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세계 최초 스마트기기 혈압측정 권고안 올해 발표
이해영 서울대병원 교수 "저항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면 선도해야"
전통 '골드 스탠더드' 팔뚝 혈압계에 웨어러블 혈압측정계 등장
삼성 갤럭시 워치3, 가정 혈압측정에 게임체인저 가능성 주목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전통 '팔뚝 혈압계'보다 혈압측정 가능한 스마트워치가 일상생활 속 '보편적 혈압계'가 될 전망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일반적으로 혈압 측정을 위해 '자동 커프형 상환(팔뚝) 혈압계'가 사용되지만, 혈압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새롭게 출시되면서 혈압측정 기기의 '경기장(playing field)'을 흔드는 게임체인저로 등장했다.

혈압은 심장이 몸 전체에 혈액을 순환하는 압력(force)을 나타낸다. 혈압은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을 포함한 두 가지 측도를 사용한다. 수축기혈압(위 수치)은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의 압력, 이완기혈압(아래 수치)은 심장이 수축 후 쉬고 있을 때의 압력을 뜻하며 두 수치는 '수은주밀리미터(mmHg)' 단위로 측정한다. 

혈압계를 통해 사용자는 정상혈압(<120/80mmHg)부터 고혈압(>140/90mmHg) 등 혈압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 진단·치료·예후 평가에는 정확한 혈압 측정이 기본이며 우선이다.

혈압 분류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분류 수축기혈압(mmHg) 이완기혈압(mmHg)
정상혈압 <120 <80
주의혈압 120~129 <80
고혈압 전단계 130~139 80~89
고혈압 1기 140~159 90~99
고혈압 2기 ≥160 ≥100
수축기단독고혈압 ≥140 <90
*정상혈압: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 혈압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10대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며 최근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대 이상 인구 30%가 고혈압 환자였다. 

아울러 고혈압 치료에 필수인 혈압 측정은 크게 '진료실 혈압(표준방법)', '진료실 자동혈압', 가정혈압, 활동혈압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진료실 혈압은 의료진이 환자의 혈압을 측정, 진료실 자동혈압은 의료진 없이 본인이 의료기관 내 자동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을 뜻한다. 가정혈압은 가정에서 자동혈압계를 이용해 측정하는 방법, 활동혈압은 진료실 밖에서 활동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혈압계 종류로는 자동 혈압계, 아네로이드 혈압계, 수은 혈압계가 있다. 하지만 작년 우리나라는 미나마타 협약(국제수은협약)에 따라 수은 혈압계를 전면 금지했다. 

혈압계 종류. 사진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혈압계 종류. 사진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대한고혈압학회는 가정혈압계가 고혈압 진단, 백의·가면 고혈압 가능성 배제, 고혈압 예후 예측에 효과가 가장 크다고 판단해 가정혈압계를 가장 높은 강도(Class IA)로 권장하고 있다. 다만, 혈압은 측정 환경, 측정 부위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 표준 방법으로 반복 측정해야 한다.

미국심장협회(AHA) 등 전 세계 고혈압학회들도 주기적 자가 측정을 권고한다. 정기적 혈압 측정은 특히 임신에 의한 고혈압/자간전증 임산부, 고혈압 발생 위험요소 있는 인구, 고혈압과 연관된 질환 인구에 혜택을 제공한다고 협회가 밝혔다. 

가정 혈압계 유형으로는 미국심장협회는 팔뚝 혈압계를 권고했으며 손목·손가락 혈압계는 신뢰할 수 없는 판독 값을 제공할 수 있어 비권고했다. 

미국심장협회는 또한 혈압계 선택 시 상완 부위를 측정한 후 올바른 커프 크기의 혈압계를 선택하도록 권고했으며, 선택한 후 병원 방문을 통해 의료진과 혈압 측정 정확도를 검토하도록 설명했다.

이처럼 팔뚝 혈압계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골드 스탠더드' 기기이지만, 최근 혈압을 쉽고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혈압측정이 주목된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중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워치"로 불리는 갤럭시 워치3을 작년 세계 최초로 혈압, 심전도, 혈중 산소포화도 등 세 가지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고 알렸다. 

손목시계인 갤럭시 워치3은 작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삼성 헬스 모니터' 앱을 사용할 수 있어 혈압 측정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일반 커프형 혈압계로 먼저 측정하고, 도출된 혈압 값을 갤럭시 워치에 입력해 보정하면 30일간 갤럭시 워치의 광센서를 활용해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도출된 데이터는 앱에 자동 저장돼 사용자는 혈압 꾸준히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런 스마트워치가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되면서 대한고혈압학회는 세계 최초 '스마트폰·워치 기반 혈압측정 공식 입장문(position paper)'을 지난 1월 25일 국제학술지 'Clinical Hypertension'에 발표했다.

고혈압학회는 "고혈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라면서 "가정과 병원에서 측정이 가능한데, 진료실보다 정확한 가정 혈압 측정이 환자 예후 예측도를 증가시키고 약물 순응도·조절률도 높인다"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따라서 학회는 혈압 측정을 간편하고 편리하게 하는 스마트기기가 고혈압 인지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관리·조절까지 개선할 잠재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한고혈압학회 스마트폰·워치 기반 혈압측정 권고안. 데이터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그래픽 메디칼업저버 김해인 기자.
대한고혈압학회 스마트폰·워치 기반 혈압측정 권고안. 데이터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그래픽 메디칼업저버 김해인 기자.

하지만 학회에 따르면 초기 연구 결과에서 스마트폰 기반 혈압측정 정확도는 95~100%까지 달성했지만, 추가 분석 결과는  혈압 측정법에 따라 정확도의 변동 폭이 큰 것을 밝혔고, 결국 '혈압 수치'가 아닌 '혈압 범위' 측정에 가까울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후 기술 발전으로 유비쿼터스 모델(ubiquitous model)·선형다항식(linear polynomial equation)이 적용된 후 데이터가 개선돼 아이폰의 혈압측정기를 포함한 몇몇 기기는 '미국의료기구협회(AAMI)' 의료기기 표준까지 만족시켰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워치 혈압측정은 ▲광센서(photoplethysmographic sensor) 정확성 검증 부족 ▲큰 혈압측정 오류·오차 범위 ▲고령층의 사용 장벽 ▲비용-효과성 분석 부족 등과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았다. 

아울러 고혈압학회는 수축기혈압이 160mmHg 이상, 80mmHg 이하인 경우, 즉 혈압이 매우 높거나 낮은 인구에는 스마트기기 혈압측정을 권고하지 않았다. 또한 당뇨병, 심근병증, 말기신부전, 혈액응고 장애(항혈소판제·항응고제 복용자) 등을 포함한 특정 인구에도 비권고했다. 

본지는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기기 혈압측정 발전과 보편화에 따라 대한고혈압학회 이해영 국제교류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 혈압계의 과거,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고혈압학회 이해영 국제교류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삼성 갤럭시 워치3의 혈압 측정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고혈압학회 이해영 국제교류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삼성 갤럭시 워치3의 혈압 측정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혈압측정 가능한 스마트기기는 고혈압 치료에 위협인가 기회인가. 
스마트기기 기반의 혈압 측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아울러 대한고혈압학회는 저항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차라리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스마트기기 혈압측정은 아직 여러 제한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성능이 완비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 부족한 점을 확인한 후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스마트기기 혈압계의 효과가 모두 동일한지.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혈압계는 손목·손가락형이 있지만, 손가락 혈압계보다 손목 혈압계가 정확하고, 손목 혈압계보다 팔뚝 혈압계가 정밀하다. 

일반적으로 손가락 혈압계 사용을 병원 내 권고되지 않는다. 이유는 혈압은 기본적으로 혈관의 눌림(수축)과 펴짐(이완)인데, 손가락에 있는 혈관은 직경이 작아 변이가 크다. 아울러 손가락 혈압계는 작은 혈관을 측정해 이와 관련된 내재된 오차폭 극복이 어렵다. 

따라서 손가락 혈압계가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긴 했지만, 아직 병원 또는 고혈압학회는 팔뚝 혈압계 이하를 추천하지 않는다. 혈관의 변동 폭은 혈관이 클수록 낮은데, 팔뚝 혈압계는 큰 혈관을 측정해 정밀도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갤럭시 워치3의 혈압측정 정밀도도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손가락 혈압계와 유사하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스마트폰 혈압측정은 아직 부정확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일하게 전자 혈압계로 허가를 받은 갤럭시 워치3 정밀도는.
전 세계적으로 보건당국으로부터 전자 혈압계로 허가를 받은 제품은 삼성 갤럭시 워치밖에 없다.

삼성은 허가 전 갤럭시 워치 임상시험에 참여한 자원자로부터 적절한 정확도를 확인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단지 자원자 중 혈압이 높은 사람은 소수였고,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도 적었다. 임상시험은 또한 일반 자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계로 160mmHg 이상의 혈압 데이터를 보정할 수 있는 샘플 사이즈가 크지 않았다. 

스마트기기의 혈압측정 정밀도는 결국 알고리즘의 문제로 설명되는데, 샘플 사이즈가 클수록 알고리즘이 정밀하다. 따라서 현재 갤럭시 워치가 고혈압 환자에 적극적으로 권장되지 않는 이유로는 임상 단계에서 고혈압 인구의 샘플 사이즈가 적은 점이 기인했다.

정밀도 개선되면 갤럭시 워치가 전통 혈압계를 대체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 그러나 혈압계를 '사진기' 보편화 역사와 비교하면 혈압계 발전도 이해할 수 있다.

사진기의 경우, 화질을 따지면 'DSLR 카메라'가 가장 좋다. 하지만 일반인은 DSLR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매일 사용한다. DSLR, 휴대용 카메라 모두 사진기 허가를 받았고 DSLR의 정확도가 우수하지만, 일반 사람이 DSLR을 매일 들고 다니기 힘들다. 

혈압측정 웨어러블도 전통 혈압계("DSLR 카메라")만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편리하므로 결국 보편화될 것이다. 

더 나아가 요즘은 아이폰으로 영화까지 찍는데, 혈압계 분야에서도 갤럭시 워치는 미래의 아이폰이 될 수 있다. 다만, 갤럭시 워치가 일반 혈압계를 절대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이해영 교수. ⓒ고민수 기자.
이해영 교수. ⓒ고민수 기자.

학회가 추진한 고혈압 연구활동은.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고혈압 조절률은 괄목하게 증가했는데, 최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조절률 향상이 정체에 빠져있다. 

이제는 획일적인 고혈압 조절률 향상 노력으로 타개할 수 없고 혈압 조절의 취약계층을 파악해 차별화된 조절률 향상 전략을 수립하도록 한다. 

아울러 각 취약계층의 니즈(needs)를 반영한 맞춤 전략이 필요한데, 학회는 특히 노인, 40대 후반 여성, 젊은 고혈압 환자를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 혈압측정계는 이 중 40대 후반 여성군과 젊은 고혈압군의 고혈압 인지도 향상과 조절에 큰 도움 될 수 있다. 

스마트기기 기반 혈압측정을 국내에서 활성화하려면. 
사실 무엇을 "해보자"고 말하기 전에 그를 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대는 게 더 쉽다. 학회도 스마트기기 혈압측정 관련 10가지 문제를 말할 수 있지만, 이처럼 스마트기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해서 발전이 없어지지 않는다. 

스마트기기 사용은 점차 늘어날 것이고 이러한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즉, 갤럭시 워치를 거부해서 거부할 수 없는 시대가 아닌 점에서 학회는 세계 첫 스마트기기 관련 포지션 페이퍼를 발표했다. 

이제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삼성은 스탠퍼드대 연구팀과 합동해 환자의 혈압측정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데이터 3법의 통과에도 불구하고 의료 산업에 대한 거부감으로 환자 데이터 분석 연구에 관한 제약이 많다. 

이런 제약이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 시스템의 발전을 막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의료산업 발전의 최대 수혜자는 국민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팔뚝 혈압계는 앞서 말한 듯이 DSLR 카메라처럼 '골드 스탠더드'로 남지만, 일상생활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스마트워치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기술 발전, 정밀도 개선 등으로 스마트워치가 팔뚝 혈압계보다 일상생활의 골드 스탠더드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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