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공기질관리 5개년 계획 시작

▲실내공기라 쓰고 실내환경이라 읽는다


 실내공기 오염의 시작점에 놓여있는 것은 건축자재에 포함된 화학물질이다. 건축에 사용되는 본드,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의 비율이 높은 목재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포함된 재료들은 가장 널리 알려진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의 일차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새집증후군은 이런 화학물질을 포함해 정전기, 먼지, 온도 등과 함께 실내공기의 밀폐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새집증후군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통해 내부적인 위험도를 줄이려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 외부로부터 배기가스, 연소물질, 미세먼지 등이 들어올 틈새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안 구석구석에도 화장품, 방충제, 스프레이, 세정제, 연소기구, 의류에 숨어있는 공기오염 물질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이렇듯 실내공기의 오염 요소들은 건축자재 및 가구, 외부오염물질, 일상생활 등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오염 물질들이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 이산화질소(NO2), 오존(O3), 미세 먼지(PM10), 중금속, 석면, 휘발성유기화합불, 미생물성물질, 라돈(Rn) 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특별한 일도 아니다.
 환경연구에서 실내공기 연구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오염물질들이 호흡기를 통해 새집증후군을 비롯 천식, 폐암, 두통, 피로감, 아토피, 기억력 및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질환들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내공기를 관리함으로서 실내환경에 대한 관리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내공기질관리 5개년 계획 시작 - 국내실내공기관리 현황

 실내공기의 문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대두된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체 질병 중 2.7%가 실내공기 오염으로 인해서 발생하고 매년 200만명 영아들의 사망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WHO가 주목하는 것은 실내에서의 고형 연료의 사용과 실내에서의 흡연이다. WHO는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들 중 다수가 고형 연료의 소각에 의해서 발생하고 이를 사용하는 인구가 30억명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다. 실내흡연 역시 일산화탄소와 미세물질을 배출하는 주요 원인으로 최대 규정량의 20배 가까운 양을 배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WHO는 실내공기 오염을 관리함으로서 이 유병률과 사망률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WHO는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유병 사망률 중 절반 이상은 개발도상국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나머지 절반이 선진국에 해당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나라는 환경부가 주축이 되어 "실내공기질 관리 기본계획 2009~2013"을 발표, 5년의 중장기 계획을 제시했다. 이 계획은 환경부뿐만 아니라 관련부처들과 함께 진행하는 총체적인 계획으로 실내공기질 관리정책에 대한 우선순위, 방향, 기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할도 하게될 예정이다.

 이 계획이 추진하는 6대 과제는 △실내공기질 관리대상 확대 및 기준합리화 △목질판상제품 오염물질 방출관리 △환기설비 관리체계 구축 △저탄소형 실내공기질 관리방법 개발보급 △석면 등 건강영향이 큰 물질관리 강화 △실내공기질 관련 환경성질환 관리다.
 환경부는 이에 대한 세부 실천과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영화관과 PC방 등 공간 크기에 맞는 관리 매뉴얼 보급 △초미세먼지(PM쐝.쐠), 곰팡이 등에 대한 공기질 기준 마련 △합판, 파티클보드 목질판상제품의 포름알데히드 규제 △환기성능 유지에 필요한 환기설비 운영 및 관리 기준 마련 △석면, 라돈, 흡연 등 암 유발 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추진 △환경성 질환과 실내공기 오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관리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부는 실천과제를 위한 해결과제로 실내공기질 관련법령 개선, 관련자료의 정보화 기반 구축 및 측정결과 신뢰성 확보, 실내공기질 관련 산업의 활성화방안 추진 및 기술개발 지원체계 개선, 이해관계자간 협력체계 구축 및 국제협력 강화, 환경 건축 보건분야의 학계 산업계 전문인력 양성, 실내공기질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윤신 한양대 환경 및 산업의학연구소장 ·한양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한양대 환경 및 산업의학연구소는 지난 16일 20주년을 기념해 "제2회 삼성전자-한양대학교 공동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공기청정기를 통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바이러스의 불활화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로 관심을 끌었지만, 동시에 국내 실내환경 연구가 20년 이상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실내환경 연구를 선도했고, 국내에 "새집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알린 김윤신 소장에게 국내 실내환경 연구 및 정책의 뼈대 구축과정과 앞으로의 방향을 물었다.

▶국내 실내환경 연구의 시작과 현재

 국내 실내 환경에 대한 연구의 개념이 시작된 것은 1986년. 미국에서부터 실내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능성을 연구해 온 김윤신 소장이 국내에서 기틀을 만들기 시작한 시기다. 현재 김 교수가 가지고 있는 많은 직함 중 환경부 자문교수 직함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심포지엄 축사에서 "국내 실내환경 연구의 기틀을 만들었다"라는 말이 단순히 공치사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김윤신 소장이 실내환경 연구를 선택한 이유는 과거와 다르게 현재 사람들의 일상생활 중 90% 이상이 실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실내환경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착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김 소장이 집중하는 분야는 실내공기의 질이다.

 처음으로 국내에서 진행한 실내공기질 사업의 대상은 지하철이었다. 지하철 공기질의 측정을 통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증, 강조했다. 김 소장은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부와 함께 1989년, 1995년, 2004년에 걸쳐 "환경부 실내공기질 관리법"을 제정하는데도 적극적으로 참여, 세계 최초로 실내 공기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강제규정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 소장은 "실내공기질 관리법"을 학계가 정책 제정에서 자문적인 역할을 한 좋은 예로 평가하고 있다. 정책도 근거가 기반이 되야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이 현재 석면에 대한 통합관리법 제정을 위한 석면정책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은 이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협의회는 2년 동안 10개 정부부처의 합의를 도출, 이달 안에 결과물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 소장은 환경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 나눠져 있던 실내공기 관리법을 2004년에 환경부에 통합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총체적인 계획들을 수립하고 진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현재 환경부는 환경보건정책과와 생활환경과로 나눠서 환경보건정책과에서는 "환경보건개선 10개년 계획"을, 생활환경과에서는 "실내공기질 5개년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심포지엄에 참가한 대만의 제니 수(Jenny Su) 교수는 국내의 "실내공기질 관리법" 제정에 놀라움을 표하며 학계와 정계의 협력관계에 대한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통합에서 현재를, 전문화에서 미래를 찾다

 현재 김 소장은 연구소 이외에도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실내환경학회를 맡고 있다. 학회들은 정부와 학계가 이루고 있는 협력 체계와 마찬가지로 한 쪽에 편향되지 않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의견들을 논의, 통합할 수 있는 구조로 돼있다.
 정책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에 실효성을 부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학술적인 수준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실내환경 분야는 김 소장의 주도로 아시아실내환경센터가 국내에서 2년 전에 포럼을 가진 바 있고 , 최근 관심 모으고 있는 Health Building 학회에서도 김 소장 연구팀이 활발하게 참여, 발표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반영하는 예다.

 김 소장은 학술활동과 정책과의 연계와 함께 일반인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삼성전자의 SPi 기술은 좋은 예다. 삼성전자는 SPi 기술의 실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소 및 병원과 연계해 2년 동안 임상연구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실내 공기에 집중하고 있는 역량을 앞으로는 "생활환경과 건강"이라는 측면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내환경에 노출된 시간이 긴 만큼 모든 환경 요소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김 소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전자파다. 극저주파와 고주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들은 없지만 이에 대한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만큼 연구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한국전력의 블랙리스트 1순위라고 말할 정도다. 이와 함께 김 소장은 앞으로 실내 환경에 대한 국내의 위상 유지와 함께 각 물질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말을 맺었다. 실내 생활에 대한 비중이 변하지 않는 한, 예방이 큰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지금 실내 환경에 대한 비중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