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개정 됐으나 모든게 1년 뒤

추경예산 확보시 체면보다 실리 추구해야


 전염병예방법 전부개정안이 11월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 의거 급성A형간염이 1군전염병으로 편입되면 지금까지 표본의료기관의 발생건수 보고 시스템이 모든 의료기관으로 의무적으로 확대된다.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게 됐다. 또한 1군 전염병은 격리 치료비를 국가가 지급하는 대상 질환이 된다. 그러나 치료비 지급 여부는 질환별로 검토하기에 올해 들어 발생자수가 1만3000명을 넘어선 A형간염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보다 철저한 예방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예방접종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은 세워져 있다. 그러나 법 개정 후 유예기간 때문에 시행은 2011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방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결정도 12월 이후로 미루고 있다. 이들은 10월 23~25일 개최하는 국제 자문회의와 11월 예방접종 비용효과분석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예방접종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예방접종사업단을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방정책 마련의 시기가 "이미 늦었다"며 입을 모은다. 대한간학회 양진모 총무이사(가톨릭의대 소화기내과)는 "정부가 대책마련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가운데 지금도 A형간염 입원환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전격성 A형간염으로 인한 간이식이나 사망 환자도 여전한 상태"라고 말한다. 내년 여름이면 다시 폭발적으로 급증하리라는 것은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가 느린 대응, 보여주기식 행정, 탁상공론의 틀에서 탈피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A형간염의 사회적 파장 위험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A형간염은 전염병예방법 개정시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기에 백신정책 마련을 위해서는 추경예산을 통해 별도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달 25일 본지 주관 "대책 마련을 위한 좌담회(관련기사 O면)"에 참석한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예방접종심의의원회 회의 결과 생후 1~2년 소아 전체를 필수예방접종, 고등학생과 현역 군인을 임시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1차년 1360억원, 2차년 650억원, 이후 매년 450억원으로 예산을 추정하고 있다. 참고로 내년도 14종 전염병에 대한 필수예방접종사업 총 예산은 400억 여원(민간병의원 접종비 160억, 사업운영비 12억 외 보건소 약품비) 수준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정부 예산부처의 전염병예방에 대한 인식 부족을 우려하며, 올해 필수예방접종사업 예산을 고려할때 추경예산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제안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부 떠안기보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의를 통해 검사 및 백신접종 비용의 보험전환 또는 건강검진 항목에 항체검사를 포함하는 등이 유연하고 실현 가능성 높은 대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측은 내년 백신공급 물량을 올해보다 많이 확보했다고 유일한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 내년 성인용 백신 유통 예상 물량은 106만 도스로, 올해 예정 물량인 51만 도스(10월 초 식약청 검정물량 39만 도스)의 2배 수준이다. 그러나 제조사측은 구체적인 예방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량을 늘린데 대해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의협은 신종플루 시 "올바른 손씻기 운동" 캠페인 성공에 이어 A형간염 예방 캠페인도 계획중이다. 올 여름 백신없는 캠페인 사태를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예방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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