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위험 높아 입원치료 권고
여드름인줄 알고 짰다가 의료분쟁 부르기도

▶성인 수두

김범준
중앙의대 교수
용산병원 피부과


 일주일 내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직장인 임 씨(29세)는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몸살기운이 있음을 느꼈다.

지난 주말 친구들과 야유회를 다녀와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며 출근을 서두른 임 씨. 다음 날이 되어도 열은 가라앉지 않고 온 몸에 드문드문 열꽃이 폈고 이어서 수포로 변했다. 이상한 마음에 의원에 내원한 임 씨는 성인수두로 진단받았다. 다행히 조기진단 후 적절한 시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했기에 수포 확산과 그로 인한 흉터는 막을 수 있었다.




▲진단·치료 전문가 조언

 성인에서 발생하는 수두의 경우 1차 침범부위는 호흡기가 위치한 얼굴이며 코나 입주변을 비롯한 얼굴에서 병변이 발생하게 된다. 반점, 구진, 수포, 농포, 가피의 순서로 병변이 발생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기술이지만 실제로 환자를 보게 되면 대부분 이러한 병변들이 혼재되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수포보다는 구진과 농포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마치 여드름과 비슷한 양상으로 얼굴에 나오기도 하는데(그림), 이때 여드름으로 오인하고 짜주게 되면 간혹 흉터가 되어서 의료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여드름의 경우 사춘기 때와 달리 성인이 되면 대부분 T zone 보다는 U zone에서 많이 관찰되는데 수두의 경우 골고루 분포하는 농포와 구진이 특징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장미꽃 잎사귀 위에 맺힌 이슬(dew drops on the rose petal sign)과 같은 모습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성인에서의 수두는 어린이 수두와 달리 합병증의 발생위험이 높아서 가급적 입원치료를 권유하고 있다. 한번의 예방접종을 맞은 성인이 수두를 앓게 되는 경우 피부에 나타나는 병변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기존에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성인에 비해 합병증의 발생빈도는 조금 낮다고 알려져 있다.

 성인형 수두가 발생한 경우 초기 대응이 중요하며, 경구 약제에 비해 혈관주사가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소아와 달리 성인에서 발생한 수두의 경우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함께 조기대응의 중요성을 미리 숙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수두는 varicella zoster virus에 의해 발생하며 주로 얼굴에서 시작해서 인후통과 가려움, 발진을 주소로 한다. 수두 백신은 우리나라의 경우 생후 12개월 이후에 접종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수두 백신을 접종한 이후에도 계속 성인에서 수두의 발생이 보고되자 이제는 1차 접종 이후에 추가로 2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실제로 수두 예방접종을 맞은 성인에서 수두가 발생하는 일들이 종종 보고되는데 이는 수두 접종이 1차만 시행한 경우에 완벽하게 수두의 발생을 억제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면역력 떨어진 모든 연령대서 발생
첫 진료때 감기 몸살 진단 많아
몇가지 특징 인지해 잘 관찰해야

▶세균성 뇌수막염


용석우
아주의대 교수
아주대병원 신경과


▲청장년층 발생 경향

 세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균주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S.pneumoniae와 N.meningitidis의 경우 전 연령에 꾸준히 질병을 일으키며, Listeria monocytogenes의 경우는 영유아와 노인 양 극단 연령에 호발한다. H.influenzae의 경우 소아에서 세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주된 균주였으나, HiB 백신이 보편화 된 뒤로는 소아보다도 5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세균성 뇌수막염이 소아에서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며, 항생제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노인 및 면역력이 떨어진 계층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단·치료 전문가 조언

 최근에 학생실습 중인 본과학생과 함께 대학병원에 내원한 세균성 내수막염 환자들의 특징을 분석해 본 적이 있다. 증상이 생기고 나서 평균 6일째가 되었을 때 본원 응급실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상당수가 적어도 한 번 이상 타의료기관을 방문한 기왕력이 있었다.

하지만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첫 의사로부터 들은 환자는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환자가 감기, 몸살, 위장질환 등으로 치료를 받거나, "별 것 아니니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뒤 보존적 치료만을 받았다. 이는 물론 모든 질환이 그렇듯 뇌수막염 환자의 증상이 초기에는 모호하고 비특이적이었기 때문이겠지만, 이 질환이 지니는 높은 mortality와 morbidity 및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진료인프라가 열악한 일차진료의 현실에서 세균성 뇌수막염을 초기부터 정확히 진단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뒤돌이켜 생각할 때 일반적인 감염 환자와는 달리 세균성 뇌수막염을 의심할 만한 몇몇 특징을 들자면, 1)"머리가 욱씬거린다", "걸을 때 골이 흔들린다", "눈이 쏟아진다"는 등의 뇌막징후와 관련된 표현들, 2)목이 당기거나 뻣뻣하다는 호소, 3)식욕이 없어지고 구역, 구토가 심한 증상, 4)그럼에도 기침, 객담, 인후통 등의 전형적인 상기도 증상이 없다는 점 등이 힌트가 될 수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환자를 침대에 눕혀 경부강직을 확인하고, 머리를 침대에 가볍게 부딪히는 정도의 충격에도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지를 관찰하면 좋겠다.

 좀더 솔직한 고백으로는, 나중에 가서야 모든 것이 분명해지니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Hindsight is 20/20라는 표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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