이 1%에서 10% 등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이런 지표를 비교하다 보면 의사들이 더 움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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