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진료비 심사 규모, 20년만에 5배 가량 증가
이필수 의협 회장 "심평원 경직된 역할 설정 아쉽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진료비 심사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출범한지 20년이 됐지만 의료계에서는 심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에 의료계는 심평원이 의료기관과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해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최근 심평원 학술지에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심평원의 역할'이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 관점에선 2000년 심평원이 출범한 이후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봤다.

심평원은 지난 20년간 진료비 심사규모 등 뚜렷한 양적 성장을 기록했다. 심평원 출범 당시 약 14조 7000억원이었던 진료비 심사 규모는 2020년 약 69조 6000억원으로 5배 가량 증가했다.

심사건수 역시 같은 기간 약 4억 3000만건에서 15억 7000만건으로 4배 가량 증가했고, 인력도 3배가량 증가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에서는 전문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기대했다. 그러나 '심평의학'이라는 오명과 함께 심사에 대한 의료기관의 불신이 팽배해왔다"고 비판했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근거가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심사기준 및 심사기준 비공개에 관한 문제 ▲심사자 또는 심평원 지원별 심사의 차이에 관한 문제 ▲심사조정 사유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한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나치게 공정성과 전문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의료기관을 멀리하고,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밖에 없었던 관계 설정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 이 회장의 분석이다.

이 회장은 "피심사자인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으며, 심평원의 경직된 역할 설정에 의해 의료기관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소통과 공감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현재의 '심평의학'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심평원이 먼저 의료기관에서 잘 알지 못하는 청구방법과 심사기준을 안내 및 홍보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료계와 동반자적 입장에서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기관의 고충과 의료현장의 현실을 감안해 의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심사 및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향후 심평원은 의료계와 상호협력과 발전을 위해 동반자적 입장에서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편 이 회장은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코로나19와의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들의 사기를 꺾은 계기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야 할 코로나19 상황에서 분열을 조장하고,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제도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정부와 의료계의 중간에서 심평원의 역할 수행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