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며칠동안 머리가 좀 아픈데, 내과를 가야 하나 신경과를 가봐야 하나. 그 병원 어느 교수님이 유명하시지? 진료예약 좀 잡아줄 수 있어?"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 간호사는 물론, 직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지인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아봤을 것이다. 병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인척, 친구에 더해 그들의 가족들에까지 폭넓게 진료 연결 요청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지인들은 아는 사람이 추천하는 병원, 한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는 병원에 가고 싶어하는 심리다.

자신의 일도 산더미 같은데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는 이들에까지 자꾸만 이어지는 진료 연결이 귀찮다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참 많다. 하지만 병원 차원으로 직원들의 지인 진료 연결에 대해 조금만 신경쓰게 한다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한림대의료원 강영길 홍보실장은 올해 한강성심병원 원무과 집계 마일리지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일리지는 신환, 입원, 종합검진 등의 점수를 환산한 것으로 병원으로의 환자 소개 실적을 보여준다. 강 실장은 "가족을 포함해 그동안 사회 활동을 하면서 알던 지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중 90%이상은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길 원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미 산하 병원의 특성이나 각종 언론보도로 인해 유명한 교수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상세한 설명이 가능하며, 번거로운 예약까지 직접 해주면서 연결해준 지인들로부터 대단한 만족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강 실장은 "이후 지인이 또다른 지인이 아플 때마다 연락을 해오면서 하루종일 바쁠 때도 있지만, 또다른 홍보채널이라는 생각에 열성적일 수 밖에 없다"며 "올 연말 1등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진료 연결에 대한 마일리지제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많은 병원들이 운영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의 경우 2007년부터 3월부터 모든 직원이 신환자 3명씩을 유치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직원들에게 사원번호를 부과해 병원 수납시 사원번호를 등록, 신환자 소개의 통계를 내고, 직원 환자 소개율을 공개했다.

또한 직원 소개 우수자에 대한 포상 계획을 널리 알리고, 직원들에게 신환자 유치 계획을 함께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종합검진센터 활성화를 위해서도 1인 1명 소개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소개를 많이 하는 직원을 포상했다.

중앙대의료원의 경우 몇개 진료과 사무실에 각 직원들의 월별 진료 연결 실적 통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래프로 작성해서 붙여두었다. 매번 실적결과를 공유해 실적이 높은 이들을 격려하고, 나머지 직원들 역시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게 하자는 취지다.

이같은 환자 소개는 해외 환자 유치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소속 대형병원에 입원한 외국인 환자 627명의 진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한국 대형병원을 찾은 경로는 현지 외국의사의 추천이나 지인의 소개가 대부분이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한국에서 의료연수를 받거나 우수한 의료시설을 경험하고 자국으로 돌아간 외국의사들의 연결이 많다"며 "또한 활발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의료진이나 직원들에게 직접 연락이 와서 연결되는 사례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에 의한 지인 진료 연결은 우선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진료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인이 직접적으로 병원을 찾아 외래, 입원, 종합검진을 받으면 진료 수익에 도움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장점은 입소문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강영길 실장은 "결국 지인의 또다른 지인들에게까지 입소문을 낼 수 있어 효과적"이라며 "한 사람의 불만고객이 10명 이상의 지인에게 퍼뜨리는 만큼,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만족감을 표한 이들의 입소문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번 환자가 된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또다시 병원을 소개한다면 이보다 확실한 홍보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인 진료 연결에 대한 마일리지제도를 운영하는 대다수의 병원에서는 많은 직원이 참여하기 보다, 특정 몇 명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소개환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보통. 병의원 마케팅 에이전시 리얼메디 이창호 대표는 소개 환자의 대한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고객정보를 수집하는 모든 양식의 프로세스를 정립한 후, 진료결과에 만족하는 고객을 끝까지 관리하는 정책과 함께 환자를 소개하는 고객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뒷받침 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센티브는 일시적인 방편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역부족일 수 있다. 내부고객의 병원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심이 필수다. 안산중앙병원 임호영 원장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안산중앙병원의 향후 발전방안"을 주제로 마련한 특강에서는 "직원 및 직원가족과 유명 인사들의 척추수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병원인지도와 신뢰도 증가로 보여진다"며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환자유입경로 분석결과, 지인소개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내부고객 만족에 있어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임 원장은 "부서별 직종이 천차만별인 병원의 성격상 서로 간 배려와 양보를 통한 단합된 모습이 고객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로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며 내부직원 간의 결속을 강조했다.

직원을 넘어서 소개를 해주는 환자들에게까지 신경을 쓴다면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창호 대표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각종 문화행사 초대나 공로패를 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고객에게 더욱 자부심을 불어 넣을 수 있으며, 결국 어떤 홍보대사보다 큰 역할을 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물론 강제적이고 무조건적인 진료 연결 시도는 금물이다. 의료법상으로 금지돼 있는 만큼, 지인 진료 연결은 어디까지나 진료에 있어 편의를 지원하는 차원이지 환자를 유인, 알선하는 행위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실제로 한 병원 노조는 "환자 유치를 못해 상사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부탁하는 지인들이나 가족에게도 미안하다"며 "직원들에게 환자 유치를 종용하는 것은 상품을 판매하는 마트에서 하는 행동이 아니냐"며 크게 반발한 적이 있다. 자칫 의료쇼핑으로도 이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 지인 진료 연결은 우리 병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내부고객이 우리 병원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그 연결고리를 통해 결국 "우리 병원 환자", "우리 병원의 충성고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당장 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해 지인 진료 연결을 장려하기 보다는, 내부적인 신뢰감 구축이 선행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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