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두렵다"·환자 "진료비 못내"…이래저래 뒤숭숭

 이달초 대구의 한 신종플루 거점병원에서 병원 내 감염이 의심되는 60대 환자가 발생한데 이어 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9살 어린이도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제주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는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관광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2개 병원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감염사례를 조사한 결과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6명은 의증이었다.

 지난 18일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재희 장관은 11일 현재 신종플루 확진 환자 가운데 의료인은 28건이며, 이 중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는 6건이었다고 밝혔다.

 신종플루 환자는 25일 현재 1만5300명을 넘겼고, 11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병원내 감염"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진료지침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100% 막을 수 없는 것이 병원내 감염이다. 결국 의료기관은 감염률을 낮추는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 마저도 많은 비용이 필요해 정부지원이 없는 한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의료인이 감염되자 의사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한 의사포털이 957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병원 내에서 신종플루로 인한 의료진 감염"에 대해 전화설문한 결과, 86.5%는 "신종플루 환자들과 접촉해 감염될까 두렵다룑는 응답을 했다.

 신종플루 거점병원의 한 원장은 "병원에서 감염됐으니 진료비를 내지 않겠다는 환자도 있다"며, 환자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강제로 지정당한 거점병원이나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됐을 경우, 구성원들에 대해 노동부에서 산재환자로 처리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책임 여부가 벌써부터 염려된다는 원장도 많다.

 최희주 복지부 국장은 신종플루 관련 복지부 브리핑에서 "의료법에 따라 병·의원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듯, 의료기관은 감염 예방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활동해야 한다"며, "감염이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와 지침수행 여부를 검토한 후 의료기관에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훈상 병협회장은 최근 열린 거점병원 긴급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 정부와 병원에 철저한 대책마련을 당부하기도 했다. 안그래도 원내감염 문제는 의료기관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다.

병원은 감염전파 고위험군 환자가 항상 존재하는 곳으로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가 2007년 7월~2008년 6월 1년간 전국 57개 종합병원 중환자실을 조사한 결과 2637건의 병원 감염 발생을 확인했다는 것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심각한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미국 등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환자 통계가 의미없을 만큼 환자수가 늘면서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전염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진이나 일반 국민들은 손씻기, 마스크 착용, 가운·넥타이·셔츠 소매 끝의 청결 등 예방 가능한 활동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기관이 감염예방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과 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내에서 신종플루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하여 병원이 "가해자"나 "잠재적 범죄자"로 몰리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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