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서도 하위권…외화 버는 지식산업 인식 시급

우리나라 임상시험 건수가 2000년 32건, 2001년 45건, 2002년 55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세는 우리나라 임상의학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이고 특히
다국적 임상시험은 같은 기간 5건, 18건, 17건으로 태국·싱가포르·필리핀·홍콩·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의 여러 국가들보다도 매우 낮은 수치를 보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의학발전을 이
끌고 있다는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한다.
 임상시험은 에이즈의 지도부딘이나 백혈병의 글리벡같이 참여자의 질병치료 기회를 신속
히 제공해 주고, 이 분야에 대한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하여 임상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장
점이 있다. 또 신약개발 및 선진국의 임상시험 지식·기술의 도입, 근거중심의 의료 실천과 함
께 고도의 지식 및 기술 집약적인 산업으로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경제적 가치도 높일 수 있
다.
 김철준 MSD부사장은 "임상시험 연구비는 복잡성·난이도·기간 등에 따라 다르지만 1건당
2~4억원 정도다"며, 우리나라가 호주와 같이 매년 800건 내외의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면
1600~3200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밝히고 이 수익금을 임상연구소 운영비로
활용하면 국가와 병원 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사장에 따르면 또 현재 우리나라 건당 연구비는 다국가임상시험 건당연구비의 절반에
도 못미치고 의료시장이 호주보다 2배 이상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치 가능한 임상시험 연구
비는 추정금액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고용증대 효과도 뚜렷해 한명의 임상시험 모니
터가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임상시험이 3~5건·5~10 sites라고 하면 800건 혹은
2000sites의 임상시험 수행을 위해서는 300명 이상의 직원과 관리약사 등 전문직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와함께 신물질발견, 비임상시험, 임상시험 등의 순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기 때문
에 임상시험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지면 신약개발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호주를 비롯 아일랜드·핀란드·스웨덴 등 앞다퉈 임상시험 유치를 위한 국가정
책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1995년 GCP(Good Clinical Practices)를 도입, 임상시험에
서 피험자를 보호하고 자료의 타당·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제정된 가이드라인에
준하도록 했고 이후, 병원들의 임상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가 활성화 되면서 윤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조건을 갖춘 임상연구가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2위의 제약시장 규모와 선진국 수준의 의료기반을 갖추었음
에도 양적인 면에서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임상시험을 규
제해 왔고 신약허가를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돼 왔으며 다국적 임상시험도 2000년 이후
부터 시작해 역사가 짧다고 하지만 부끄러운 결과임에는 분명하다.
 이같은 저조한 결과에 대해 이 분야 전문 의학자들은 경험있는 연구자 부족, 연구보조인력
부족, 제약업계의 전문성 부족, IRB의 경험 부족, 의학계의 인식부족, 시민들의 왜곡된 인식,
신약개발 능력 낙후, 임상시험을 허가하고 관리하는 법규체계의 경직성을 들고 있다.
 특히 임상시험과 관련한 식약청의 전문인력 부족은 특별한 전기가 없는한 임상시험 `건
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은 불가능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만은 허가관청에 임상
시험 관련 전문의사가 13명, 일본은 15명이 있지만 우리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는 것이 의학계의 시각이다.
 이들 의학자들은 "임상시험 허가관련 자료요구를 개발단계(IND)와 허가단계(NDA)가 다름
에도 혼동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자료준비에 모든 힘을 빼앗긴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정부
가 밝히고 있는 `임상시험계획승인제도`의 기본 방향은 우리나라 의약품 임상시험 및 신약허가
제도를 국제적 기준과 조화시키고 세계적인 수준의 제약산업을 육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
제 임상시험을 하는 의학자들은 이 방향을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의학자들은 임상시험 신청자료 검토를 IRB가 맡고, 식약청은 IRB를 감독하고
신청건의 적절성 검토후 하자가 없으면 승인해 주도록 하는등의 실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
장하고 있다.
 신상구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교수(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는 "다국적 임상시험은 하루
가 급한 현실에서 각국별로 동시에 시험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만 예외로 하는 경
우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 가이드라인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임상시험 허가관련 자료요구
를 개발단계(IND)와 허가단계(NDA)가 다르지만 혼동할 경우 심사기간이 길게 될때도 있는
데 이때는 우리나라가 제외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임상시험은 품목에 따라 심사기간이 다를 수 있고 국제가
이드라인을 만드는 ICH에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의학계의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며, 이 분야를 관장하는 부서가 여러 곳이기 때문에 `허가` 과정에서 어느정도 불만이 있
을 수 있지만 식약청도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31일 한-스코틀랜드 BT협력사업 일환으로 보건산업진흥원(원장 이경호)과 서울대병
원 임상시험센터(센터장 신상구)은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이 분야의 세계
적 흐름을 소개할 예정에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석하여 `신약 임상의 세계적 추세`, `ICH 기준의
과거 현재 미래`, `세계적 신약 개발에 대해 아시아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 제
시`, `어떻게 하면 심의를 잘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식약청의 나아갈 방향` 등이 발표된다. 이 분
야의 전문의사들을 비롯 관계자, 정부가 귀를 쫑긋 세우고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임상시험 활성화를 통해 신약개발의 기반을 조성하고 임상시험관련 기관 및 인력의 운
영, 고용확대, 교육·훈련을 통한 임상의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인류의 질병치료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되는 임상시험은 이제 지식산업이자 서비스산업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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