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한시적 전화상담·처방효과 분석' 보고서 발표
만성질환자 중심으로 전화상담 이뤄져...환자들 만족 높아
의료안전성·업무량 증가·국민적 인식 부족 등 개선 지점도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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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유행을 계기로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허용된 후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의 이용이 두드러졌다.

비대면진료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이용하는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는 여전히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만성질환자나 급성기 질환자를 위해 비대면 방식의 전화상담·처방을 지난해 2월 24일부터 허용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COVID-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처방 효과 분석' 보고서는 2020년 2월 24일부터 6월까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전화상담의 현황 및 영향을 분석했다.

해당 기간에는 총 42만 1053명의 환자가 전화상담·처방을 56만 1906건 이용했으며, 이는 전체 외래 진료횟수의 0.25%를 차지했다.

총 7031개 기관이 전화상담·처방 진료를 제공한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30개소, 종합병원 190개소, 병원 404개소, 요양병원 99개소, 의원 5431개소 등이었다.

환자들의 다빈도 상병은 본태성 고혈압, 2형 당뇨병, 급성기관지염 순으로 만성질환자가 많았으며 65세 이상 노령인구(42%)가 전화상담을 많이 이용했다.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던 만성질환자 중 약 1.1%가 전화상담·처방을 이용했고, 세부적으로는 고혈압(0.8%)보다 당뇨병(1.2%)의 비대면 이용 비율이 높았다.

특히 만성질환 분석 대상군은 대면·비대면 모두 외래 처방일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비대면 진료의 처방일수 증가폭이 다소 높았다.

고혈압 환자는 약 5.3일, 당뇨병 환자는 약 6.4일이 대면진료시보다 평균처방일수가 늘었다.

김지애 부연구위원은 "만성질환자가 전화상담을 이용한 경우 처방일수 증가폭이 더 컸다"며 "전화상담시 안전을 위해 처방일수를 더욱 제한해 처방한다는 의료진의 응답과는 다른 결과로 더욱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속 한시적 허용에는 공감대

"왜 진료비 내야 하는가?" 국민 인식 부족 지적도

의료이용자와 공급자간 전화상담·처방의 만족도와 수용성에서는 큰 온도차가 있었다.

우선 의료이용자는 감염 노출 위험 감소와 편의성을 전화상담·처방의 장점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향후에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만성질환자가 지속적으로 동일한 약제·소모성 재료 처방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 의료기관 방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 만족도가 높았다.

또한 대부분의 의료이용자는 대면진료와 비교해 안전성이나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불안감이 없다고 답했다.

의료공급자는 전화상담·처방에 대체로 낮은 수용성을 보였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의 제약적 시행은 동의했다.

이들은 재진환자, 만성질환자, 중증이 아닌 환자, 라포가 형성된 환자를 전화상담 가능 환자군으로 선별했고 재진환자는 동일의료기관에 3개월(90일) 이내 내원한 경우로 분류했다.

초진환자이거나 재진이어도 전화로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거나 처방 약 변경, 복잡한 검사결과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안전한 진료를 위해 환자의 내원을 권유했다.

환자 대부분은 만성질환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골다공증, 위염에 대해 주로 진료가 이뤄졌다.

의료진은 진료 자체가 편리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화연결의 어려움, 업무량 증가, 의료안전상의 이유로 대체로 불안하다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특히 고령층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으며, 통화품질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주변 소음으로 전화진료에 불편을 느낀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도입한 해외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방법으로 진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후 결과에 대한 책임, 국민적 인식 개선 필요성도 나왔다.

설문에 참석한 의료진은 "환자가 안구건조증이 있으면 점안액을 주지만, 안구건조증이 아니라 다른 질병이라면 치료기간을 놓쳐 어디까지 걸러낼 수 있느냐라는 것"이라며 "비대면으로 쉽게 될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환자들이 비대면 방식에 대해 '진료도 아닌데 왜 진료비를 내야하냐'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며 "의사를 본적도 없고 대답만 했는데 청구받는걸 이해 못하는 환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비대면진료가 초래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명확한 지침이 제공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비대면진료만으로 처방전과 검사 결과의 교환이 이뤄지면 중증화 및 합병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환자는 비대면의료가 낮은 질의 대안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느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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