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암 환자 1만명 유전체 분석 완료 예상
임상시험 통한 항암제 적응증 확대…렉라자 추가 효능·안전성 확인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고려대 K-MASTER사업단이 국내 암 환자 8000명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하고, 올 하반기 아시아 최초로 암 환자 1만명에 대한 유전체 분석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이하 K-MASTER)은 지난 1월까지 총 8695명의 암 환자를 등록해 이 중 8271명의 유전체 프로파일링을 수행하고, 7902건의 유전체 분석결과 보고서를 확보했다.

올해 3000명을 추가로 등록 및 분석해 하반기 중 암 환자 1만명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유전체 분석결과를 연계한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위암, 침샘관암 등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총 20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도별 암 환자 등록 및 유전체 분석 현황
연도별 암 환자 등록 및 유전체 분석 현황

K-MASTER 사업단의 임상데이터 분석결과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과 연계해 국내 신약개발 및 정밀의료 연구 등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K-MASTER사업단은 암 정밀의료 융복합 플랫폼을 이용한 암 환자 1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 빅데이터 활용과 폭넓은 임상시험 디자인 등 여러 형태의 정밀의료 프로젝트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MASTER사업단은 KM-00(마스터 프로토콜) 임상시험 유전체 분석결과 54개의 변이유전자 중 하나 이상이 포함될 경우 맞춤형 표적치료제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유전체 분석결과 보고서 8076건 중 표적유전자 변이가 한 개 이상 발견된 정밀의료를 이용한 치료법 대상자 건수는 2362건으로, 약 30.8%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김열홍 사업단장(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암센터 교수).
김열홍 사업단장(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암센터 교수).

K-MASTER 사업단은 현재 20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6개 연구는 환자 등록을 완료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4개 연구가 추가로 시작돼 환자등록이 예정돼 있다.

올해부터 △난소암 환자에 대한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베바시주맙과 오레고보맙 병용요법 연구인 KM-21 △PIK3CA 돌연변이가 있는 대장암 환자에 대한 알페리십과 카페시타빈 병용요법 연구인 KM-22 △HER2 돌연변이가 있는 고형암에서 네라티닙 단독요법 연구인 KM-23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에서 레이저티닙(렉라자)의 사용 연구인 KM-24 등 4개 임상시험에서 환자등록이 시작된다.

특히, KM-24는 유한양행에서 개발한 신약 렉라자를 이용한 폐암 임상연구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 확보와 정밀의료 기반 암 치료제 신약승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M-24 암 환자 치료를 위해 투여되는 렉라자는 지난 1월 18일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승인된 3세대 표적치료제이다.

EGFR 변이 양성인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YH25448(LASER201) 1/2상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 연구자들에게 안전성과 유효성을 높게 평가받은 바 있다.

또, 렉라자는 국내 31번째 허가된 항암신약으로,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뇌전이 환자에서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 EGFR TKI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MASTER 사업단은 국내 신약 렉라자의 2상 임상연구를 통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와 렉라자의 추가적인 효능 및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무증상 혹은 경미한 증상의 뇌전이를 동반한 EGFR 돌연변이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국내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오는 2023년 12월까지 진행된다.

K-MASTER사업단은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실제 환자 진료에 약제가 사용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KM-01 임상시험이 MSI-high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아벨루맙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해 허가초과 사용을 승인받았다. 

또, KM-06 임상시험(DDR 경로이상이 동반된 고형암에서 니볼루맙의 사용), KM-11 임상시험(재발성 또는 전이성 침샘관암에서 나녹셀과 허주마의 사용), KM-14 임상시험(재발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요로상피세포암에서 허주마와 파클리탁셀의 사용) 또한 유의미한 임상데이터가 예상돼 임상시험의 결과 분석이 종료되면 항암요법 초과사용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K-MASTER사업단은 2020년 4월부터 암 환자의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패널 검사 결과를 담당 임상의사에게 통지해 진행 중인 임상시험과의 매칭 여부를 알려주거나, 표적치료제 등의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Match Master System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분석된 유전체 정보는 암종별, 유전자별, 변이별로 검색 및 시각화해 보여줄 수 있도록 데이터공유시스템(K-MASTER Portal System)으로 구축해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포털인 The Cancer Genome Atlas(TCGA)는 초기암 위주로 데이터가 생성된 데이터베이스인 반면, K-MASTER사업단의 Match Master System은 아시아 최초의 진행성암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베이스이다. 

아시아인의 암 특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보건의료계 및 글로벌 바이오 빅데이터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열홍 사업단장(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암센터 교수)은 "암 정밀의료 융복합 플랫폼을 이용해 암 환자 1만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며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5년 내에 달성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연구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암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전략 및 경험을 지속적으로 교환하며 정밀의료 연구와 항암신약진단·치료제 개발과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공헌하고 있다"며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통한 신약개발은 대내외적으로 후보약물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돼 당장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에게 적합한 임상시험을 연결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정밀의료 기반 암 치료의 실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K-MASTER사업단은 2017년 6월 사업개시부터 국가차원의 유전체 분석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전국 55개 병원이 참여, 유전체 분석 결과에 따라 환자별 임상시험을 매칭해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정밀 의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각 병원에서 등록한 환자의 조직과 혈액 샘플은 K-MASTER 암패널(KM v1.1) 및 마크로젠의 Axen 액체생검 패널(ACP1-KU)을 이용해프로파일링을 수행하고 있다.

암종별 분석결과에 따르면, 유전체 프로파일링을 수행한 8271명 중 직결장암 환자가 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방암 14%, 폐암 10%, 위암 9%, 기타 육종 및 골암, 담도담낭암, 난소암, 두경부암, 방광 및 요로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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