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의약품 유효성·안전성 평가 인재양성대학 사업 진행
업계, "RA 업무 정통한 인물 통해 양성해야 실무 투입 가능"
이정석 회장, "규제과학 컨센서스 형성부터 내실 있게 밟아야"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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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의료기기업체, 바이오기업 등에서 개발하는 제품의 인허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RA(Regulatory Affairs)' 직무. 국가별로 정해진 규정 및 제도를 분석·취합해 제품의 허가·변경을 이끌어내는 기술문서 작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 법령에 따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문서 및 데이터를 토대로 허가당국과 논의하는 역할을 직접 맡기도 한다. 그 중요성만큼이나 많은 수의 RA가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절대적인 인력 수가 부족할뿐더러 RA를 양성하는 시스템도 미비하다. 다행인 것은 정부가 규제과학 전문가 육성을 필요성을 깨닫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이에 RA 인력의 중요성에 비해 초라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걸음마 단계에서 시작하게 된 전문 인력 육성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필요한 요소 등을 짚어봤다.

1부: 업계 최전선에 있지만 인력풀은 최후방에 방치…RA 현실은?
2부: 업계 규제과학 인력 양성 사업 실효성 높이려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제약업계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주목을 받아왔지만 업계 인력난의 중심에 서 있어 봉오리 단계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던 RA 전문인력 양성이 꽃을 피워야 할 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약 개발 과정 대부분은 허가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는 제약업계를 규제과학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RA와 규제과학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며 회사마다 RA팀을 개발팀, 허가팀, 규제과학팀, 인허가팀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의한 규제과학이란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등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한 제품들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성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 기준, 접근방법 등을 개발하는 과학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 3월 규제과학 인재양성 사업 운영지침을 재·개정하고 주관연구 기관 및 대학을 공모했다.

그 결과 인재양성대학은 경희대, 아주대, 고려대(세종), 중앙대가 선정됐으며 연구지원센터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맡는다.
 

의약품 분야, 유효성과 안전성평가 인재양성
기초와 심화로 교육과목 나눠 개론부터 접근

이번 인재양성대학 운영은 의약품(2), 의료기기(1), 식품(2) 분야로 나뉜다.

의약품 분야는 또다시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로 분야로 세분화되며 각각의 과제별로 선정된 대학은 '규제과학과'를 신설, 올해 2학기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여건상 2학기 전까지 학과 신설이 볼가한 경우 '규제과학 전공'을 우선 신설하고 학과는 2022년 1학기 시작 전까지 신설하면 된다.

교수진의 경우 주관기관 책임자, 전임교원, 기업 등 외부 규제과학 전문가를 확보해 대학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했으나 규제과학과에서 인재양성사업을 전담할 전임 교수 1명을 확보해야 한다.

과제당 석·박사 학위 취득 신진연구자와 현장전문가 120명 이상씩 배출하는 게 목표로, 2025년까지 매년 25억원 총 125억원이 5개 과제에 분산 투입된다.

국내 기업과 협력해 실습, 인턴십 등을 실시해야 하고 산업체 재직자를 대상으로 규제과학 분야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규제과학과 의약품 분야 전공별 교과과정 예시.
규제과학과 의약품 분야 전공별 교과과정 예시.

이를 통해 도출해야 하는 연구 성과는 규제과학 평가기술 관련 국내외 학술발표, 논문 게재, 특허 등 과제당 5년간 총 15건이다.

교과과정은 참여 대학이 지원한 분야에 적합한 내용으로 구성하되, 규제과학 분야의 특성에 맞는 기초·심화 과목을 개설해야 하며 특히, 석·박사 학위 연구 분야는 규제과학 또는 이와 관련성 있는 내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유효성평가와 안전성평가 두 파트로 분류되는 의약품 분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초 과목에서 △규제과학 개론 △약사법·재생의료법 및 관련 규제 △임상통계 △임상윤리 △약물동태 및 임상약리 모델링 △독성 동태학 등을 학습한다.

이어 심화 과목은 △임상시험 설계 및 분석 △RWD 기반 임상평가 및 신약개발 △의약품 규제과학 통계방법 △국제 지침의 이해 및 적용 △비임상 모델을 통한 안전성 평가방법 △의료제품 유효성 평가방법 등으로 세분화된다.

끝으로 석·박사 학위 규제과학 평가기술 연구분야는 새로운 위협 및 기술 고도화, 근거 생성 및 RWE, 규제 및 지침 근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RA 실무 경험 풍부한 강사진 있어야 인재양성 수월
대학 교육 커리큘럼부터 현장·실무형으로 길러내야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허가당국을 직접 상대해 빠른 임상 승인과 인허가 등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규제과학 전문 인력의 공급이 수월해진다는 면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 제대로 된 현장형·실무형 전문가를 양성하긴 쉽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애당초 교수진과 강사진 구성부터 규제과학에 정통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업계 A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실무 위주의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한들, 이를 강의와 연결할 만큼 경험이 풍부한 교수 혹은 강사를 5개 대학에서 모두 영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약사법 시행규칙 한 줄, 해외 규정 한 단락을 배우더라도 실제 경험이 녹아든 강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와 식약처의 관계가 시대 흐름에 따라 소극적으로 바뀐 것도 규제과학의 성장이 멈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규제과학 의약품 분야 평가기술연구 예시.
 규제과학 의약품 분야 평가기술연구 예시.

A 관계자는 "회사의 여건과 주변 상황을 고려해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고 식약처와 협상을 이끌어내는 전문가가 필요한데, 이전보다 업계와 식약처의 소통이 적어지면서 예전처럼 적극적인 인재를 찾기가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RA 전문가 1·2세대가 주로 활동한 한국에프디씨(KFDC) 법제학회와 RA전문연구회 등을 통해 허가당국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시대가 흐르면서 서서히 옅어졌다"며 "카운터 파트너인 식약처의 세대교체, 업계 후배들의 무관심 등 여러 요소 때문에 규제과학이 더 넓게 확산되지 못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결국, 규제과학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실무 위주의 강연이 가능한 인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RA 뒤에 'science'를 붙여 과학의 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식약처, 복지부, 해외 연구소 출신 등의 강사진이 대학에서 교육해야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식품의약국(FDA) 심사관 등으로 일하다가 복귀한 사람들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안 된다면 최소한 국내 허가 및 규제 기관 출신이나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강사진으로 커리큘럼을 짜야 진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과학 컨센서스 형성부터 내실 있게 밟아갈 것"

인재양성대학 5곳과 함께 이들을 지원하는 연구지원센터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맡게 됐다.

협회는 연간 5억원의 지원 예산을 최대 5년 동안 받게 되며 센터장 1명과 전담직원 3명 이상으로 센터를 구성해 별도 조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협회 이정석 회장을 만나 규제과학 연구지원센터의 역할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정석 회장.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정석 회장.

- 연구지원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재양성대학 5곳이 우수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사업 기획, 평가, 관리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규제과학 연구 및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규제과학 전문 교원 양성 및 관리부터 교육과정 개발, 국내외 전문가 세미나 및 정기적 포럼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학·관 협의체 운영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규제과학 관련기관과의 협력사업도 도모할 방침이다.

- 규제과학 인력 양성 사업의 의미는?
국내 규제과학 기반이 부족하다보니 배출되는 인력과 필요한 회사의 수요·공급 부조화가 가장 큰 문제다. 제약바이오, 의료기기 등 산업계에 즉시 활용 가능한 인력을 짧은 시간 내에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재확인 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 이번 사업을 통해 극복해야 할 점은?
의약품뿐만 아니라 식품과 의료기기 연구지원도 맡게 된 만큼 '규제과학'이라는 용어의 컨센서스부터 내실 있게 밟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양성대학들과 함께 산업을 이끌어 갈 규제과학 인재를 어떻게 키우고 육성할지, 그 구심점부터 제대로 만들기 위해 고민 중이다.

- 규제과학이라는 용어가 낯설다.
규제과학은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토목, 환경, 인체, 안전, 화장품, 농업 등을 다양하게 포용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단기적으로는 각 산업계에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 개발 등에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 구체화된 목표가 있다면?
이번 사업은 기본 지원 3년 후에 단계평가를 통해 2년이 추가되는 방식(총 5년)인데, 향후 발전 방안 등을 수립해 독립 법인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산업계와 공동 출자로 법인화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허가당국과 발맞출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돼야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산업계와 정부의 가교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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